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TI(전자부품연구원) 박청원 원장
KETI(전자부품연구원) 박청원 원장은 자체개발한 기술을 중소기업들에게 100% 이전해 해외시장과 대기업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싶다고 밝혔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강헌주기자]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중소기업들에게 100% 이전해 해외시장과 대기업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싶다.”

전자부품연구원(이하 KETI, Korea Electronics Technology Institute) 박청원 원장(56)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KETI에 쌓아놓은 보물들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려 그 가치를 높이는 게 자신이 할 일 이라는 것. 박 원장은 중소기업에게는 부족한 2%를 메워주고, 대기업들이 미처 개발하지 못한 기술들을 제공하는 게 KETI의 임무라고 밝혔다.

KETI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연구기관이다. 일반인 뿐 아니라 KETI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도 꽤 많다. 전자부품연구원이라는 명칭 탓도 있지만, 좁은 의미의 전자부품 연구에만 한정된 곳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KETI 홈페이지를 한번이라도 들러본 사람이면 꽤 놀랄 것이다. KETI가 주력하고 있는 기술들은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로봇·AI(인공지능),에너지IT 등이다. 그야말로 요즘 핫하다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석·박사 연구원만 313명에 이른다.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전략기지인 셈이다.

30여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KETI 제 7대 원장에 취임한 박청원 원장은 간판 ‘홍보맨’이자 ‘영업맨’을 자처하고 있다. 박 원장은 올해 내 KETI가 개발한 면상발열체가 독일 BMW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MW는 기술협력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KETI에 차세대 전기차 i3를 기증하기도 했다.

KETI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기술 하나만 지목하라고 묻자, 박 원장은 잠시 망설이더니 스마트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기술플랫폼들이 스마트폰에 집약되었다면, 조만간 스마트카가 이를 대체할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기분좋은 봄바람을 만끽하며 경기도 분당에 있는 KETI를 찾아 박청원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KETI(전자부품연구원) 박청원 원장
KETI 박청원 원장은 연구소의 홍보맨이자 영업맨을 자처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시장에 알리고 상품화시키는 게 자신의 주요 임무라고.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KETI를 생소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KETI는 지난 1991년 산업계의 요구로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과 신기술개발을 통한 신산업창출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생산기술연구기관이다. 설립시 정부와 삼성, LG 및 중소기업 등 전자산업 관련 74개 기업이 출연에 참여했다. 전자·IT분야 산업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공동기술개발 부터 사업화까지 기업들과 기술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 국가공인 시험평가기관으로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의 시험·인증평가, 자문 등을 통해 제품에 대한 수요기업의 신뢰성 확보, 클레임 예방 및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KETI 원장 취임 후 느낀 점들은.

KETI는 명목상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산하 연구기관이지만 정부 지원은 거의 없는 사실상 민영기관이다. 25년간 100% 우리가 수익을 창출해서 운영하고 있는 사실상 민간기업이다. 처음 부임해서 내가 할 역할이 뭔가에 대해 고민했다. 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들이 꽤 많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거의 사장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상업화 시키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었다. BMW와의 협력도 이 과정에서 진행된 것이다. 우리가 직접 100% 개발한 면상발열체를 보여주니 BMW가 적극 관심을 보였다. 신뢰성 테스트가 끝나면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BMW에 납품하도록 할 계획이다. 빠르면 올해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발열소재는 인기가 많아 여러 기업들에서 협력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이 있다면.

취임후 연구원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기업과 함께하는 기업중심의 기반을 마련한 부분이 가장 보람있었다. KETI가 처한 상황을 점검해, 연구원의 R&D 역량을 시장중심으로 강화하고 보유중인 모든 R&D성과를 기업과 공유하는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을 통해 선진국형 전문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했다.

KETI(전자부품연구원) 박청원 원장
KETI 박청원 원장은 ‘글로벌 협력 모델’ 구축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세계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기술개발은 민간기업연구소도 하고 있는데, KETI의 강점이 있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는 쉽지않다. 특히 글로벌기업들은 만나기도 어렵다. 하지만 KETI는 국책 공공연구기관이니 글로벌기업들과의 만남도 쉽게 이뤄진다. 대기업도 자체 연구기관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기술을 우리가 개발해줄 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가교역할도 우리의 중요한 임무다.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100% 상품화에 이르기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KETI가 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중소기업을 도와줄 수 있다.

-중소기업들의 연락이 많나.

