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누적관객 1만명 돌파.


800만 관중을 돌파하고 900만 관중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1만 명이라는 숫자는 보잘 것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숫자가 1군이 아닌 2군, 그것도 한 개의 구단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국내에서 프로야구 2군은 1군 무대에 올라오는 스타들을 키워내는 산실임에도 불구하고 야구팬들에겐 그저 먼 곳에 있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같은 곳으로 인식돼있다. 그런만큼 1군에 비해 야구팬들의 관심 역시 현격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여기, 지역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마케팅과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면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는 프로야구 2군 구단이 있다. 이곳은 2015년 창단된 이래 지난해 기준 누적관중 1만 명을 돌파했다. 공식적으로 집계가 되는 주말 관중수만 합한 것이 1만 명이니 평일 관중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우리동네 야구단'이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지역민들의 놀이터 혹은 쉼터가 되고 있는 이곳은 바로 NC 다이노스 2군 고양 다이노스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중심에는 심보영 사업팀장과 그의 팀원들이 있다.


심보영 사업팀장은 2015년 고양 다이노스가 창단될 때부터 현재까지 구단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구단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처음 창단될 때만 해도 사무실이 없어 야구장이 있는 고양이 아닌 판교로 출퇴근할 만큼 환경이 열악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고양 다이노스는 프로야구 2군 중에서 성적 뿐 아니라 자생력에서도 손꼽히는 구단이 됐다.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고양 다이노스 홈구장인 고양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심보영 사업팀장을 만나 구단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사업팀장이라는 직책에 있다.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심보영 팀장 : 많이 받는 질문인데 답하기가 참 애매하다(웃음). 마케팅만 하는 것은 아니다. 2군에서 선수단 운영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맡고 있다고 보면된다. 마케팅이나 홍보쪽 일도 하고 있고, 여러 사업들도 함께 하고 있다. 많이 바쁜 편이다.


Q. 마케팅을 전공하고 여러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양 다이노스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심보영 팀장 : 야구는 옛날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구단에서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원래 전공은 영어교육이다. 임용고시를 보고 영어 교사를 3년 반 동안 했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박차고 나왔다. 비즈니스와 스포츠 마케팅을 하고 싶었다.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다가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어서 MBA 공부를 하러 떠났다. 이후 한국에 와서 모바일 게임 회사에 들어가 모바일 마케팅 업무를 봤다. 그 때도 야구는 항상 팬으로서 지켜봤다. 모바일 마케팅 업무를 한 것은 미국에도 MLB 어드밴스드 미디어에 모바일 마케팅 전문가가 필요하듯이 '이것이 한국에 들어오면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어느날 우연히 지인이 NC 대표를 만나러 간다길래 무작정 따라갔다. 그 곳에서 야구단 마케팅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이후에 대표님과 식사자리를 다시 가졌다. 그 때 대표님이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그렇게 고양 다이노스의 시작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시작을 함께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Q. 야구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직접 야구를 하기도 하나.


심보영 팀장 : 다이노스에서 후원하는 W다이노스라는 여자야구단이 있다. 가입은 했는데 정식멤버가 못됐다. 그냥 이름만 올려놨다(웃음).


Q. 경기장을 둘러보면 1군 못지않게 여러 기업들의 광고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스폰서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고양 다이노스의 비전과 성공에 대한 확신을 상대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고양 다이노스의 어떤 부분을 부각시켜 어필을 하나.


심보영 팀장 : 2015년 처음 이곳에 왔다. 시즌이 4월에 시작하는데 1월에 입사했다. 시간이 많이 부족했고, 많이 퇴짜를 맞았다. 당시엔 고양 다이노스라는 이름도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너는 누구라고?" 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상대방이어도 우리를 만나주지 않을거 같았다.


이전 직장에서는 광고주 측 입장에서 마케팅을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으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봤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한테 왜 투자를 해야하나'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근거를 만들어야했다.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바꿨다. "조그마한 야구장이지만 가족을 타깃으로 해서 마케팅을 하려고 한다", "제품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그것을 먹어보기도 만져보기도 하면서 브랜드가 노출됐을 때 기억에도 잘 남고 판매로도 연결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제휴를 맺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케팅 기획을 우리가 다 했다. 계획서를 만들어서 제안을 했고, 본격적인 마케팅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Q. 여러 실험적인 마케팅을 바라보는 1군 NC의 시선은 어떠한가.


심보영 팀장 : 심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준다. 사실 멀어서 많은 도움을 받기 힘든 측면이 있다. 1군과 2군은 느낌도 다르다. 2군은 1군과는 별개로 운영된다고 보면된다. 도움을 받을 것은 받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우리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한다. 요즘은 1군쪽과 조금 더 콘텐츠별로 컬래버를 하고 있다.


