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MG_8956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함께 공감하며 느끼는 것 만으로도 치유가 되지 않을까요?”

배우 김남길의 한 마디였다. 자신의 연기를 보는 관객들이 함께 공감하며 느끼며, 마음속의 아픔을 치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극 부터 멜로, 드라마 등 다수의 장르를 통해 그 역시 많이 성숙하고 성장했다. 특히 현재 개봉 중인 영화 ‘어느날’(이윤기 감독)이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영화는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 분)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 분)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감성 멜로의 대가’ 이윤기 감독의 연출작이라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 얘기가 아닐까?’라는 편견이 있었던 가운데, 김남길은 “이번 작품은 특히 삶 그리고 살아가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면서 “천우희씨의 발랄함이 없었다면 어색했을 것이다. 영화를 유쾌하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남길은 이번 작품을 하며 많은 내적 갈등을 겪었다. 극중 병으로 떠난 아내의 죽음에 힘겨워하는 보험회사 과장 강수 역을 맡은 그는 미소 역의 천우희와 서로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를 나누며 교감한다. 시나리오상 자세한 캐릭터 설명과 이윤기 감독의 연출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역할을 직접 연기하는 김남길이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그 인물을 표현할 수 없었던 것. 그는 “‘상실감’과 ‘치유’라는 화두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사람으로 치유를 받아라’고 하는 것은 큰 오만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누군가를 위로 할 때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나 사람의 성향은 다르죠. ‘남의 아픔을 내가 얼마 만큼 공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영화를 하면서 바뀐게 있죠.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공감하면서 본인의 아픔을 치유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나, 그리고 타인을 치유할 수 있다’는 점이요.”

참 많은 것들을 느낀듯 했다. 배우 아닌 사람 김남길로 살아가는 데에 대한 고민도 역력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의 폭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됐다. 예를들어 그동안 김남길이 선택한 작품은 강하고, 어두운 캐릭터였다. 그 어느것 하나 쉽고, 평범한 역할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롭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단다.

“옛날에는 무조건 아주 센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뭔가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은게 많았거든요. 지금은요?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싶어요. 메시지를 명확하게 던지지 않아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이요. 튀는 것 보다 덤덤하게 묻어갈 수 있는, 주위를 한번 더 보듬을 수 있는 역을 연기하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최근의 작품들은 자극적인 것들이 많잖아요. 한번쯤은 자연스럽게, 사람사는 냄새가 폴폴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요.”

‘어느날’이 김남길에게 가져온 변화는 또 있다. 좀처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던 그는 최근 tvN ‘인생술집’에 출연했다. “생각보다 자연스러웠다. 앞으로도 배우 김남길을 자주 볼 수 있는거냐?”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너무 기분 좋았던 경험이었다”며 함께 한 MC 신동엽과 탁재훈에 대한 얘기를 했다.

“사실 신비주의는 아니고요. 예능 울렁증이 있었어요. 강박증처럼요.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서 너무 솔직하게 얘기를 하면 영화만 홍보하게 되잖아요. 또, 오랜만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속내를 얘기할텐데 이것들이 너무 재미없으면 방송에 도움도 안되고요. 그러다 ‘인생술집’을 만났는데, 굉장히 신선했어요. 특히 (신)동엽이 형과 (탁)재훈이 형이 너무 좋았어요. 마치 ‘해피바이러스’ 처럼 두 사람의 호흡이 엄청나게 잘 맞았고요, 순간순간이 즐거웠어요. 웃기는 가운데, 살아가는 조언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죠. 참 많이 고마웠어요.”

‘어느날’ 개봉 이후 김남길에게는 약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질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 등 모든 영역을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자신만을 위한 시간도 보낼 계획이다. “연애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섞인 말에 그는 아주 진지하게 자신의 계획을 얘기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은 갖고 싶어요. 나를 위해 쉬게해주고 싶고, 사랑해주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물론, 하루빨리 드라마와 영화로 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영원한 1번 이고요.”

whice1@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