중소기업들이 KETI가 정부기관 연구소라 진입문턱이 높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아직 기업들도 KETI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대기업들은 어떤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은 자체 연구소에 많이 의존해 아웃소싱에 인색하다. 우리가 직접 대기업들을 불러서 개발한 기술들을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정부 연구소의 기술개발에 대해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데, 직접 설명을 듣고 우리 기술에 대해 놀라곤 한다.

-올해 기대하고 있는 성과가 있다면.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기업협력전략을 수립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협력 모델’ 구축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세계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 늘릴 계획이다. 대표적 성과가 기대되는 사례는 KETI의 첨단 발열소재를 활용, BMW에 전기차 부품 개발 및 납품이다.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다. 이외에도 GE 등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과 이러한 협력모델을 적극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에게 글로벌 기업과 협력할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으로 기술이전은 어느정도 이뤄지고 있나.

KETI 기술이전은 중소·중견기업 신제품 개발 및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KETI 기술이전 계약의 100%를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출범한 ‘기업협력플랫폼’의 활성화로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이전 실적은 전년비 계약건수 기준 244%, 계약금액 기준 25%가 증가됐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기술개발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 화두로 대두되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4대 기반기술+5대 전략분야’를 선정하여 R&D를 중점 추진 중이다. 4대 기반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어 주춧돌 역할을 하는 스마트센서, 첨단소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이다. 5대 전략기술에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웨어러블 디바이스, VR·AR, 지능형 에너지 분야가 포함된다.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예산을 투입,‘미래전략기술’을 매년 2~3개 선정하여 육성 중이다. 올해는 인공지능과 VR·AR 분야를 중심으로 R&D 기획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분야는 자동차, 의료, 제조 등 다양한 산업과 접목을 위해 AI 사업기획단을 운영 중이다. 최근 연구원은 미래부가 주관하는 인공지능 R&D 사업의 총괄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협력하여 ‘머신러닝’ 분야의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기술을 한 가지만 든다면.

스마트폰 다음 플랫폼은 자동차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기술 플랫폼이 스마트폰에 집약되었다면, 차세대 플랫폼은 자동차가 될 것이다. 자동차는 전자기기 쪽에 가까워질 것이다. 다양한 융합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KETI는 전기차·자율주행·배터리와 관련해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희망이 있다. 인공지능도 당연히 주요 관심사지만 선진국에 비해 연구 여건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고.

-2017 서울모터쇼에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전시했는데 해외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국내외 자동차 관련 업체들과의 협력사항은 어떻게 되는지.

KETI는 민간 협의체인 ‘자동차 융합 얼라이언스’에서 자율주행 분야인 전장화 분과의 간사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ETI가 보유한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로는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WAVE(Wireless Access in Vehicular Environments, 도로전용통신망 기술), 영상인식 등이 있다. 특히 라이다 기술은 미국, 독일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소형화된 광학계 구조와 독자적인 레이저 출력 가변 제어기술을 적용, 해외제품 대비 20% 이상의 탐지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달부터 국내 완성차 업체와 공동으로 실차 장착을 통한 성능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물인터넷 플랫폼은 표준화가 관건인데, 이에 대한 전망은.

태생적으로 사물인터넷 생태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연관되어 있고 기술 분야가 복잡하다. 하나의 표준이 생태계를 장악하기보다는 표준과 표준, 표준과 비표준간 기술이 상호 연동하여 서로 공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oneM2M, OCF를 중심으로 한 표준 플랫폼과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개별 플랫폼이 사물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KETI는 IoT플랫폼(모비우스) 기술과 함께 타 표준 및 비표준과의 연계 기술을 사물인터넷 오픈소스 협의체인 OCEAN을 통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IoT Open Lab‘ 개설을 통해 검증환경을 제공해, 중소·중견기업이 보다 쉽게 IoT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감명 깊게 읽으신 책을 추천한다면.

먼저 ‘프레임’(최인철 저)이란 책이다. 이 책의 요지는 ‘생각의 프레임(틀)을 바꾸면 인생 또는 세상이 바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사고의 틀(프래임)로서는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생존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이다. 이 책은 같은 사물이나 사실을 보더라도 프레임을 바꾸면(즉 고착화된 프레임을 리프레임 하면), 완전히 새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한 권을 들자면 ‘인공지능과 딥러닝’(마쓰오 유타카 지음)이란 책이다. 인공지능의 탄생과 확산이 늦었던 이유, 인공지능과 딥러닝의 기본 개념,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들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해 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하고 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기술서적이다.

lemo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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