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지난 2003년 인터넷을 달군 얼짱 열풍은 홍영기와 강혁민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습니다. 이들은 한 케이블채널에서 방송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수많은 10대 청소년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했는데요. 유영준(22)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유영준은 14일 기준 35만명 이상의 페이스북 팔로워를 보유한 SNS 핫스타입니다. 수많은 네티즌은 웃음을 자아내는 공감 영상과 함께 감수성 풍부한 글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죠. 올 하반기 모두가 깜짝 놀랄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그를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페북 얼짱'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유영준 : 제가요?ㅋㅋ(ft.현웃). 다른분들처럼 잘 생기고 옷을 잘 입어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공감 영상 덕분에 인지도가 올랐습니다. 잘나온 사진들은 거의 포토샵의 힘이고요.


Q : 그런가요? SNS 계정에 영상을 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유영준 : 3년 전 백화점에서 근무할 당시 초코크림빵을 먹으면서 출근한 적이 있어요. 지하철에서 처음 본 여자분이 귓속말로 옷에 똥이 묻었다고 했죠. 빵에 든 크림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손으로 찍어 먹었더니 소리를 지르며 다른 칸으로 도망가더라고요(웃음). 너무 억울하고 당황스러워서 영상을 찍어 올렸는데 '좋아요'를 10만개 이상 받았어요. 그 후 1인 콘텐츠 창작자를 지원하는 회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Q : 돌연 아프리카TV BJ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


유영준 : 2015년 3월 1일에 방송을 시작했어요. 삼일절이 공휴일이라 여유가 있었던 것 뿐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웃음).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많은 분이 들어오더라고요. '내가 BJ로서 소질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시간 날 때마다 방송했고, 본격적으로 활동하려고 컴퓨터를 비롯해 각종 장비를 샀죠. 시간이 지나 술자리가 잦아지고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힘들고 게을러지더라고요. 한 번은 식곤증이 심해 '먹방' 중 침대에 누워 잔 적이 있는데, 계속 시청하는 분들이 있어 깜짝 놀랐죠. 방송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린 분도 있을 텐데, 약속을 못 지키거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콘텐츠가 없기도 하고.


Q : 콘텐츠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유영준 : 양수빈 씨와 강혁민 씨는 각각 먹방과 얼짱으로, 조섭 씨는 유튜브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죠. 아이가 있거나 쇼핑몰을 운영 중인 분도 있고. 개성 넘치고 재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리에이터 사이에선 너무 평범해요. 내세울 수 있는 건 커플 사이에 껴서 노는 '솔로 대장'과 자취를 한다는 것 뿐. 콘셉트가 겹치는 건 예의가 아니고, 비즈니스 섞인 연애를 하고 싶지도 않아요.


Q : '승재와 꾸러기 친구들' 채널 콘텐츠에 자주 참여하는 듯한데요.


유영준 : 놀다 보면 어느새 카메라가 켜져 있어요. 드라마의 일부 장면을 패러디하거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화장하고 가발을 쓰지만 촬영보단 재미있게 논다는 느낌이 강해요. 즐기면서 촬영하다 보니 영상 만족도도 높은 것 같고.


Q : 이승재 씨 분장이 꽤 화려합니다.


유영준 : 분장하고 놀이공원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멋있고 프로 정신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조금만 자제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촬영이 끝나면 분장을 지워야 하잖아요. 최소한 가발이라도 벗던가(웃음). 본인 말로는 특수 분장을 하면 자신감이 상승한다고 하더라고요. 승재가 창피하진 않은데,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주목받는 게 가끔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Q : 다소 의외네요. 크리에이터분들은 주목받는 걸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유영준 : 길을 걷다 누군가 뒤에서 "어머~ 유영준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저를 알아봐 준 것에 감사해 걸음을 멈추고 인사했더니 왜 저러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더라고요(웃음). 연예인 병에 걸린 사람으로 취급한 거죠. 이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이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가 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는데 이젠 알아서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Q : 하루빨리 트라우마를 극복하길 바랄게요. 그래도 악플은 거의 없더라고요.


유영준 : 인기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웃음)? 아무 이유 없이 욕먹고 가족들이 걱정하는 게 싫어서 자극적인 콘텐츠는 피해요. 네티즌이 댓글에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모를 정도의 게시물만 올리죠. 욕을 먹겠다 싶으면 먼저 자신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남들처럼 강한 척하거나 솔직해지고 싶은데 반응이 걱정되다 보니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중학생 팬이 많은데 종종 "오빠, 왜 그래요?", "초심을 잃지 마세요"라고 지적받죠.


