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선수 개개인 역량을 극대화하면서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건 지도자에게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런 면에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은 여전히 갈팡질팡하다. 실험이 목적이었다고 하나 엄연히 ‘모의고사’였다. 최소한의 가능성과 확신을 심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25·토트넘)은 8일 오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에미리츠 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으나 슛 1개만 기록하며 전반 45분만 뛰고 물러났다. 그가 A매치에서 골 맛을 본 건 지난해 10월6일 카타르전이 마지막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전에 부임 이후 처음으로 스리백을 들고 나왔고, 후반전엔 K리거를 중용하며 포백으로 전환하는 등 14일 카타르와 월드컵 최종 예선 8차전 원정을 앞두고 여러 실험을 거쳤다. 손흥민을 전반만 투입한 것도 계획된 일이다. 하지만 “(그간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손흥민을 어디에서든 전술적으로 다양하게 실험하겠다”고 말한 슈틸리케 감독의 애초 약속과 거리가 멀었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만 14골을 넣는 등 전 대회 21골을 터뜨리며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1985~1986시즌 독일 레버쿠젠에서 뛸 때 세운 유럽리그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31년 만에 갈아치웠다. ‘탈아시아급’ 선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대표팀만 오면 토트넘에서 활약하던 손흥민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슈틸리케호가 최종 예선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역시 그간 반복된 문제가 곳곳에서 보였다.
◇ 측면에 국한한 단조로운 패턴가장 큰 문제는 활동 범위에 있다. 손흥민의 최대 장점은 빠른 발과 개인 전술, 정확한 슛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올시즌 재능을 만개할 수 있었던 것은 EPL 2년차로 리그 경기 속도에 맞춰 전방 압박으로 풀어가는 팀 색깔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해리 케인, 델레 알리 등 전방 및 2선 공격수와 원활한 위치 이동이 이뤄졌다. 올시즌 넣은 골을 보면 대체로 손흥민이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해결했다. 반면 대표팀에선 역할이 한정적이다. 주포지션인 왼쪽 측면에 자리잡으면서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상대 팀도 이 점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0-1 패)과 지난 3월 시리아 홈(1-0 승) 경기에서 졸전을 펼친 건 상대 수비가 손흥민에게 공급되는 패스를 조기에 차단하고 압박한 탓이었다.
◇ 조력자 경기 감각 제각각…외로운 ‘손’슈틸리케 감독도 인지는 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 명단 발표 자리에서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최전방, 측면에서 골고루 뛰고 있다”면서 “다만 우리와 다른 건 토트넘에선 매일 동료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또 토트넘에선 케인, 알리 등 세게적인 선수와 뛰고 있지만 대표팀에선 모든 시선이 손흥민에게 쏠려 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을 활용하려면 공격진의 다른 선수가 살아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손흥민을 뒷받침할만한 조력자의 컨디션이 제각각인 게 사실이다. 이라크전 원톱으로 나선 지동원은 지난 시즌 독일에서 경기는 많이 뛰었으나 리그 3골에 그쳤다. 오른쪽 날개 이청용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 이라크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그나마 전반에 변화를 준 건 손흥민과 이청용의 좌우 위치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손흥민에게 공이 자주 가다 보니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웠다. 심지어 손흥민에게 지원 사격을 해야 하는 왼쪽 풀백 박주호도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전반에 몇차례 왼쪽 지역에서 손흥민과 연계 플레이를 시도했는데 박주호의 어이없는 패스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손흥민의 현재 컨디션을 극대화할 전술, 전략을 구상하지 못한다면 결국 ‘실험’이란 단어는 허울 뿐인 명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SS포토]손흥민, \'헤딩슛이 땅으로...\'(한국-시리아)](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2017/06/09/news/201706090100042520002924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