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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페리코리아(구 DTS코리아) 사무실에 마련된 데모 룸. 이 곳에서 버추얼 X 같은 신기술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버추얼 X는 사운드바 하나로 전에 없던 소리의 고저차까지 표현한다.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오디오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라면 DTS라는 회사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돌비 래버러토리스와 더불어 서라운드 사운드 포맷을 대표하는 DTS는 DVD와 블루레이 시절 높은 밀도감과 사실적인 서라운드 사운드로 AV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DTS가 지난해 테세라홀딩코퍼레이션(Tessera Holding Corporation)에 인수됐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DTS 사명도 엑스페리(XPERI)로 새롭게 바뀌었다. 단, DTS는 기술 브랜드로 계속 사용될 전망이다.

엑스페리의 기술브랜드 중의 하나인 포토네이션(FotoNation)은 홍채·몸·얼굴인식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제 여기에 DTS의 음향 솔루션과 HD 라디오 등이 더해져 보다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음향기술만 더하는 것은 아니다. 엑스페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자사의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 음향기술에서 벗어나 모바일, 자동차 등의 분야 등으로 사업영역이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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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코리아 지사장을 포함해 엑스페링코리아 지사장까지, 한 곳에서 9년간 대표 직을 맡고 있는 유제용 대표. 유 대표는 지사라는 생각을 버리고 본사라는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빨리 빨리 해 다른 외국 기업들보다 업무 추진 속도가 빠른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엑스페리코리아의 지사장은 앞서 DTS코리아 지사장이었던 유제용 대표가 변동 없이 맡고 있다. 유 대표는 현재 9년째 지사장 직을 맡고 있는 장수 대표다. 보통 외국계 회사, 특히 북미 쪽 회사에서는 대략 3년 정도 임기 동안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사직을 권고하곤 하는데 장장 9년이나 대표 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DTS를 비롯한 자사 기술과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답했다. 유 대표는 DTS코리아 대표 직을 수락하기에 앞서 본사에 의사결정 권한을 명확하게 위임받고 대표직을 수락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한국인으로서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국 고객사와 DTS가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온 게 고객사와 미국 본사 양쪽 모두에게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외국계 회사들은 보통 3년 정도 바라봅니다. 사람 뽑고, 3년 동안 실적이 나오는지를 기다리며 주시하죠. 그러나 미국의 방식으로는 의사결정이 늦어지게 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결정 권한을 위임받고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조직력을 갖췄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객사의 요청에 대한 대응과 지원이 빨라졌고 의사결정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리스크도 일부 있었지만 그것은 대표로서 제가 책임을 졌습니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주인의식을 강조해왔다. 지사라는 생각을 버리고 본사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필요하면 본사도 부릴 수 있도록 했다. 9년간 그렇게 능동적으로 일하는 동안 일본은 지사장이 4번, 중국도 3번 교체됐는데도 유 대표는 변동 없이 대표 직을 맡아서 해나갈 수 있었다. 본사와 ‘기브 & 테이크’ 할 수 있는 수평적 관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롭게 엑스페리코리아 지사장이 된 유 대표는 이제 더 할 일이 많아졌다고 즐거워했다. DTS 뿐만 아니라 북미 디지털 라디오 규격인 HD 라디오, 홍채·얼굴인식 등의 기술을 간직한 포토네이션, 반도체 패키징 전문업체 테세라 테크놀로지(Tessera Technologies),인벤사스 코퍼레이션(Invensas Corporation) 등의 업무까지 늘어난 것이다. 그에 맞춰 회사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DTS 직원도 400명에 달하던 것이 엑스페리가 되면서 700명으로 70% 이상 늘었다. 엑스페리코리아도 지난해 11명에서 현재 14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하지만 이 인원만으로 VR(가상현실), DMS(Driver Monitoring System) 등의 신규사업을 하기에 부족하다. 향후 업무가 늘어나면서 직원도 충원할 전망이다.

엑스페리코리아는 최근 LG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LG 노트북 ‘올데이 그램’과 ‘톤플러스 스튜디오’에 DTS 기술이 적용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와 기타 가전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 TV에 DTS 코덱이 적용됐다.

“저희가 야심차게 준비한 헤드폰 X에 대한 진척이 다소 느린 것은 맞습니다. 국내보다는 중국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대신 이 기술에 VR 기술을 더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갈 계획입니다. 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과도 버추얼 X 신기술 적용을 적극 검토 중에 있습니다. 이 기술은 3차원 음장 기술이 들어갑니다. 객체 기반 사운드에 높이 요소를 추가한 버추얼 X는 좁은 차량 안에서도 콘서트 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엑스페리코리아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데모 룸에는 버추얼 X 테스트를 위한 데모 룸이 마련됐다. 낮게 설치한 사운드바 하나일 뿐인데 위쪽에서, 뒤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엑스페리의 DTS 기술은 물리적 공간 제약을 없애는 새로운 방식이어서 주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part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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