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GT-100 클래스에서 뛰고 있는 원인선 레이서(원웨이 레이싱 팀)는 지난 2014년 아마추어 레이싱 무대에 데뷔한 뒤 올해 햇수로 4년 차를 맞았다. 차가 좋아서 처음 구입한 차를 레이스카로 만들어 아마추어 무대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그간 다양한 아마추어 대회를 접하며 실력을 쌓았다.
흔히 굉음을 내며 서킷 위를 달리는 모터스포츠를 떠올리면 남자의 로망이자 남자의 스포츠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선뜻 나서기 어려운 스포츠라는 시선이 지배적. 이런 편견과 더불어 여성 레이서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원인선은 나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깨고 꾸준히 도전 중이다. 어엿한 베테랑 레이서로 성장한 그는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레이싱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Q 레이싱 시작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수동차를 타고 싶어서 BMW 1M을 사려고 돈을 모았다. 근데 면허를 따니까 단종되더라. 할 수 없어 다른 수동차를 샀는데 이후 트랙데이라는 걸 접하게 됐고, 그곳에서 만난 분들이 레이싱계에 발을 담글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뭣도 모르고 'CJ 슈퍼레이스' 부터 출전하게 됐는데 그때는 한 번도 완주를 못해서 성적을 측정할 수 없었다. 처음 산 차를 바로 레이스카로 만들고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차에 적응하지도 못한 상태였고 기본기가 부족했다. 그 시즌에 체커기를 한 번도 못받아서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는데 지금의 팀 단장님이 새로운 팀을 만든다고 영입 제의를 해주셨다.
Q 레이싱의 매력은 뭘까.
레이싱은 연습한 만큼 결과가 드러나는 솔직한 스포츠다. 연습에 비례해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아직도 배울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또한 그날의 운과 팀워크, 레이서의 컨디션 등이 다 맞아떨어져야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어서 더욱 흥미롭다.
Q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거 같다.
우리 팀의 서형우 팀장님은 팀장이면서 GT-300 클래스에 출전하는 레이서다. 박재홍 레이서와 아빠, 엄마처럼 팀을 이끌고 계신다. 항상 내 차량을 우선적으로 봐주셔서 내가 최상의 컨디션에서 레이스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늘 팀원을 위해 희생하시고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도 팀장님과 동료 레이서들한테 계속 배우면서 부족한 점들을 채우고 있다.

Q 팀 내 홍일점인데 스스로 팀의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막내다 보니까 모두 잘 해주신다. 여성이라서 잘 해준다기보다는 그냥 팀의 막냇 동생으로 봐주시는 거 같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툭 터놓고 얘기하기도 하고 자주 소통해서 다른 팀보다 돈독하다고 생각한다.
Q 여성 레이서로 장점은.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경기가 방송 중계되는데 아무리 중하위권을 달리고 있더라도 카메라에 한 번쯤 더 잡히는 거 같다. 선두권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때도 관심을 받기 쉽지 않은데 유일한 여성 레이서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 같다. 그리고 체중이 남자 레이서보다 덜 나가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 더 빠른 속도를 기록할 수 있는 거 같다.
Q 해가 갈수록 성적이 상승하고 있다.
2014년 'CJ 슈퍼레이스' 출전 이후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타임트라이얼 경기에 출전했다. 3번의 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2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2015년에는 제네시스 쿠페 TT300 클래스에 출전했고, 시즌 종합 4위 했다. 지난해부터는 아반떼 MD를 타고 GT-100 클래스에서 뛰고 있다. 지난 시즌도 종합 4위를 해서 조금 아쉽지만 해가 갈수록 3위와 포인트 점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기분 좋다. 이번 시즌의 1전에서는 10위를 차지했고, 2전에서는 차량 트러블이 생겨서 완주만 했다. 연습 때 까지만 해도 개인 베스트 기록을 경신해서 예선 결승 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쉽게 됐다.
Q 데뷔 후 현재까지 큰 사고는 없었던 거 같은데 비결이 있을까.
원웨이 레이싱 팀에 들어온 이후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팀장님이 항상 내 차를 가장 먼저 봐주시고 신경써주신 덕분인 거 같다. 모든 레이서들의 차를 다 본 후에서야 팀장님의 차를 체크한다. 완벽하지 못한 차를 탄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아니까 나라면 그렇게 못할 거 같은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Q SBS '더 레이서'를 통해서 얼굴을 알렸다.
지난 2015년에 좋은 기회가 닿아서 SBS '더 레이서'에 출연했다.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은 주로 영암 서킷에서 경기하기 때문에 방송 전까진 인제 서킷을 접해 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처음 달려보는 서킷이어서 긴장되고 어색했다. 영암 서킷은 평지가 많은 반면 인제 서킷은 고저가 있어서 더 재밌게 탔다. 연예인분들은 시간만 나면 인제 서킷에서 연습을 했는데 나를 포함한 레이서들은 여건상 한 번의 테스트 기회 밖에 없었다. 연습을 많이 못하고 촬영에 들어가서 좀 아쉬웠지만 뜻깊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Q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무용과 레이싱을 접목시켜 레이싱 홍보 영상 같은 걸 제작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거 같은데 현재 쏘니 김현수 작가님이 도와주시고 있다. 영상을 재밌게 만들어서 조회 수가 잘 나오면 나를 포함해 팀과 모터스포츠를 알릴 수 있을 거 같아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플래시몹 같은 이벤트를 진행해서 보는 사람도 즐겁고 모터스포츠 홍보도 되도록 열심히 준비 중이다. 많은 후원사들이 홍보해주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Q 올 시즌 목표는.
올 시즌에는 종합 3위 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베스트 랩은 한계치를 두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안주하게 되는 거 같아서 최선을 다해 달려보려고 한다. 또한 기본기를 잘 다져서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레이서가 되고 싶다. 기본기가 안돼있는 상태에서 테크닉만 쌓으려고 하니까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무너진 걸 경험해봤기 때문에 기본기를 잘 다질 생각이다.
Q 구체적인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무용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고 차 못지않게 무용도 좋아하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계속하고 싶다. 지도자로서의 꿈이 있어서 인스트럭터로도 활동하고 무용 교사도 하면서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하고 싶다. 이제 막 차를 타기 시작한 레이서들을 가르쳐 주고 싶고, 무용은 4,50대가 돼서도 학생들을 양성하고 싶다.
Q 어떤 레이서가 되고 싶나.
오랫동안 레이서 생활을 하고 싶다. 꼭 경기가 아니어도 트랙 데이에 참가하거나 인스트럭터로 활동하고 싶다. 다양한 대회를 접하고 많이 배워서 내후년까지 성적을 잘 쌓을 계획이다. 성적을 올려서 많은 팀과 후원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는 레이서가 되고 싶다. 지금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나중에 현실의 벽에 부딪힐 것을 대비해 잘 다듬고 싶다.
사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 원웨이 레이싱 팀(oneway motorsport)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