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삼성 이관희가 상대 이정현를 밀고 있다. 이것으로 이관희는 퇴장을 당했다. 2017. 4. 23안양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한창이다. KGC인삼공사와 삼성이 왕좌를 놓고 외나무 다리 승부를 벌이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창단 첫 통합우승을, 삼성은 명가재건을 노린다. 양팀 팬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며 열렬하게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양팀 선수들의 치열함이 도를 넘어 과열된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팬이 보고 싶어하는 농구는 그런 게 아니다.

지난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 1쿼터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1쿼터 중반 삼성 이관희가 이정현을 밀착마크했고, 그 수비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이정현의 팔꿈치에 이관희의 목 부위가 걸렸다. 흥분한 이관희는 이정현의 가슴을 팔로 세게 밀쳤다. 이정현은 코트에 넘어졌고, 이내 양팀 선수들이 벤치에서 일어나는 일촉즉발 상황이 벌어졌다. 동료들이 급히 이관희를 말리며 싸움으로는 번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물은 충분히 엎은 뒤였다. 이날 가족 단위 관중이 많았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모도 적지 않았다. 기자는 당시 상황이 벌어진 뒤 옆쪽 관중석 아이를 봤다. 아이는 ‘무슨 일이지?’하는 놀란 눈으로 코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른에게도 충격적이었던 장면을 직접 목격한 아이의 속내는 어땠을까.

이정현과 이관희의 육체적 충돌 여파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경기 내내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경기 후에는 양팀 사령탑 모두 자신의 선수를 옹호하느라 바빴다. 서로 잘잘못을 떠넘겼다. 양팀 팬까지 편을 나눠 싸우고 있다. 누가 먼저 빌미를 제공했는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치 않다. 한쪽 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필요 이상의 과열 양상은 미디어데이 때부터 감지됐다. 삼성 주희정이 KGC인삼공사 양희종의 수비에 대해 ‘더티(Dirty·더럽다)’라는 단어를 쓰며 자극했다. 물론 주희종과 양희종이 절친한 선·후배 사이여서 가능한 도발이었다. 일종의 신경전으로도 볼 수 있었지만 치열함의 도화선이 됐다. 1차전부터 양희종과 문태영의 맞대결 외에도 코트 곳곳에서 몸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양팀 선수들은 신체 접촉 후 파울이라며 심판을 쳐다보느라 바빴다.

한 농구인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보면 양팀 모두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용병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고 있다. 국내 선수들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이나 전술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내 선수들은 상대를 잡아먹을 듯 수비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아쉬워했다. 스포츠의 생명은 예측 불가능이다. 뻔한 승부에 가슴 졸이며 환호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보는 팬은 혹시나 불미스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이번 충돌로 인해 시리즈 내내 서로에 대한 양팀의 분노가 날카로운 칼날을 드러내며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충돌을 막기 위해 심판의 콜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자주 끊길 것이고 재미도 반감된다. 악순환이다.

단기전에서 투지는 분명 필요하다. 우승 문턱에서 승부욕을 불태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너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쓰러진다는 식의 과격한 플레이가 ‘투지’라는 말로 포장되어선 안된다. 우승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잘못된 착근(着根)이다. 코트 안에서 서로 적이지만 동업자이기도 하다. 프로 선수로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팬에게 최고의 경기를 보여줘야할 의무가 있다. 팬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이기려는 치열함이 아닌 수준높은 플레이다. 우승팀을 결정하려면 최소 3경기는 더 치러야 한다. 아직 바로 잡을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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