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U-20 월드컵’ A조 한국-아르헨티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팬들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전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전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이번에도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였다. 위기의 흐름에서 온전히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뒤집는 실력, 그리고 화려한 세리머니까지, 스타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이승우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도전 중인 신태용호의 2연승 및 16강 조기진출을 이끌었다. 이승우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전반 18분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리며 2-1 승리 선봉에 섰다. 사흘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니(3-0 승)와 1차전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넣은 이승우는 대회 두 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다.

기니전처럼 상대 흐름을 깨뜨리는 골이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더 빛났다. 잉글랜드와 1차전에서 0-3 완패한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국전이었다. 초반부터 강한 전진 압박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수비 지역서부터 잦은 패스 실수를 범하면서 초반 15분을 어렵게 끌고 갔으나 단 번에 뒤집은 건 이승우의 개인 능력이다. 이전까지 한 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한 한국은 전반 18분 역습 기회에서 이승우가 ‘원샷원킬’ 결정력을 뽐냈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조영욱이 재빠르게 뒤에서 달려든 이승우를 보고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공을 내줬다. 이승우는 하프라인부터 30여m를 질풍 같은 드리블로 치고들어가 상대 진영을 향했다. 아르헨티나 중앙 수비수 후안 마르코스 포이트가 달라붙었으나 여유롭게 왼쪽으로 벗겨낸 그는 순식간에 문전에 도달, 상대 골키퍼가 전진한 것을 보고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코리언 메시’ 별명을 갖고 있는 이승우는 리오넬 메시의 나라인 아르헨티나 선수들 앞에서 메시 부럽지 않은 돌파와 감각적인 슛으로 남미 축구 강국의 자존심을 무너트렸다. 그는 선제골 이후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댄스 세리머니로 전주성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이승우는 지난 20일 기니전에서도 동료들이 초반 긴장한 나머지 빌드업(공격작업)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 막판 2선 지역까지 내려와 공을 소유한 뒤 번개같은 전진 드리블을 통해 오른발 선제골을 터트렸다. 3골 차 대승의 디딤돌 구실을 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한국은 이승우의 선제골이 터진 뒤 조영욱과 백승호 등 다른 공격수의 움직임이 살아났다. 전반 막판 조영욱이 페널티킥을 이끌어내고 백승호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데 밀알이 됐다.

득점 뿐 아니라 이승우는 여우같은 행동으로 경기 주요 흐름을 주도했다. 한국이 후반 한 골 차 아슬아슬하게 앞설 때 아르헨티나의 공세가 거셌다. 이승우는 후반 19분 거칠게 상대와 맞섰고 그라운드에 누워 일부러 상대 공격 흐름을 끊는 등 축구를 넘어 경기를 할 줄 아는 선수의 면목을 펼쳤다. 재정비한 한국은 곧바로 이승모의 예리한 중거리슛으로 아르헨티나 골문을 위협하는 등 다시 공격 흐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밖에 조영욱이 공격진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 이후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내려고 했을 때도 이승우가 가장 먼저 달려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등 실력만큼이나 남다른 리더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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