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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최종 목적지로 삼았던 러시아에 당도하지 못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슈틸리케호’의 항해는 항로를 벗어나 헤매다 중도해산하게 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축구의 32개월 인연은 여기서 끝이다. 좋았던 기억에 비해 쓰리고 아픈 기억을 더 크게 남겼던 슈틸리케 감독과는 이제 이별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대표팀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대표팀이 치른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와 8차전 보고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평가 등 다른 안건들이 있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진퇴에 대한 논의가 급선무였다. 지난 3월 중국에 패하고 시리아에 졸전 끝에 승리하며 시한부 ‘경질 유예’ 판정을 받았던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와 원정경기에서도 답답한 경기 끝에 패하고 돌아왔다. 남아있는 최종예선 2경기에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기술위는 대표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진사임을 거부하면서 기술위가 내린 결론는 슈틸리케 감독의 해임이었다. 지난 2014년 9월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던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동반 사퇴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님이 지난 2014년 10월 부임 후 아시안컵이나 유소년 저변 확대 등에서 애를 쓰셨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해 상호 합의에 의해 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표팀 감독은 한 경기 또는 한 대회 경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 기술위원장은 보다 큰 그림을 갖고 여러 방면에서 책임을 다하려 노력했다. 저 역시도 결과를 내야하는 입장에서 초반부터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했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하면서 저도 기술위원장을 사퇴하는 것으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 10일 천안에서 치른 파라과이와 평가전부터 정식으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이어지는 장기 플랜을 지휘하며 세계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위상을 재고해줄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취임 후 얼마지나지 않아 치른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1년동안 16연속 무패(13승3무)를 기록하는 등 팬들에게 신뢰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6으로 대패한 이후 9월 시작된 최종예선에서 불안한 경기력이 이어지며 매경기가 살얼음판이었다. 그 와중에 원칙을 깬 선수선발,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전술, 잦은 실언과 변명 등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우리에겐 아직 승점을 얻을 기회가 남아있다”, “믿음을 주면 성과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팬들의 불안을 달래보려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 보냈던 응원은 이미 싸늘한 반대여론으로 돌아섰다. 지난 3월 중국과 원정경기에서 7년만에 겪는, 역대 2번째 패배를 당하며 ‘창사 참사’를 만들어내며 경질요구가 거셌는데 중요한 최종예선 도중에 사령탑을 바꾸는 것도 위험부담이 커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였던 카타르전 마저도 33년만의 패배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며 실패해 더는 참고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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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대표팀 감독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는 기술위원회의 역할도 잠시 멈추게 됐다. 최종예선 9~10차전이 열리는 8월 하순까지는 2개월여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기술위원회 구성부터 시작해야하는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용수 위원장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차기 대표팀 감독은 국내 감독이 돼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행정적인 다른 절차보다는 외국감독이 국내선수 파악하기에 시간이 너무 짧다. 국내 감독님이 하시면 적어도 대표선수에 대한 파악은 돼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남은 최종예선 2경기에서 실패하지 않는다면 본선까지 이끌어가셔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기술위원들에게는 다음 위원장이 오시면 결정할 수 있도록 사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제가 기술위 구성할 때 전임지도자, K리그 경기위원장 등 당연직으로 포함한 분들이 있었다. 그런 분들이 남아서 연속성있게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기술위가 대표팀 감독의 거취와 늘 연계돼서 갈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에 드리는 마지막 건의사항으로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감독 선정위원회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방안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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