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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통역관,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 설기현 코치, 차상광 코치(오른쪽부터)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 번 더 믿고 성원해달라.”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뒷받침될 때 이뤄질 수 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3일 선수단과 중동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한 번 더 믿고 성원해주시면 좋은 결과는 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슈틸리케호’의 본고사는 14일 오전 4시에 열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와 원정 맞대결이다. 아직 어떤 결과도 나온 것은 없다. 다만 8일 열린 이라크와의 모의고사 성적만 놓고 보면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 신뢰를 얻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믿어달라”더니…1년간 원정 경기 무득점+무승

원정 경기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한국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라스알카이마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스리백 등 실험적인 전술을 가동하는 우여곡절 속에 0-0으로 비겼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조기소집했다. 이어 지난 3일 UAE로 가는 등 예전보다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고 이번 이라크전 및 카타르전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만 놓고 보면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본고사가 심히 걱정되는 수준이다.

특히 ‘슈틸리케호’는 최근 1년간 원정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6일 체코와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겼던 ‘슈틸리케호’는 이후 시리아(지난해 9월6일), 이란(지난해 10월11일), 중국(3월23일)과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격돌했으나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무2패를 기록했다. 이번 이라크전에선 원정 경기 고전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며 또 득점에 실패했다. ‘슈틸리케호’는 원정에서 유독 선수들의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나쁘다. 기후와 시차, 경기장 환경 등 다양한 변수에 휘말리며 100%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이라크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이 이어졌다.

◇‘슈팅영개’가 다시 살아났다

‘슈팅영개’의 치욕도 되살아났다. 한국은 지난해 10월11일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홈팀에 끌려다니며 0-1로 패하고 돌아왔다. 이 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그냥 진 것이 아니었다. 예전 이란전과 다르게 볼점유율에서도 밀렸을 뿐만 아니라 유효슛이 하나도 없었다. 한 때 ‘갓틸리케’였던 그의 닉네임이 이 경기를 기점으로 슛이 하나도 없음을 지적하는 ‘슈팅영개’로 180도 바뀌었다.

이라크전에서 한국은 ‘슈팅영개’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90분 내내 시도한 슛이 6개에 그친 점도 아쉽지만 무엇보다 골문 안쪽으로 향하는 유효슛이 하나도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휘어잡은 골잡이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희찬(잘츠부르크)과 황일수(제주)가 스피드와 저돌적인 움직임을 통해 활로를 뚫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카타르 못 이기면 러시아행 어렵다

자신감을 쌓아야 할 평가전이 오히려 대표팀에 고민만 더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오는 10일 쿠웨이트를 경유해 카타르에 입성하는 ‘슈틸리케호’는 당장 공격 전술을 수정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날 가동한 3-4-3 포메이션이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어떤 포메이션을 들고 카타르와 싸우는가도 고민거리가 됐다. 이라크전은 그야말로 ‘슈틸리케호’의 총체적 부실을 증명한 무대로 남았다. 상대팀 카타르는 지난 7일 북한과 치른 비공개 평가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14일 한국전에 빠지는 우루과이 귀화 출신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를 아예 제외하고도 두 골을 넣어 2-2로 비겼다. 최종예선 3차례 홈 경기에서 1승2패에 그치고 있으나 이란, 우즈베키스탄에 아깝게 0-1로 패하는 등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카타르 앞에서 한국은 ‘원정 징크스’만 더하고 있다. 카타르를 이기지 못하면 한국 축구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은 매우 불투명해진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슈틸리케호’가 카타르로 향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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