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1982년 3월 27일 동대문 야구장에서 벌어진 한국 프로야구(KBO)의 역사적인 개막전. 그때 당시 시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이제는 일반화된 연예인 시구의 시초는 1989년 4월 8일 빙그레 이글스와 해태 타이거즈가 맞붙은 광주 개막전의 배우 강수연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시구 역사는 어느덧 햇수로 36년이 됐다. 시대가 변하면서 시구도 사람이 하는 것에서 무인 시구의 시대까지 다채로워졌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건 야구공 하나에 이야기와 감동이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최근 막내 구단 kt 위즈가 독창적이고 참신한 시구 행보를 걷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kt에서 시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한승 과장은 이 분야에서 9년간 일해온 베테랑이다. 수도권의 한 구단에서 4년간 시구, 이벤트 등의 업무를 담당해오다 2015년 kt가 1군에 들어서면서 2015년 수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2일 kt의 홈구장이 위치한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이 과장을 만나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다양한 분야의 시구자들 선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구자 선정 기준은?


이한승 과장(이하 이 과장) : 명확한 가이드 라인은 존재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다. 일반적으로 연예계 스타들, 경기가 열리는 시기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분들 위주로 시구자를 선정한다. 사회에 큰 공헌을 하신 분이라든지, kt 위즈를 열렬히 응원하시는 분들도 가능하다.


Q. 시구 관련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가.


이 과장 :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팀원들과 회의를 통해 얻는다. 구단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때도 있다. 직업병이긴 한데 간간이 브라운관에 나오는 스타들을 보고 '저분도 시구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무의식중에 업무를 염두에 두고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셈이다.


Q. 시구자 선정에 있어서 어느 부분에 가장 큰 목적을 두는가.


이 과장 : 연예인 섭외를 예로 들어 말씀드리면, 여느 구단이든 간에 골수 팬이라든지, 톱스타들을 섭외해 홍보 효과를 누리고 싶어 한다. 톱스타들의 시구가 이뤄지면, 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길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kt는 조금 다르다. 신생 구단이니만큼 톱스타를 섭외하기보단 이제 막 연예계에 데뷔한, 아직 대중으로부터 빛을 보지 못한 스타들을 섭외한다. 동반 성장을 꿈꾼다고 보면 된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에 이분들이 큰 인기를 얻어 톱스타 반열에 오른다면 우리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연예계 스타들이 오면 '저희 구단의 팬이 되셨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Q. 역대 kt 시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2015년에 있었던 해외 파병 중사의 감동적인 시구이다.


이 과장 : 당시가 6월 호국 보훈의 달이었다. 때 마침 해외 파병 부대와 접촉이 있었다. 그래서 제안을 했고, 부대 관계자들이 시구 콘셉트를 듣고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그때 주인공인 도경원 중사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벗었을 때 '혹시 못 알아보면 어떨까', '감동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내분이 정말 큰 감동을 받고 눈물까지 흘렸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도 큰 감동을 받았다.


Q. 매년 개막전에서 선보인 독창적인 시구도 화제다.


이 과장 : 아무래도 IT 그룹이다 보니 다른 구단과는 차별화된 시구를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본사와 색다른 방식으로 시구에 접근하게 됐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사람 말고 무인으로 해보자'는 의견이 큰 지지를 얻어 개막전에 선보이게 됐다.


그때 나온 게 불꽃 시구, 드론 시구이다. 개막전에서 보여주는 독창적인 시구를 kt만의 전통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되지만 내년에 더욱 신선한 시구로 박수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기억에 남는 시구자와, 시구자로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이 과장 : 아무래도 그룹 레인보우 출신 지숙 씨가 기억에 남는다. 지숙 씨는 야구에 대한 관심이 많고, 또 우리 팀과 인연으로 매년 수원 kt위즈파크를 찾는다. 지난달에도 시구를 했다. 저희 입장에서는 연예인 홍보대사 격이다. 감사드린다. 앞서 언급했듯 도경원 중사의 시구 역시 기억에 남는다.


요청하고 싶은 시구자로는 배우 현빈 씨가 있다. 모 기업 모델이다 보니 시구를 부탁드려보고 싶다.


Q. 끝으로 한 마디.


이 과장 : kt는 다른 구단에 비해 시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시구를 통해 kt를 알리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도 스토리 있는 시구로 야구 팬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 또한 시구자를 통해 kt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져 그들과 함께 동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미디어국 wayne@sportsseoul.com


사진ㅣ네이버 스포츠,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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