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
100m 한국기록을 세우며 8월 런던 세계선수권 진출권을 따낸 한국 스프린터 김국영. 제공 | 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스포츠가 기초 종목에서의 선전으로 새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불모지’로 여겨졌던 육상과 수영에서 좋은 소식이 속속 들리고 있다.

김국영이 지난 27일 ‘단거리의 꽃’ 남자 100m 한국기록을 10초07이란 탁월한 성적으로 갈아치우고, 8월 런던 세계선수권 자동진출권도 획득하면서 한국 육상은 모처럼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자 100m는 서말구가 지난 1979년 10초34로 한국신기록을 세운 뒤 30년 넘게 깨지지 않아 낙후된 한국 육상을 알리는 대표적인 지표가 됐다. 김국영이 2010년 이를 경신하면서 길이 열렸다. 특히 이번에 세운 10초07은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준결승 진출까지 가능한 기록이어서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김국영 외에도 ‘허들 1인자’ 김병준이 지난 12일 태국오픈 남자 110m허들 결승에서 13초39의 한국신기록으로 우승하며 런던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높이뛰기’ 기대주 우상혁이 지난 4일 2m30㎝를 넘어 역시 세계선수권 도전 자격을 얻었다. 지난 달까지 한국 육상은 마라톤과 경보를 제외한 트랙과 필드 종목에서 부쩍 올라간 세계선수권 기준기록을 통과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컨디션이 점점 상승하는 6월 들어 낭보를 속속 전해오고 있다.

7월23일부터 세계선수권 경영 종목이 시작되는 수영도 고무적이다. 박태환이 6년 만의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을 가시권에 둔 것에 이어 안세현과 김서영, 이의섭 등 여자 수영 ‘트리오’가 한국신기록 경신은 물론 세계 톱10 이내까지 진입하는 상승세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세현은 여자 접영 100m에서 올해 세계랭킹 6위에 올라 있고 김서영은 여자 개인혼영 400m 6위, 200m 9위를 달리고 있다. 이의섭은 주종목인 여자 자유형 200m에서 40위권이지만 아직 여고생이란 점을 고려할 때 앞날이 밝다.

기초 종목의 반등세는 소속팀 혹은 스폰서의 지원과 선수들의 각종 국제대회 출전에 따른 세계무대 경험 등이 배경이다. 김국영은 2015년 광주시청으로 이적하면서 더 많은 지원 속에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고 안세현은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아 호주 선진 수영을 익히는 중이다. 이의섭은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사자굴 같은 미국의 경쟁 시스템에서 학업과 운동을 모두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보다 더 큰 원동력은 역시 선수들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헝그리 정신’의 부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국영은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과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의 처절한 실패를 통해 ‘국내 1인자’가 아닌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로 정신력을 분출하고 있다. 27일 100m 신기록 수립 뒤에도 “이젠 메이저대회에서 웃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병준은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 뒤 기나긴 부진을 겪었고, 우상혁 또한 리우 올림픽에서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개인적인 좌절은 스스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자양분이 됐다.

안세현
한국 여자수영의 간판 안세현(21·SK텔레콤)이 지난해 4월26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여자 일반부 접영 50m 종목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한 뒤 수영팬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수영 역시 마찬가지다. 리우 올림픽 참패 뒤 와신상담하고 있는 박태환은 말할 것도 없다. 안세현은 올림픽 결승행 좌절 뒤 “내가 한 없이 작아보인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서영은 리우 올림픽 3관왕 카틴카 호스주(헝가리)의 역영과 그의 레이스 준비를 보면서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세계적인 대회에서 경험만 하고 돌아오는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승 진출, 더 나아가 입상하고 싶다는 야망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것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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