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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프로야구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LG트윈스가 넥센을 꺾고 올라온 두산베어스와 잠실구장에서 16일부터 5전3선승제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다툰다. LG트윈스 김기태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이 경기에 앞서 최규순 주심으로 부터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있다.2013.10.16.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야구계에 어두운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두산 김승영 대표이사와 전직 심판 A씨의 금전거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포항과 대구 조직폭력배 2명이 프로야구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 심판과 금전거래, 후폭풍은 거셌다

김승영 대표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A심판이 넥센 측에도 급전을 요청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A심판의 비위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 각 구단을 상대로 협조공문을 발송했는데 당시 이장석 대표가 KBO에 “A심판으로부터 급전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돈을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답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넥센 측은 “확인 결과 A심판에게 송금한 내역은 없었다. 돈을 건넸다는 것은 이 대표의 착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을 공문으로 KBO에 알렸고 지난 2월에는 검찰과 경찰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KBO 조사위원회가 관련 직원들을 모두 조사하고 계좌도 들여다 봤는데 문제는 없었다”며 자진신고를 했다가 뒤늦게 철회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KBO가 3월 상벌위원회에서 김 대표에게는 ‘개인 제재’ 조치를 내리면서도 넥센 구단에 대한 제재를 보류한 것도 A심판에게 금품이 건너간 정황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규약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이 직접 구단 고위 관계자들에게 스스럼 없이 금품을 요구했다는 점 만으로도 프로야구의 투명성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심판매수와 승부조작으로 이어지는 구단과 심판의 ‘검은 뒷거래’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KBO의 초기 대응도 문제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하고 넘어가려다 오히려 ‘은폐 의혹’으로 사건의 파장을 키우고 말았다.

김 대표는 2일 오후 사과문을 발표한데 이어 구단에 사의를 밝혔고 두산 구단도 사표를 수리했다. 두산 구단은 3일 “김 대표가 최근 물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사임을 표했다. 김 대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돈을 빌려준 것이지만 구단 대표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이로 인해 팬께 걱정을 드리고 구단에 누를 끼쳤다. 승부조작이나 심판매수 의도는 절대 없었다는 사실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 대표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두산 그룹은 김 대표의 후임으로 전풍 한컴 사장을 선임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 승부조작에 조직폭력배와 불법 스포츠 도박단 연계 가능성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3일 프로야구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폭력배 김 모씨와 박 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 모씨와 박 모씨는 2014년 5월에 열린 경기에서 승패를 맞혀 거액의 배당을 챙기기 위해 일부 선수에게 3000만원을 제안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단계라 승부 조작을 제안 받은 선수 숫자와 소속 구단은 밝힐 수 없다. 져야 하는 경기에서 이겨 승부조작은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곧 승부조작을 제안받은 프로야구 선수들을 불러 금품수수 여부를 조사하고 필요하면 계좌추적도 할 방침이다. 또 구속한 폭력배 2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단과 연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수사 중이다. 김홍창 포항지청장은 “승부조작 대가로 현금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여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곧 수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KBO리그는 이미 두 차례 승부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다. 2012년 LG 선발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1회 볼넷을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챙겼다가 형사 처벌됐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형사 처벌된 두 선수를 영구 제명했다. 지난해에는 NC 선발투수 이태양이 1회 실점을 조건으로 폭력배가 벌인 승부조작에 가담해 영구 제명됐다. KIA 유창식도 과거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자신신고해 충격을 더했다.

만일 이번 승부조작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KBO와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재발 방지 약속 역시 오발탄이 되고 만다. 구단과 심판의 금전거래에 승부조작까지 덮치며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2017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축제인 올스타전을 앞두고 야구계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게 흘러가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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