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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의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언급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현백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던진 “셧다운제 폐지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 장관은 셧다운제에 대해서 “셧다운제는 초기 반발이 많았지만 정착하는 단계”라며 “문체부와 이견이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정 장관은 “셧다운제가 게임산업 위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셧다운제는 시작부터 전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많지 않았고 실효성도 의문시되는 정책입니다. 그리고 셧다운제도가 한국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입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에서 게임과 관련된 필요 없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정책 방향이 나온 상황에서 셧다운제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이와 상반된 목소리를 냈기에 업계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단체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물론 개별 개발자들이 주축이 된 게임개발자연대 등 게임 산업과 관련된 단체들은 정 장관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게임개발자 연대의 주장을 들어보면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개발자 연대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셧다운제는 심의를 받는 국산 PC온라인게임의 숫자를 크게 줄였고, 셧다운제에 대응하기 힘든 중소회사들에게 피해를 줌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1년 11월부터 셧다운제가 시행된 후 심의를 받은 게임의 수는 2011년 546종에서 2012년 253종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습니다. 동시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규모는 2012년을 기점으로 1조 3000억원 가량 줄어들었음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상황을 ‘셧다운제 쇼크’라고 명명했습니다.
게임산업협회도 지난 11일 입장자료를 통해 정 장관이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전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게임산업협회는 “분명한 사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는데 셧다운제가 가장 크게 일조했다는 점”이라며 “인터넷의 속성상 서버를 해외에 둔 게임에 대해서는 적용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고 셧다운제의 불공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셧다운제를 지켜야 하는 여가부 조직 논리가 있고, 당시 여가부 예비 수장으로 셧다운제 찬성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게임과몰입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입장도 고려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셧다운제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이 조금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게임 과몰입에 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청소년들은 셧다운제를 얼마든지 우회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캠퍼스서울이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보고서와 그 안에서 펼쳐진 토론회 내용을 곱씹어 봐야 할 것입니다. 전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절반은 한국에서 규제에 막혀 사업을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그리고 전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한국 업체는 단 한 곳뿐이라는 현실입니다.
셧다운제로 인해 관련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게임 기업들이 게임을 아예 내놓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은 하락해 중국에 밀리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유능한 인재들이 더는 한국 게임산업에 자신의 미래를 투자하려 하지 않습니다.
규제는 사회 운영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몇몇 조직과 개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규제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집권했던 지난 9년여간 뒷걸음질만 쳐온 한국 게임산업이 그나마 재도약의 기회라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셧다운제가 진정 국민을 위한 규제인지 근본적인 해결책인지에 대해 고민해야합니다. 적어도 정 장관이 “셧다운제가 게임산업 위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라고 언급하려 했다면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견해를 밝혔어야 합니다. 정 장관이 협소한 조직 논리에 갇혀 다시 9년 전으로 게임산업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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