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팀 안양LG 연고지 이전 반대시위
지난 2004년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앞. LG 치타스 축구단의 서울 연고 이전을 반대하는 안양 서포터스의 회원들이 집회를 갖고 이를 성토했다. 김도훈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한국 축구 최상위리그 팀을 넘어서는 기적이 곳곳에서 펼쳐질 것인가.

매해 이변의 연속으로 축구 팬의 흥미를 끄는 FA컵이 다시 돌아온다. 성인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전(4라운드)’이 19일 전국 16개 구장에서 일제히 열린다. 이 대회는 프로축구 최상위리그인 K리그 클래식(1부)서부터 생활체육 레벨인 직장인 팀까지 총망라해 토너먼트로 우승 팀을 가린다. 지난달까지 3라운드가 열려 하부리그 팀이 생존경쟁을 펼쳤다. 32강서부터 K리그 클래식 팀이 합류해 프로-아마간의 우승 경쟁이 본격화된다. FA컵의 참 재미는 하부리그 팀이 프로를 잡는 것이다. 프로 팀은 희생양으로 고개를 떨구지만 하부리그 팀은 ‘칼레의 기적’과 연결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칼레의 기적은 지난 1999~2000시즌 정원사 수리공 등 노동자로 구성된 프랑스 4부 팀인 칼레가 자국 FA컵에서 2부 팀인 칸, 릴에 이어 1부인 스트라스부르, 디펜딩 챔프 보르도를 연달아 누르고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사건이다. 국내에선 대학 팀인 동국대(1998) 호남대(2006) 영남대(2014)가 8강에 오른 적이 있다.

◇FC서울 vs. FC안양…‘한풀이 더비’ 드디어 개봉

32강 최대 ‘빅 매치’는 한풀이 더비로 불리는 K리그 클래식 ‘디펜딩 챔프’ FC서울과 K리그 챌린지(2부) FC안양이다. 두 팀은 19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한다. 안양은 2004년 서울의 전신 LG치타스가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한 뒤 응원할 축구 팀을 잃은 안양 팬이 만든 시민구단이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 사후 활용을 두고 고심하던 대한축구협회는 애초 신생 구단 창단을 준비하다가 재정 여건 등을 문제삼은 뒤 기존 안양의 연고 이전을 추진했다. 당시 신중대 안양시장은 구단 서울 이전 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팬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서울시청이 있는 서울 신문로 일대에 몰려들어 항의집회를 열었다. 일부는 삭발 투쟁과 LG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등 살벌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2004년 축구단은 서울시와 연고 협약을 맺고 FC서울로 새 출발했다. 이때부터 안양 팬은 FC서울을 ‘패륜(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으로 불렀다. “언젠가 다시 돌아가겠다”며 시민구단추진위를 만들었고 안양시 도움을 받아 2013년 창단, 챌린지에서 경험을 쌓은 끝에 FC서울과 역사적인 대결을 펼치게 됐다. 안양은 이번 경기 홍보 포스터에 ‘패륜정벌’이라는 글귀를 크게 새겼고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도 ‘난지도경기장’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서울은 안양의 자극적인 메시지에 이렇다 할 반응없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오후 3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과 부천의 ‘리턴매치’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 클래식 ‘절대 1강’으로 불린 전북은 FA컵에서도 순항했으나 8강에서 부천에 패했다. 부천은 챌린지 팀 최초로 FA컵 준결승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이번엔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격돌한다. 오후 7시 부산구덕운동장에선 챌린지와 클래식에서 각각 득점 1위를 달리는 이정협, 양동현이 속한 부산과 포항이 만난다.

K리그 클래식 인천-수원 삼성
인천 문선민(맨 왼쪽)이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후 팀 동료 김도혁과 뒤풀이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승리, 간절하고 간절하다…사연있는 FA컵 32강

모든 팀이 ‘이기는 게’ 목표겠으나 누구보다 간절한 이들이 있다. 클래식 6라운드가 끝난 가운데 아직도 마수걸이 승리를 하지 못한 인천과 수원 삼성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인천은 지난 6라운드 홈경기에서 5전 전패를 기록하던 꼴찌 전남에 1-3 패배를 당했다. 지난해 FA컵 챔피언인 수원은 올 시즌 초반 또 리그에서 고전 중이다. 지난 광주FC와 홈경기 0-0 무승부 이후 서포터스가 수원 선수에게 야유와 손가락 욕설을 퍼부었고 서정원 감독을 향해 ‘세오(SEO) 아웃!’을 외쳤다. 일부 팬과 일촉즉발 상황까지 간 베테랑 수비수 이정수는 팀과 이별까지 결심하는 등 최악의 분위기. 두 팀은 지난 1일 리그에서 맞대결을 벌여 3-3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만큼은 FA컵 16강을 넘어 팀 반전을 위해서라도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윤성효 감독이 지휘하는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은 K리그 클래식 선두권 경쟁중인 제주와 오후 7시30분 김해종합운동장에서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제주가 앞서나 김해시청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유일하게 무패(2승3무)를 기록 중이다. K리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윤 감독 부임 이후 조직력이 한층 거듭났다는 평가다. 특히 윤 감독은 지난 동계전훈 중 기자에게 “FA컵 때 프로 팀 조심하라하이소~”라며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의지를 보인 적이 있다. 비록 지금은 프로 지도자에서 물러났으나 하부리그 팀을 이끌고도 자신의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kyi0486@sportsseoul.com

◇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 대진 일정(19일)

목포시청-양평(오후 2시·목포축구센터) 전북-부천(전주종합경기장) 포천시민-경주한수원(포천종합운동장·이상 오후 3시) 전남-전주시민(광양전용구장) 강릉시청-상주상무(강릉종합운동장) 성남-청주시티(탄천종합운동장) 아산무궁화-아주대(이순신종합운동장) 대구-경남(대구스타디움) 부산-포항(부산구덕운동장) 강원-대전코레일(평창알펜시아스타디움) 광주-연세대(광주월드컵경기장·이상 오후 7시) 울산-춘천시민(울산문수경기장) 인천-수원삼성(인천축구전용경기장) 대전-영남대(대전월드컵경기장) 서울-안양(서울월드컵경기장) 김해시청-제주(김해종합운동장·이상 오후 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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