Q. 주말 유료 관중, 응원단,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팬서비스는 선수들이 2군임에도 마치 1군에서 뛰는 것 같은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점이 팀의 좋은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심보영 팀장 : '좋은 영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은 한다(웃음). 이 부분은 수시로 육성팀장님에게 물어본다. 선수들이 좋아하는거 같냐고. 육성팀장님 말로는 아무래도 프로선수다보니 관중들이 들어와있을 때 좀 더 경기에 집중을 하는 것 같다고 말을 하더라. 감독님이나 코치님들도 우리가 기획하는 팬서비스에 관심도 많이 가지고 좋아해주신다.


Q. 지금까지 해온 사업이나 마케팅 중 가장 보람있었던 것이 있다면.


심보영 팀장 : 기억에 남는 건 많다(웃음). 테이블 석 개방, 라운지 바, 달려갈고양 이벤트(지역에 있는 유치원 등을 찾아가서 선물과 초청권을 주는 이벤트) 최근엔 유치원 봄소풍에 따라갔다 왔다. 달려갈고양 이벤트는 초창기에는 신청자가 적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신청을 받았기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매달 진행을 하다보니 신청자가 많이 늘었다. 고양시만 나가기 때문에 다른 곳에 사시는 분들도 왜 고양시에만 나가냐고 묻기도 한다.


Q. 그렇다면 반대로 ‘이건 지금 생각해도 모험이었다’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심보영 팀장 : 거의 매년 시행하는 것들이 모험이다. 지금 가장 인기있는 이벤트 중 고기파티 이벤트가 있다. 고기를 협찬받아서 팀별로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그릴도 빌려준다. 미국 스포츠 구단에서 하는 테일 게이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처음엔 '미국처럼 잘 되겠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지더라.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하는 프로모션을 많이 벤치마킹 하는데 스포츠도 그 나라의 문화이다보니 문화적인 차이가 많이 나는 거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인기있는 것이 한국에서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미국은 야구하면 핫도그니까 여기서도 핫도그만 팔아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런 걸 보면서 위축되고 많은 고민을 했다. 다행히 고기파티 이벤트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신청 게시물을 올리면 5분만에 마감된다. 예전엔 일주일전에 모집을 시작했는데 요즘엔 2~3일 전에 모집한다.


Q. 사업이나 마케팅을 기획하면서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


심보영 팀장 : 처음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는데 구단 운영을 3년째 하다보니 그간 해온 것을 바탕으로 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점차 알게 됐다. 매년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한다는 부담은 있다. 매년 똑같으면 팬들이 여기에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구단에 감사한 것은 실패하는 것에 대해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준다.


Q. 현재 기획중이거나 실행을 앞두고 있는 마케팅이 있나.


심보영 팀장 : 올시즌엔 마산에서 홈경기가 있어서 3연전 중 하루라도 응원단을 보내서 '고양에선 이런걸 합니다'라는 것을 마산 팬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여기서 하는 것 처럼은 할 수 없어도 조금이라도 마산 팬들에게 보여드리려고 한다.


Q. 심보영 팀장이 꿈꾸는 고양 다이노스의 미래의 모습은?


심보영 팀장 : 그동안 많이 받았던 질문이 '1군 구단들과 경쟁을 할거냐?'는 질문이었다. 미국도 마이너리그가 메이저리그랑 경쟁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1군과 2군의 고객은 다른 유형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야구장에 와서 야구를 보고 싶었던 야구팬, 야구장을 한번도 가본 적 없는데 그냥 편하게 놀러왔다가 야구팬이 되는 분들이 생겨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또 개인적인 바람은 수익을 내고 싶다(웃음). 미국 마이너리그 사업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완전한 하나의 사업체더라. 선수단 관련 비용은 메이저리그에서 지원하고 야구를 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경기장이나 부가적인 것들은 지역의 지원을 받는다. 결국 마케팅 비용 이상만 벌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내 목표는 마케팅 비용은 우리 스스로 벌 수 있는 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지 2군도 프로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든 자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고양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심보영 팀장 : 오시는 분들이 계속 와준다. 어린아이들은 이름도 기억한다. 직원과 팬들이 이렇게 가까운 곳은 우리 구단이 유일할 것이다. 물론 안좋게 보는 팬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사람들이기에 거리를 둘 수 없다. 우리 야구장이 가깝다고 해도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기에 매번 와주는 팬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하려는 것들을 애정을 갖고 봐주신다. 이런 부분들이 제휴사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결국 구단이 더욱 발전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앞으로도 야구장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뉴미디어국 superpower@sportsseoul.com


사진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고양 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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