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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테니스가 즐거워졌다. 이제 ATP 투어 우승도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로 성장한 정현(세계랭킹 66위·삼성증권 후원)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BMW오픈을 마치고 8일 귀국해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인터뷰를 갖고 최고의 한 달을 보낸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이날 오전 7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니 여독이 풀렸을리 없겠지만 환한 표정을 지은 정현은 “지난 해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성숙해졌다. 테니스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신체 밸런스,유연성,힘 등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힘들었지만 이를 견딘 것이 강해진 이유”라고 밝혔다. 한 달만에 한국땅을 밟은 그의 모습에서는 전과 달리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지난 해 복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세계랭킹이 146위까지 떨어졌던 정현은 지난 4월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투어를 돌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내용을 보면 지난 해 이맘때의 정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도로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지난 4월 US클레이코트 챔피언십에서 16강에 올랐고 이어 바르셀로나오픈에서는 8강 그리고 BMW오픈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ATP투어 4강에 진출해 한달만에 세계랭킹을 66위까지 끌어올렸다. 성적도 일취월장했지만 그는 지난 한달간 마치 ‘벽돌깨기’를 연상시키듯 상위권 선수들을 잇따라 격파해 테니스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필립 콜슈라이버(31위·독일) 알렉산더 즈베레프(21위·독일)를 연파했고 BMW오픈에서는 톱시드인 가엘 몽피스(16위·프랑스)를 꺾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잘 하는 선수들과 경기를 하다보니 모든 포인트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정상급 선수들과 경기를 하니 나만의 리듬이 생겼고 무엇보다 테니스가 즐거워졌다”는 것이 그가 밝힌 비결이다. 덧붙여 “다른 나라 ATP 투어 선수들이 전에는 나를 깔아보며 상대를 안했는데 지금은 눈을 맞추며 반갑게 대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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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그는 BMW오픈에서 결승 진출의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그 4강전 상대가 바로 전 주에 열린 바르셀로나오픈에서 이겼던 기도 펠라(158위·아르헨티나)였는데 1-2로 역전패를 해서 더욱 아쉬움이 짙다. 만약 이겼더라면 정현은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의 이형택 이후 한국 선수로는 14년 4개월 만에 ATP 투어 단식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준결승 생중계(스카이스포츠)는 0.670%의 시청률을 기록해 최근 2년간 국내에서 중계된 테니스 대회 중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올해 초 열렸던 호주오픈 결승전 로저 페더러-라파엘 나달 경기 생중계 시청률 0.676%에 맞먹는 수치를 기록해 달라진 정현의 위상을 느끼게 해줬다. 이에 대해 그는 “그날 4강전에 앞서 8강전 3세트 잔여 경기를 치렀는데 그 경기를 마친 뒤 긴장이 너무 풀렸다. 정말 마음 편하게 4강에 임한 것이 정도가 심해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패인”이라면서도 “그러나 한 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샷이 없었다. 그게 내가 정말 달라진 부분”이라고 자신했다.
당초 정현은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ATP 휠라 서울오픈 챌린저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출전 신청을 철회했다. 그는 “일부러 대회에 불참하는 것은 아니고 냉정하게 몸 상태를 확인한 결과다. 팔꿈치 상태가 약간 안좋은데 보호 차원도 있다. 다음 주 부산 대회는 몸 상태를 봐서 다시 결정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부산 대회에 나가지 않으면 일주일 후 그랜드슬램 대회인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리옹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우선 메이저대회 1회전 승리만 있기 때문에 프랑스오픈에서는 두 번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그는 “이번에 4강에도 올랐고 톱 랭커들과도 많이 겨뤄봤기 때문에 ATP 투어 첫 우승도 사정권에 들어온 것 같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면 그때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며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감으로 가득한 그 눈빛은 첫승의 그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약속하는 듯 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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