Q : '유영준의 실체'라는 영상에 관해 해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유영준 : 아프리카TV 방송은 조명이 정말 중요해요. 컴퓨터에 달린 캠으로는 해상도를 조절할 수 없어서 반사판과 조명이 받쳐줘야 하죠. 스탠드 등이 꺼진 상황에서 재빨리 대처하지 못해 숨겨졌던 굴곡이 드러나고 피부가 까맣게 나왔는데,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과장된 게 있습니다. 영상의 반응이 좋았기에 만족해요.


Q : 순두부찌개를 닮았다는 얘기도 있던데.


유영준 : 와~ 그 말은 진짜. 얼굴이 흘러내린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어요. 눈이 처지고 광대가 튀어나와서 탄력있어 보이진 않죠. 치즈가 녹는 것 같다고 할까? 방송 중 한 네티즌이 순두부찌개를 닮았다고 말했는데, 반박할 수 없으니 화가 나더라고요(웃음). 어떤 느낌인지 아니까. 그분 덕분에 참신한 영상이 나와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Q :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면 매주 차가 바뀌어요.


유영준 : "매주 차를 바꿀 만큼 돈을 많이 벌었나 봐요"라는 메시지를 자주 받는데, 렌트 업체로부터 협찬받는 거예요. 소유한 차량이 없어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평범한 20대 청년입니다. 집도 월세인데(웃음). 게시물에 업체 홈페이지 주소를 노출했음에도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안타깝지만, 그만큼 자연스럽게 홍보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죠.


Q : 협찬받은 차량이군요. 가족 사랑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유영준 :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바란 부모님께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아버지는 한 달간 대화를 안 할 정도였고. 그러다 한 카페에서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것을 보고선 생각이 바뀌셨나 봐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고 응원해주시더라고요(웃음). 누나들은 항상 적극적으로 저를 도와줬고. 특히 멘토로 꼽는 첫째 누나로부터 많은 힘을 받아요. 부모님께서 경기도 시흥에 사시는데 가까이 지내고 싶어 최근 서울 구로구에 집을 얻었어요. 첫째 누나가 오는 10월 출산 예정이라 틈틈이 조카도 챙겨줘야 하고요.


Q : 유독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데요.


유영준 : 남자를 좋아한다는 건 그저 루머일 뿐이죠. 학창시절부터 화장에 관심이 많았고, 누나 두 명이 있어서인지 체육 시간에 여자 친구들과 응원하는 게 더 편하고 좋았어요. 그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걸 잘 알기에 소통도 잘 됐고. 친해지면 과할 정도로 잘 챙겨줘서 저랑 같이 있을 때 애인 같다고 말하는 남자 친구들이 종종 있어요. 저로 인해 성 정체성이 혼란스럽다는 말까지 들었죠.


Q : 여성에 관해 잘 아는데 솔로 5년 차라뇨.


유영준 : 아직은 친구와 노는 게 더 좋아요. 한 사람에게 얽매이고 집중할 자신이 없고, 바빠서 연락이 안 되면 자주 싸울 텐데.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연애가 되겠죠. 주변에서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도 어릴 때 연애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훗날 후회하더라도 무언가에 쫓기면서 만나긴 싫거든요. 조건이요? 함께 있을 때 많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요. 기본적인 예의까지 있다면 최고죠. 저 자신을 잘 알기에 얼굴은 전혀 안 봐요. 예쁜 분들은 오히려 부담스럽던데(웃음). 아! 여자친구가 생겨도 콘텐츠 제작에 이용하진 않을 거예요. 둘만의 추억을 굳이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며 사랑꾼인 척하고 싶진 않아요.


Q : 멋지네요. 페북스타 강경민 씨가 운영하는 쇼핑몰 '룩앳민'에서도 근무 중입니다.


유영준 : 지난달 15일부터 게시판 관리와 전화 응대 등 고객 상담 업무를 하고 있어요.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더니 회사 대표로서 고용하는 거라며 근로 계약서까지 작성했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정말 가족 같은 관계에요. 일하다가 사이가 틀어질 수 있기에 지킬 건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정을 쉽게 떼는데, 서로 욕하면서 크게 싸워도 '이제 화해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언제 풀지?'라는 생각이 드는 유일한 사람이죠. 외적으로 보면 냉정하고 차가울 것 같지만, 정말 누구보다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에요. 정도 많고.


Q : 혹시 보너스를 염두한 발언인가요?


유영준 : 알아서 챙겨주지 않을까요(웃음)? 농담이고요. 정말 사실만 얘기했습니다.


Q :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관해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유영준 :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라는 말처럼 많이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하는 게 좋지만, 올 하반기 페이스북과 유튜브 계정에 선보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 것 외에 구체적인 목표는 없습니다. 곧 입대도 해야 하고. 돈을 좇기보다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행복한 거지처럼 말이죠(웃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테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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