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LG 트윈스 최재원이 3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2017.03.31.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양파고’의 신들린 한 수, 6일 삼성전에선 최재원(27)이 ‘양파고’의 신내림을 받았다.

LG 양상문 감독이 매 경기 현란한 라인업과 선수교체로 두꺼워진 선수층의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LG에 창단 첫 개막 5연승을 선물했다.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부터 이형종을 톱타자로 내세워 재미를 톡톡히 보더니 매 경기 다른 라인업으로 상대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양 감독이 점찍어 선발로 기용한 선수들은 어김없이 그날 승리에 결정적인 장면의 한 가운데 있었다. 마치 천재바둑기사 이세돌을 무력하게 만들었던 인공지능 ‘알파고’를 돌린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린 선수단 운용 덕분에 그의 별명인 ‘양파고’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양 감독은 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전을 앞두고도 라인업에 살짝 변화를 줬다. 1루수로 올시즌 처음 양석환을 선발출장시켰고 멀티 내야수 최재원을 9번타자 겸 2루수로 내보냈다. 최재원은 지난 달 31일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에 한 차례 선발 출장한 적이 있지만 세 차례 타석에서 볼넷 하나만 골라내는데 그쳤고 이후 2경기에는 대주자와 대타로 나섰지만 안타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4일 친정팀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부가 완전히 기운 7회에 대타로 출장해 1타점 우전적시타를 터뜨려 겨우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반면 앞선 세 경기에 2루수로 선발 출장했던 손주인은 11타수 5안타 타율 0.455에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누구라도 손주인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겠지만 양 감독의 선택은 최재원이었다. 양 감독은 “손주인의 컨디션도 좋지만 최재원이 때린 안타의 질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좋은 느낌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날 히어로는 쐐기 투런홈런을 터뜨린 오지환이었지만 찬스를 만든 주역은 최재원이었다. 1-0의 살얼음판 리드가 이어지던 5회 1사후 3루수와 유격수 사이의 절묘한 코스로 타구롤 보냈다. 3루수 이원석이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닿지 않았고 가까스로 쫓아간 유격수 강한울이 타구를 잡았지만 역동작으로 1루까지 송구하기엔 너무나 깊숙했다. 최재원은 김용의의 2루 땅볼때 2루를 밟았고 이어서 오지환의 우월 투런홈런이 터졌다. 최재원은 3회 첫 타석에서도 깨끗한 좌전안타로 양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양파고의 지휘를 받은 LG는 투타의 완벽한 조화 속에 4-0의 완승을 거두며 창단 이후 개막 연승 기록을 5연승으로 늘렸고, 양 감독은 개인적으로 정규리그 통산 300승 고지에 오르는 영광을 맛봤다.

양 감독은 폭넓은 선수 활용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없느냐는 질문에 “안정된 베스트9을 운용하지 않고 여러선수를 돌려가며 쓰다보면 분명히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매일 꾸준히 내보낸다고 그 선수들이 늘 잘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어차피 정답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우리 타자들의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판단했고 시즌 초반이라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의 컨디션을 잘 유지해가면서 확률을 높여야 행여 부상 등으로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무너지지 않는다. 한 자리에 한 명만 쓰다보면 실전에 못뛰던 선수가 갑자기 투입될 경우 경기감각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평가가 나오면 결국은 안정적으로 가야하겠지만 어차피 혼자 전 경기를 뛰기 어렵기 때문에 그때그때 가장 강하다고 느끼는 선수를 내보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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