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잉글랜드-기니 전 지켜보는 신태용 감독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잉글랜드-기니 맞대결을 지켜보고 있다. 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축구의 ‘2017 20세 이하(U-20) 월드컵’ 일정 종료는 신태용이란 지도자가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들과 호흡하는 것도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감독은 지난해 11월 성인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내려와 U-20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임기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번 대회 한국 U-20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로 단축됐다. 신 감독은 당분간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한국 축구가 최근 각급 레벨 대표팀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으나 ‘신태용’이란 지도자의 재발견은 큰 소득으로 꼽힌다. 이용수 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에 의해 2014년 9월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을 맡은 그는 베네수엘라 및 우루과이와의 A매치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이끌어 박수를 받았다. 이어 국가대표팀 코치로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같은 해 동아시안컵 우승에 공헌했고, 이광종 전 감독이 병상에 누우면서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갑자기 잡아 지난해 리우 올림픽 8강 업적을 남겼다. U-20 월드컵에서도 소방수로서의 임무를 다했다. 6개월이란 짧은 기간 속에서도 공격과 재미를 바탕으로 한 특유의 ‘신태용 축구’ 색깔을 입혀 U-20 대표팀의 조기 16강행을 도왔다. 8강 진출 실패는 아쉽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 감독 탓으로 돌리는 이들은 없다. 오히려 신태용이란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죽음의 조’ 속에서도 16강에 갔다는 시각이 옳을 것이다.

3년 가까운 시간 속에 성인과 올림픽(U-23), 그리고 U-20 레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자신의 임무를 무난하게 소화한 신 감독을 한국 축구가 이대로 내버려 두긴 어렵다. 특히 각급 대표팀 레벨을 다양하게 이끌어 본 그의 경험은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최종예선을 통과해 진출한다면)을 필두로 같은 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19년 UAE 아시안컵,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 결국 ‘신태용’이란 자산을 어떻게 투입해서 어떤 로드맵을 쥐어주는가가 축구계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우선 지금 U-20 대표팀 선수들의 연령이 3년 뒤 도쿄 올림픽 출전 연령과 완전히 겹친다는 점에서 신 감독은 ‘도쿄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삼을 수 있다. 내년 중국에서 벌어지는 U-23 아시아선수권 사령탑을 맡긴 뒤 여세를 몰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그리고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2020년 U-23 아시아선수권을 차례대로 맡기는 것이다. 이번 U-20 대표팀은 이승우 백승호 정태욱 송범근 등 많은 유망주들이 U-20 월드컵에서 신 감독의 ‘아빠 리더십’과 어우러져 자신의 잠재력을 뽐냈다. 신 감독은 리우 올림픽 경험도 갖춘 만큼 이를 살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의 재능들과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

반면 신 감독이 이젠 연령별 대표팀이 아닌 성인 국가대표를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신 감독 스스로도 “선수 시절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 만큼 지도자로는 한 번 나서고 싶다”는 바람을 펼친 적이 있다. 또 리우 올림픽과 올해 U-20 월드컵을 통해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성인대표팀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그림도 신 감독 아래서 보다 현실화된다. ‘슈틸리케호’의 부침에 따라 당장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 그의 무대가 될 수도 있고 멀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이 될 수도 있다. 신 감독이 도쿄 올림픽에 도전한다면 이뤄지기 힘들다.

물론 신 감독도 끊임 없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정해진 자리는 없다. 도중에 부진하면 언제든지 물러날 수 있는 게 지도자의 숙명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선 ‘신태용’이란 자산과 한국 축구의 현실을 잘 융합해서 향후 최대 공약수를 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의 도전은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시작인 셈이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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