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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각종 규제에 시달렸던 한국 게임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0여년간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게임산업이 문재인 정부를 맞아 새로운 틀에서 미래 발전 방향을 찾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가 게임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새로운 정책이 나올 것인지 기대가 모인다. 하지만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 완화와 모태펀드 투자 방향 전환 등과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나올 뿐 아직 구체적인 미래의 게임산업 정책은 완성되지 않았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게임산업 초창기 성장의 밑거름이 된 한국게임종합지원센터를 만들고, 직접 센터장까지 역임했던 김동현 박사를 만나 새로운 정부가 게임산업 도약을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김 박사는 지난 1995년부터 게임산업을 국가차원에서 육성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 게임종합지원센터 설립에 산파역을 담당했으며 1년 6개월여의 재임 기간동안 교육기관인 게임 아카데미를 개소하고 전문투자조합 조성을 하는 등 초기 한국 게임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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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한국 게임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 게임산업의 문제는 양극화이다. 성공한 게임업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한 마케팅을 통해 영세 중소 게임업체들이 개발한 창의적인 게임이 시장에 나와 빛을 보기도 전에 입도 선매 등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고 있다. 중소게임업체들은 당장 사느냐 죽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단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완화 등을 이야기한다. 중소 개발사들은 당장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 완화로 매출증대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제대로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 최근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정책 제안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각종 토론회에서 발표되는 정책제안은 성공한 게임업체들의 매출증대를 위한 정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게임산업은 지난 1999년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전방위적인 지원 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기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응답하라 1999’를 외쳐야 한다. 창의력이 가반이 된 스타트업들에게는 1999년 문화부로 게임산업이 이관 됐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의 초점을 게임 스타트업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 1999년 게임산업 육성 정책이라면?1999년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당시 게임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자금, 인력, 기술, 정보, 마케팅 등 전방위적인 지원정책을 펼쳤다. 특히 당시 김대중 정부의 후방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8년까지 게임산업은 보건사회부 위생과 담당이었으며,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에도 잡히지 않았던 음지의 산업이었다. 여기에 재정경제부는 특별소비세를 부가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게임산업이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1999년 게임관련 규제를 대거 제거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게임산업이 매년 10조원이 넘는 경제 가치를 만드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정작 신생 벤처창업기업에게 필요한 지원은 1999년 상황과 바뀌지 않았다.
-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 게임산업은 10조원이 넘어섰고 주요 기업들도 탄탄해졌는데?바뀐 상황은 한국 게임시장의 성장이 성장기를 넘어 완숙기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생 게임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게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 대기업들이 그런 상황을 용납할 리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파이의 크기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최근 최대 게임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 지금까지의 지원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가?국내 게임산업 구조가 해외 게임산업과 달리 왜곡되어 있다는 점을 꾸준히 문제제기 해왔다. 정부의 지원정책이나 자금시장의 자금흐름이 온라인게임 산업에 편중돼 있다. 온라인게임에 치중할 경우 중국만이 메인 수출 대상국이 될 것이고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국내 게임산업이 휘청거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는데 현실이 됐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정책입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플랫폼 다변화와 함께 수출선 다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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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방안을 말해준다면?
플랫폼 다변화는 온라인 모바일 연동,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동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국내 게임업계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게임과 방송의 융합에 대비해야한다. 내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5G 통신망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VR방송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다. VR방송에 필요한 콘텐츠로 VR게임이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수출선 다변화는 한마디로 탈중국 정책이다. 많은 콘텐츠분야 전문가들이 한류 붐은 곧 끝날 것이고 중국의 화류(華流) 붐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사드문제에 기인한 한한령 등 중국의 문화 쇄국정책을 보면서 화류 붐의 시대는 요원한 것 같다. 중국이 지금과 같이 콘텐츠 폐쇄 정책을 쓴다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환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화류를 넘어 아류(亞流)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을 포함한 아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들 국가들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아직 채굴되지 않은 무궁무진한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산업을 이끌 새로운 부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게임산업 담당부처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미래부가 지원을 할 수 있는 자원이 많기 때문에 미래부로 가면 게임산업 지원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희망 사항일 뿐이다.
1999년 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에 취임하기 전 1991~1998년 미래부의 전신인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가상현실연구실 실장으로 재직했었다. 1991년부터 게임산업과 영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1996년부터 정보화촉진기금 지원대상에 게임산업을 포함시키기까지 6년동안 외로운 투쟁을 계속했었다. 그러나 미래부에서 게임산업의 입지는 ICT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디지털콘텐츠 산업, 게임산업의 체계로 ICT산업 최하위층에 위치한다. 이러한 체계에서 게임산업은 정보통신산업의 극히 일부분으로 전락해 제대로된 정책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된다.
- 대안은 있나?게임 자체가 문화 콘텐츠라는 점에서 게임산업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존속한다는 측면에서 2가지 안이 있다. 핵심 방향성은 게임산업에 대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1안은 게임산업진흥원의 부활이다. 이 문제에 대해 산하기관이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출연연구소의 조직관리 방안을 원용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소는 각 분야별로 유사한 분야를 묶어서 통합이사회를 운영하여 각 기관들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연구소들을 통합관리하고 연구소간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2안은 콘텐츠진흥원의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되 산업별 독립채산제를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1안보다는 산업별 독립성 유지가 어려울 수 있으나 조직 자체를 산업별로 분류하는 것에 의해 지금보다는 독립성이나 예산확보 측면에서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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