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1990년부터 시작된 KBO 퓨처스 리그(2군)에서는 지금까지 총 여섯 명의 4할 타자가 탄생했다. 1999년 정현택(LG·0.418), 이동욱(LG·0.415)을 시작으로 2006년 이영수(상무·0.401), 2008년 이병규(LG 7번·0.426), 2011년 김정혁(삼성·0.418)이 퓨처스 리그에서 당당히 4할 타율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2015년 김태진(NC·0.402)이 4할 타자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27년 동안 딱 여섯 명이 꿈의 4할 타자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올 시즌 일곱 번째 4할 타자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경찰 야구단 홍창기(23·원 소속 LG 트윈스)다. 그는 26일 현재 66경기에 출장해 187타수 74안타(6홈런) 55타점 53득점 OPS(장타율+출루율) 1.119 타율 0.396로 리그 전체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페이스라면 리그 타격왕은 물론이고 꿈의 4할 타율도 실현 가능하다.


대일초, 매송중, 안상공고,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2차 3라운드 전체 27순위에 호명된 홍창기는 대학 시절부터 다부진 체격과 호쾌한 장타로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군침을 흘린 대졸 신인 중 한 명이었다. 건국대 4학년 시절인 2015년에는 27경기에서 82타수 33안타(1홈런) 23타점 23득점 OPS 1.128 타율 0.402로 팀 타선을 주도했다.


▲ 경찰 야구단 첫 시즌, 타격 일취월장의 비결


프로 첫해인 지난해 LG에서 퓨처스 리그 타율 0.311를 기록한 홍창기는 올해는 경찰 야구단 소속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 전인 2016년 6월 28일 기준 타율(0.298)과 비교해도 무려 1할 가까이 타율이 높아졌다. 한 시즌 만에 타격 메커니즘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한 것이다.


홍창기의 급성장은 전문가들의 궁금증을 높였다. 이에 대해 그는 달라진 스윙 궤적을 언급했다. 홍창기는 "지난해 찍어치는, 소위 다운 스윙(백 스윙을 한 후 위에서 아래로 공을 내려치는 타법)이었다면, 올해는 레벨 스윙(투구를 향해서 배트를 수평으로 휘두르는 타법), 어퍼 스윙(밑에서 위를 보고 쳐올리는 타법)으로 배트 궤적에 변화를 줬다. 캠프 때부터 연습한 게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고타율의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다 경찰 야구단 관계자들의 체력 관리를 꼽았다. 어머니의 지원 속에 비타민, 보양식 등을 챙겨 먹는다는 그는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타격 컨디션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타율도 4할 밑으로 내려앉았는데, 유승안 감독님이 틈틈히 휴식을 보장해주신다. 지쳐서 안 보이던 투수의 공도 잘 보이고, 배트 스피드도 시즌 초반 때로 돌아왔다"고 답했다.


스윙 궤적뿐 아니라 배트 컨트롤 능력 향상도 타율 오름세에 영향을 끼쳤다. 체격에 비해 홈런 수는 적지만, 대신 리그에서 윤대영(94개), 최항(79개) 다음으로 안타 개수가 많은 점도 이 때문이다. 그는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살아나갈 수 있도록 콘택트 능력을 기르고 있다. 연습 배팅할 때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공도 한 번씩 쳐보면서 타격감을 조율한다"고 말했다.


유승안 감독은 홍창기의 타격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대 투수와 수 싸움이 좋다. 타석에서 상당히 스마트한 타자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니 타석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그래서 리그에서 수위 타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애제자의 활약에 활짝 웃었다.


▲ 두 번째 올스타전 기회와 국방의 의무


현재 성적대로라면 오는 7월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2017시즌 퓨처스 리그 올스타전에도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홍창기는 지난해도 LG 선수로 올스타전을 경험했다. 그는 "아직까지 출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출전할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만 23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국방의 의무를 해결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여기에는 구단보다는 홍창기의 의사가 반영됐다. 그는 "아무래도 대졸 출신이다 보니 군대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단에 군입대를 요청했고, 운 좋게 지난해 말 경찰 야구단에 입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홍창기는 경찰 야구단 생활에 꽤나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외부에서 보던 경찰 야구단은 야구도 할 수 있고, 조금은 편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실제 생활해 보니 군 기강도 잘 잡혀 있고, 특히 함께 생활하는 선후임, 매니저 분들께서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계신다"며 "이제는 성적으로 보답하는 길 밖에 없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찰 야구단 첫해인 만큼 타율 3할만 유지하자고 목표를 정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컨디션에 기대 이상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어 자신도 놀랍다는 그는 "이렇게 된 만큼 타격왕도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내년 9월쯤 소속 팀으로 복귀했을 때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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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박진업,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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