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웅
LG 윤지웅.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LG와 NC의 경기. 2017. 6. 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바람 잘 날이 없다. LG가 전반기 마무리를 앞두고 연이은 악재로 위기에 봉착했다.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 힘을 내도 모자랄 판에 선발투수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이탈해 전력이 약화됐다. 최근에는 윤지웅(29)의 음주운전 사건까지 터지면서 팀 내 분위기도 뒤숭숭해졌다. LG 양상문 감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LG는 시즌 초반 강력한 투수진을 앞세워 많은 승수를 챙기면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무릎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류제국~헨리 소사~차우찬~임찬규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들과 허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 자원 김대현이 선전했다. 임정우 없이 출발한 불펜진 역시 김지용, 신정락, 진해수가 완벽한 모습을 보이면서 리그 최강 불펜으로 등극했다. 당시 양 감독은 “우리 팀 불펜을 전원 필승조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승리조와 패전조가 따로 없는 불펜이 되기를 원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막강 투수진을 앞세운 LG는 개막 후 지난 5월까지 5할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가을야구를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잘 나가는 듯 하던 LG에 첫 위기가 찾아왔다. 여름 시즌에 접어들며 투수들이 지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단단했던 LG 투수진에 균열이 생겼다. 개막 후 지난 5월까지 3.40이었던 팀 방어율은 지난 6월을 거치며 4.85까지 치솟았다. 특히 불펜 투수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투수진이 부진하자 팀 순위도 덩달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LG는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 벌인 10경기에서 3승1무6패를 기록하며 6위까지 떨어졌다.

어떻게든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지만 연이은 악재가 LG를 덮치고 있다. 갈수록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는 형국이다. LG는 10일 허프, 차우찬, 윤지웅을 한꺼번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3명 모두 LG 마운드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타격이 크다. 부상 복귀 후 좋은 모습을 회복하며 안정감 있는 피칭을 선보이던 허프는 9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를 이어가던 중 5회 수비 과정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정밀검진 결과 좌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차우찬은 지난달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타구에 맞은 왼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5일 NC전은 정상적으로 선발등판했지만 선수보호차원에서 올스타전을 앞둔 11일 등판은 취소했다.

연이은 선발투수 부상에 윤지웅의 음주운전 사건까지 터졌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LG는 지난 2015년 정찬헌과 정성훈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험이 있어 이번 사건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윤지웅은 지난 10일 오전 6시 30분 쯤 자신의 차량을 몰고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을 운전하다 다른 차량과 접촉 사고를 났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던 중 경찰은 윤지웅에게 음주 측정을 했고 측정결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151%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LG 구단은 곧바로 윤지웅에게 잔여 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00만원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KBO도 오는 13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윤지웅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헐거워진 선발진에 이어 좌완 불펜요원으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던 윤지웅의 공백으로 불펜까지 휘청거리게 됐다.

11일 문학 SK전을 앞둔 LG 더그아웃에도 무거운 적막감이 흘렀다. 어두운 얼굴로 취재진을 만난 양 감독은 “지금은 전반기 마무리를 잘해야 할 때인데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나서 감독으로서 죄송하고 창피하다.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LG는 이날 말소된 세 투수를 대신해 고우석, 신정락, 손주영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주전 선수들의 이탈은 뼈아프지만 새롭게 올라온 선수들에게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양 감독은 “좋지 않은 상황을 잘 추스려 후반기를 준비하겠다. 나머지 선수들이 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잘 나갈 때는 잠잠하던 구설도 팀이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요란하게 퍼져간다. 내리막을 걷는 동안 마타도어에 휩쓸리면 회복할 길이 없다. 하루 빨리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추스려야 하는 이유다. LG를 둘러싼 거센 태풍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잦아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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