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
제공 | 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 여긴 10초1의 벽이 마침내 깨졌다.

한국 단거리 간판스타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이 100m를 10초07에 뛰면서 또 한 번 한국신기록을 작성, 세계선수권대회 기준기록을 넘어섰다. 김국영은 27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07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틀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KBS육상대회 준결승에서 자신이 기록한 10초13의 한국기록을 0.06초나 앞당겼다. 올해 목표로 잡은 8월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기준 기록(10초12)을 통과하면서 이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바람이 없어도 해냈다

예선에서 발이 미끄러지고도 10초22를 기록한 김국영은 6레인에서 출발한 결승에서도 악재를 맞았다. 옆 7레인에 선 바툴가 아치브리레그(몽골)가 부정 출발하면서 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육상대회를 기점으로 쾌조의 몸상태를 자랑한 김국영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스타트는 다소 좋지 않았으나 30~40m 지점을 통과하면서 속도를 끌어올렸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은 그는 10초07 공식 기록을 인정받았다. 뒷바람도 기준 초속 2m 이하보다 낮은 초속 0.9m. 이틀 전 KBS육상대회 결승에서 10초07을 기록하고도 뒷바람이 초속 3.6m로 불어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10초1의 벽을 깨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 2010년 6월7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예선에서 10초31을 기록하며 고 서말구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1979년 멕시코에서 기록한 한국기록 10초34를 31년 만에 깬 적이 있다. 당일 준결승에서 10초23을 기록하며 또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5년여 10초2의 벽과 사투를 벌였다. 그러다가 2015년 7월9일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0초16으로 기록 경신에 성공했고, 베이징 세계선수권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준기록(10초16)도 통과했다. 그리고 2년 만에 정선 땅에서 연거푸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5번째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자세도 주법도 바꿨다

김국영은 키 176㎝로 단거리 선수로는 단신에 속한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190㎝)를 비롯해 세계 정상급 스프린터는 비교적 장신이다. 힘과 긴 다리를 활용해 보폭을 넓히면서 가속을 해낸다. 그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자세 교정은 물론 주법을 바꾸기까지 했다. 2015년 11월 일본 쓰쿠바대로 넘어간 뒤 1년여 동안 자세 교정을 위한 전문 교육을 받았다. 팔을 흔드는 동작 역시 간결하게 바꿨다. 지난해 10월 이후 110m 허들 간판인 박태경(37) 광주광역시청 플레잉코치의 지도를 받은 그는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스타트에서 지면을 세게 밟은 뒤 탄력으로 가속하는 주법을 익혔다. 특히 400m 훈련에 집중하면서 근지구력을 길러 속도를 키우는 데 활용했다.

이같은 노력은 김국영이 레이스 막바지까지 속도를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10초 내외에서 승부가 갈리는 100m는 출발서부터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리듬이 조금만 깨져도 기록에 반영된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남자 100m 예선에서도 출발 반응속도는 0.135초로 레인에 선 8명 중 3번째에 해당했으나 후반으로 가면서 크게 뒤쳐졌다. 자신의 한국 기록 10초16보다 0.21초가 느린 10초37로 레이스를 마쳤다. 2020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면서 속도 유지를 최대 관건으로 여기고 단거리 선수에게 가장 어렵다는 자세 교정서부터 다시 시작한 효과가 마침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시아 선수에게 꿈과 같은 9초대 진입도 도전해 볼 만하다.

김국영은 정선에서 대기록을 세운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틀 전 10초07을 뛰고도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해 아쉬웠다”며 “바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10초0대에 레이스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흘 사이 0.09초를 앞당긴 것에 대해 “리우올림픽 실패 이후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올해 성과가 나오리라고 여겼다”며 “400m 훈련으로 근지구력을 키우고 스피드로 전환하는 훈련을 꾸준히 했다. 박태경 선배와 훈련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꼭 9초대에 잔입하고 싶다. 100m는 작은 실수에도 기록이 떨어진다. 스타트부터 피니시까지 실수 없이 해내야 9초대에 진입할 수 있다. 보폭을 넓히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훈련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