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지난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광주FC와 FC서울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제공 | 광주FC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다.

기성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에서 5년간 활약하며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도 맡고 있는 기성용은 지난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광주가 서울을 상대로 3-2로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근 무릎 수술을 한 그는 한창 재활 중에 있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부상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향 광주를 찾은 것이다. 그것도 ‘고향팀’ 광주와 ‘친정팀’ 서울의 맞대결 현장이었다.

사실 그가 광주로 내려온 이유는 아버지인 광주FC 기영옥 단장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느라 기성용이 국내에 머무르는 시간은 짧다. 그러다보니 아버지 기 단장은 고향팀과 친정팀이 맞붙는 경기에 기성용을 불렀다. 기 단장은 “성용이는 광주가 고향이고, FC서울이 친정이다”라며 “(성용이는)4000주를 지닌 광주FC의 개인 최대주주다. 그래서 고향팀과 친정팀이 맞대결하는 경기를 관전하러 오라고 말했다. 무릎 재활로 인해 국내에 있는 동안 한 번 내려오라고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버지 말 한 마디에 내려온 기성용은 여러 의미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성용이 찾은 두 차례 경기에서 약팀 광주가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5년 4월 기 단장이 선임되고 한 달여 뒤인 5월30일 제주전에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에도 기성용은 무릎 수술로 인해 시즌 2경기를 남겨두고 국내로 귀국한 상황이었다. 국내에 체류하면서 시간이 비게 되자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단장으로 선임된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클래식(1부리그)로 승격한 광주는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로 인해 목포축구센터를 홈구장으로 사용했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안방으로 돌아와서도 힘내지 못했다. 그런데 기성용이 방문한 제주전을 시작으로 광주가 내리 3연승을 기록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광주는 9일 ‘디펜딩 챔피언’ 서울을 잡았다. 비록 기성용은 이날 ‘친정팀’에 대한 예의로 어떠한 행사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광주에 승리의 기운을 전파했다.

광주가 서울을 이긴 것은 지난 2011년 4월 24일 창단 첫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2268일 만의 일이었다. 여러모로 아버지가 이끄는 구단에 승리의 파랑새가 되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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