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오승환 \'팀 코리아 구세주\'
한국 야구대표팀이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3차전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 오승환이 9회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끝판왕’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의 대표구종은 ‘돌직구’로 불리는 빠른 공이다. 오승환이 던지는 빠른 공은 분당 회전수가 2143회에 달한다. 초당 40.85번 돈다. 강력한 회전 덕분에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도 최고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재미있는 점은 오승환의 포심 패스트볼 그립이 다른 투수와 차이가 있다. 검지와 중지 마디로 실밥을 걸듯이 쥐고 릴리스 순간 강하게 채주는 것이 일반적인 투구법이다. 하지만 오승환은 검지와 중지 끝으로 공을 찍듯이 쥐고 던진다. 엄지손가락은 구부린채 볼에 살짝 내고 있어 언뜻 강한 힘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

독특한 그립에도 볼에 강한 회전을 걸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kt 김진욱 감독은 “지력(손가락힘)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우리 투수들에게도 한 번씩 지력을 측정한다. 투수들의 검지와 중지를 내가 감싸 쥐고 힘껏 당겨보라고 한다. 그 힘이 강할수록 볼에 강한 회전을 걸 수 있다. 지력이 정말 강한 선수들은 포심을 잡을 때 손가락 마디가 아닌 손끝으로 찍는 듯 쥔다”고 설명했다.

투수들이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구속보다 회전수가 훨씬 중요하다. 같은 140㎞짜리 볼이라도 회전이 많이 걸린 공은 포수 미트까지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밀고 들어온다. 타자 입장에서는 맞아서 앞으로 나가야 할 타구가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을 한다. 스카이스포츠 이병규 해설위원은 “오승환의 공은 릴리스 이후 홈플레이트를 지나 포수 미트에 꽂힐 때까지 속도가 줄지 않는다. 힘이 아닌 회전력으로 던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요즘 후배들 중에는 kt 김재윤이나 LG 고우석이 볼 끝에 힘이 좋다”고 말했다.

[SS포토] 김재윤, 철벽 마무리로 6 세이브 달성
2017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투수 김재윤이 9회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지력을 강화하는 법이 따로 있을까. 김 감독은 “훈련을 통해 어느정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현역 때 의자에 앉아있을 때 검지와 중지를 모서리 같은데 걸고 잡아당기는 훈련을 습관처럼 했다. 현대 야구는 타자들의 타격기술이 워낙 좋아졌고 배트 반발력도 강해졌기 때문에 볼 끝이 살아있어야만 제압할 수 있다. 회전이 좋아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을 하면 타자 입장에서도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의식을 심어주면 타자와 기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시속 160㎞짜리 강속구가 아닌데도 오승환의 빠른 공을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때려내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승환은 사과를 가로로 쪼갤 정도의 악력을 자랑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음료수 병 뚜껑을 엄지와 검지로 눌러 반으로 접는 것을 놀이처럼 했다”고 돌아봤다. 남다른 ‘지력’을 가지면 구속이 늦더라도 볼에 강한 회전을 걸어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 타고투저 시대에 투수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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