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성근 감독 \'항의도 안 통하고\'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17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3회초 NC 이상호 번트파울 상황 때 문승훈 심판의 판정에 항의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정말 자진사퇴한 것일까. 워딩 자체로 놓고보면 자진사퇴가 맞다. 배경을 따져보면 경질이다. 김 감독의 퇴진과 둘러싼 의혹을 풀어봤다.

◇예의없는 구단에 격노

발단은 지난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삼성과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패한 뒤 일어났다. 경기 후 몇몇 선수들의 특별타격훈련을 준비하던 김 감독에게 구단 직원이 “단장께서 훈련을 자제 하라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감독 취임 직후부터 불거진 ‘혹사’ 논란에 박 단장이 대면이 아닌 전령을 시켜 의사를 전한 게 김 감독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 전부터 예의를 갖추지 않은 ‘야구인’ 박 단장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김 감독이 폭발한 직접적인 배경이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께서 ‘훈련도 마음대로 못하는 게 어떻게 감독인가. 이런 상태라면 팀을 지휘할 수 없다’고 격노하셨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곧바로 모든 훈련 일정을 취소하고 코칭스태프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만 해도 ‘화가 나셔서 그러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룹과 구단 양동작전

김 감독은 한화 그룹 스포츠단을 총괄하는 임원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임원은 23일 오후 대전으로 내려가 김 감독과 면담을 갖기로 했다. 구단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광수 수석코치에게 권한대행 역할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고, 수 차례 감독 물망에 오른 이상군 투수코치에게 권한 대행을 맡기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편으로는 그룹 임원이 김 감독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스포츠서울이 경질 보도를 한 이후 “감독이 사의표명을 했고, 수용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배경이다. 한화 구단측은 “그룹 내부 감사에 의한 경질은 절대 아니다. 감독께서 먼저 사의를 표명하셨고, 오늘(23일) 구장에 오지 않으시겠다고 해 임시로 권한대행을 임명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SS포토]히어로 비야누에바, \'이글스에 녹아들고 있어요~\'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승리투수 비야누에바가 경기후 수훈선수로 소개되자 미소를 띠고 있다. 왼쪽은 박종훈 단장. 이주상 선임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내부감사 정말 없었나?

구단측은 “항간에 알려진 내부감사는 정말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는 “프런트와 현장의 갈등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그룹에서도 해당 사안에 관심을 가진 게 사실이다. 감독뿐만 아니라 단장의 공과에 대해 조용히 검토를 했다”고 말했다. 극비리에 진행된 터라 내용과 범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심을 갖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감사를 진행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감사 결과가 김 감독의 퇴진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단장이나 감독 모두 공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돼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라고 귀띔했다. 구단측은 “그룹에 스포츠단을 관장하는 임원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구단 내부 사정을 사사건건 간섭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구단의 주장대로 김 감독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구단을 떠나게 됐지만 맥락적 흐름을 따져보면 사실상의 경질이라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견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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