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시즌별 구종 분포도
LA 다저스 류현진.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A 다저스 류현진(30)의 눈부신 야구지능이 만든 첫 승이었다.

류현진이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두뇌피칭으로 첫 승 사냥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9탈삼진 1실점 호투로 선발승을 거뒀다. 이로써 류현진은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무려 97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2015년 5월 투수에게는 사형선고라 불리는 어깨 관절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부활’을 향한 첫 번째 발자국을 선명하게 찍었다.

류현진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 투수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명품 투구였다. 네 번째 구종이 불과했던 커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머릿속에 체인지업이 가득한 필라델피아 타자들을 거침없이 돌려세웠다. 실제로 이날 류현진이 기록한 탈삼진 9개 중 4개는 커브로 잡아낸 것이었다. 필라델피아 우타자들이 바깥쪽 체인지업에 대비할 때마다 바깥쪽 커브를 구사해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체인지업을 앞세워 967일 만에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후 곧바로 전략을 수정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류현진에게 커브는 결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커브는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초구로 선택하거나 간간이 타자의 시선을 흔들기 위해 사용했던 보조구종에 불과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놓고 봐도 체인지업이 21.2%, 슬라이더가 14.6%였고 커브는 11.2%로 가장 낮았다.

그런데 이날 류현진은 업그레이드된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단순히 커브의 비중만 높인 게 아닌 커브를 던질 때 팔의 각도를 올리면서 커브의 낙폭을 크게 만들었다. 통계 전문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www.brooksbaseball.net)에 따르면 올시즌 커브를 던질 때 류현진의 릴리스포인트 높이는 평균 6.05피트(약 184.3㎝)로 측정됐다. 슬라이더(평균 6.02피트), 직구(평균 5.98피트), 체인지업(평균 5.81피트)에 비해 커브 구사시 팔의 높이가 현저하게 높았다. 공을 잡아채는 지점이 높은 만큼 떨어지는 각의 크기도 커졌다. 2013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류현진의 커브 수직 무브먼트는 평균 7인치(17.79㎝) 수준이었으나 이날은 평균 10인치(25.4㎝)에 달했다. 볼배합에도 변화를 줬다. 류현진은 마지막 공으로 커브를 다섯 차례나 선택했다. 커브를 결정구로 구사한 것이다.

류현진은 매년 구종을 진화시키며 빅리그를 주름잡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인 2013년 감독과 코치스태프 설문조사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내셔널리그 전체 2위로 평가받았다. 상대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리기 시작하자 2014년에는 클레이턴 커쇼의 슬라이더 그립을 참고해 고속 슬라이더를 터득했다. 그리고 수술과 재활이란 긴 터널을 통과한 올해에는 커브를 앞세워 돌파구를 찾았다.

‘진화하는 괴물’ 류현진의 빅리그 정복 세 번째 시즌이 973일만의 첫 승 신고를 신호탄 삼아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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