|
[파주=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23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골프장(파72)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는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오전에는 폭우로 경기가 2시간가량 늦춰졌고, 오후에는 자욱한 안개로 다시 30분 이상 플레이가 멈췄다가 2시 40분에야 다시 플레이에 들어갔다. 이날 마지막 조는 오전 11시 1분 출발 예정이었으나, 폭우로 2시간여가 지난 낮 1시 9분에 출발했다가 3홀을 돈 뒤 4번홀에서 안개로 가시권이 확보도지 않아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경기가 다시 재개됐지만 하늘은 계속 찌푸렸고 언제 다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경기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KLPGA측도 복잡한 경우의 수 계산에 돌입했다. 중간에 폭우가 내려 다시 경기가 중단될 경우, 무사히 다 마쳤을 경우, 일부 선수들이 일몰로 경기를 못마쳤을 경우 등을 따져야 했다. 경기가 중단될 경우는 KLPGA 규정상 2라운드 결과로 우승자를 가리면 된다. 일몰 전에 무사히 경기를 마치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일부 선수가 일몰로 경기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는 다소 복잡해진다. KLPGA투어는 따로 예비일을 두지 않기 때문에 원칙상은 마지막 라운드를 다음날로 순연할 수 없어서다. 그렇다고 80~90% 선수가 경기를 마쳤는데 ‘없던 일’로 한다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이었다. 이때문에 대회조직위원회는 긴급회의에 들어갔고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예외조항에 따라 골프장과 협의를 해서 나머지 경기를 내일 오전 일찍 치르기로 했다. 그것이 공평하다는 판단이다”라고 밝혔다. 다행히 비는 더 내리지 않았고 일몰시간 전에 우승자를 가릴 수 있었다. .
비록 날씨는 도와주지 않았지만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올시즌 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이정은(21·토니모리)과 생애 첫승을 노리는 박소연(25·문영)이 엎치락 뒤치락 마지막 홀까지 양보없는 전쟁을 벌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결국 이정은이 보기없이 버디만 4개를 기록해 13언더파 203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4월초 롯데렌터카여자오픈 우승후 3개월 여만이고 시즌 2승째다.
지난 17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공동 5위를 기록했던 이정은은 귀국하자마자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타차 선두로 3라운드를 출발한 이정은은 3번홀(파5),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전반에 2타를 줄였지만 박소연이 3타를 줄이며 따라와 공동선두를 내줬다. 후반들어서 팽팽한 승부는 계속됐다. 물고 물리는 경기가 이어지며 15번홀까지 공동선두가 되면서 한 치 앞을 몰랐다. 무승부가 돼 연장에 들어간다면 경기는 다음날 아침으로 넘어가야 했다. 승부는 17번홀(파3)에서 갈렸다. 박소연이 티샷을 홀 3m 가까이에 올려놓자, 이정은은 1.5m에 갖다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박소연은 18번홀(파4)에서 버디 퍼팅이 홀을 맞고 튕겨 나오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우승 후 이정은은 “앞으로 2주간 대회가 없고 상반기를 마감하는 경기여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면서 “상반기를 평가한다면 80점 정도를 주고 싶다. 하반기에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2승 고지를 밟은 이정은은 시즌 3승의 김지현(26), 2승의 김해림(28)에 이어 이번 시즌 세번째 다승자가 됐다. 또 위태로웠던 대상포인트 1위 자리를 단단히 다졌고 상금순위에서도 2위(5억3000만원)에 오르며 1위 김지현(6억7000만원)을 추격했다. 따라서 하반기 김지현과 벌이게될 각종 순위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지난 4월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우승한 박민지가 11언더파 205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김지현 박지영 오지현 김보경 김지영 고진영 등 6명이 공동 4위에 몰렸다.
ink@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