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양민희기자] "운동하는 치어리더라 불러주세요"


SK와이번스 최고참 치어리더의 자리를 지켜온 지도 벌써 15년 차. 불혹의 나이까지 응원 단상을 지키는 게 꿈인 배수현에게 운동이라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는데요.


2015 머슬마니아 세계대회 선발전 2위, WBC 피트니스 썸머 챔피언십 1위, IFBB 코리아 그랑프리 비키니 오픈 1위, WBFFASIA 디바 피트니스모델 1위 등 국내외 머슬 대회를 휩쓸며 본업인 치어리더 앞에 '몸짱', '머슬' 등 각종 수식어를 늘려가는 그.


어느덧 업계 최고령이 돼버린 삼십 중반의 나이와 청각 장애의 편견을 딛고, 치어리더이자 피트니스 선수의 입지를 꿋꿋하게 다지고 있는 배수현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피트니트 센터에서 만났습니다.


▲SK와이번스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배수현 치어리더의 모습


Q. 치어리더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배수현 :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자주 갔어요. 밝게 웃으며 춤을 추는 치어리더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고, 고지선 선배를 롤모델로 삼았어요. 바로 SK 구단에 전화를 걸어 면접을 봤죠.


Q. 단번에 합격한 비결 좀 알려주세요.


배수현 : 오디션을 통해 데뷔하는데 면접 때 키와 체형을 주로 봐요. 당시 고3이었고 키가 174cm로 큰데 춤도 곧잘 추니까 바로 합격했죠.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연습 기간을 거치는데 일주일 만에 바로 투입됐어요.


Q. 치어리더 앞에 'SK 간판', '머슬', '유부녀' 등 수식어가 많네요.


배수현 : 아참, '유부녀'는 빼주세요. 싱글이에요. 이혼 꼬리표가 붙어 따라온다 한들 대중에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해요. 이제는 '싱글녀 치어리더'네요(웃음).


Q. "박봉이다", "오래 못 한다"는 인식이 있어요.


배수현 : 프로 리그만 뛰는 게 아니고 각종 기업 행사, 체육 대회, 대학교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하다 보니 힘든 만큼 박봉인 건 사실이에요.


Q. 그럼에도 벌써 15년 차, 롱런한 비결은?


배수현 : 서비스직이어서 외모와 몸매 관리가 필수에요. 보여지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 오래 일하지 못 하는 친구가 많지만, 저에게 치어리더란 직업은 천직이에요. 지금까지 롱런하는 비결이죠.

▲치어리더 배수현이 세계적인 피트니스 대회 'WBFF 아시아 챔피언십'

디바 피트니스 톱 모델 부문에서 1위에 오른 모습


Q. '운동하는 치어리더'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배수현 : 마르고 가냘프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어요. 키 176cm에 몸무게 51kg 정도? 마른 체질이라 운동으로 몸을 키웠고, 지난 2015년 5월 머슬마니아 대회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웨이트의 길로 접어들었죠.


Q. 머슬 대회랑 프로야구 시즌이 겹치면 많이 바빴을 텐데.


배수현 : 경기가 있는 날 오전 한 타임만 운동해요. 경기가 없으면 오전과 점심에는 웨이트, 저녁에 크로스핏을 하죠. 운동이 끝난 뒤에는 태닝을 하고 자요.


Q. 체력이 필수! 음식 조절은 어떻게 해요?


배수현 : 일주일에 다섯 번은 먹을 정도로 떡볶이를 좋아해요. 참는 방법은? 대회를 생각하면 식욕이 떨어져요. 대신 하루에 물을 3~4L 정도 충분히 먹어요. 시즌 중 몸속 수분을 다 빼면 근육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니까요.


Q. 일각에서 노출에만 포커스를 두는 게 아쉽지 않은지.


배수현 : 박기량과 김연정 같은 스타가 배출되면서 노출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치어복이나 대회 의상이 문란하다고 생각하는 건 선입견이죠. 핫팬츠에 상의가 파인 옷이라도 작업복이라 생각해요.

▲ 스쿼트 자세를 취하는 배수현 치어리더


Q. 제일 자신 있는 신체 부위는?


배수현 : 전체적인 밸런스? 큰 키에 비해 얼굴이 작아요. 신체 비율이 좋아 특히 세계 무대를 뛸 때 유리하죠.


Q. 제게 추천하는 운동법이 있다면요.


배수현 : (고민 없이) 엉덩이 살 빼는 운동을 추천할게요. '맨몸 스쿼트' 어때요? 열 개를 한 뒤 5초 쉬는 방법으로 하루에 100개씩. 점차 횟수를 늘려가는 것도 방법! 저 한번 따라 해봐요.


▲ '스쿼트' 자세- 무릎 관절을 굽혔다 펴는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하반신의 대퇴사두근과 하퇴삼두근, 대둔근, 중전근 등의 근육을 성장시키는 운동


Q. '제2의 배수현'이 나올 수 있을까요?


배수현 : 후배를 '운동하는 치어리더'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쉽지 않아요. 몸 안에서 찢어진 근육들을 단백질로 채워야 하는데, 팀 회식 때도 닭 가슴살을 먹는 저를 보고 다들 고개를 젓더라고요(웃음).


Q. 마지막 목표를 말해주세요.


배수현 : 운동 선수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어요. 대회를 준비하는 여자 선수들의 포즈, 스포츠 웨어, 테마, 콘셉트 등 각 분야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목표를 위해서 저를 증명할 수 있는 커리어가 필요해요. 지금까지도 덤벨을 놓지 못 하는 이유랍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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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민희 기자 ymh184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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