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준
대한체육회 최종준 전 사무총장. (스포츠서울 DB)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강도높은 체육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체육회가 개혁의 흐름에 역행하는 인사를 물밑에서 추진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체육회는 최근 최종준(63) 전 사무총장의 특보 임명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 최 전총장의 특보 임명을 물타기하기 위해 체육회는 복수의 특보를 영입하는 치졸한 꼼수까지 부려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체부 박위진 체육국장은 당초 이러한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가 지난 7일 소문을 듣고 확인에 나섰다. 박 국장은 체육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한 뒤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박 국장은 “비록 무보수라고는 하지만 전임 사무총장을 특보로 임명하는 것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체육개혁의 흐름과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적절치 않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최 전총장은 체육회를 떠나는 과정에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결을 남겨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겉으로는 신임 집행부에 짐이 되지 않겠다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물밑에서는 유급 특보 자리를 요구하며 한달이 넘게 사표를 내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스포츠서울의 보도(2013년 6월 5일자 참고)로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뒤 뒤늦게 체육회에 사표를 제출했던 최 전총장은 사표를 불모로 자신의 요구조건을 흥정하는 치졸한 행동을 보여 그를 체육행정 전문가로 높이 평가했던 사람들을 적잖이 실망시켰다. 그는 이 과정에서 법인카드와 관용차량을 반납하지 않는 상식이하의 몽니까지 부렸다. 결국 법인카드는 체육회가 정지시켰고,차량은 기사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 회수해 체육회 직원들의 공분을 사기까지 했다.
전임 사무총장의 특보 임명이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최 전총장이 현재 추진중인 체육개혁의 흐름과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체육단체 사유화를 막기 위해 임원 임기를 제한하는 마당에 전임 사무총장이 체육회에 재입성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그가 재임시절 저지른 부적절한 처신이 그의 특보 임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정부가 체육개혁의 신호탄으로 삼아 지난해 10월 30일 관리단체로 지정한 대한우슈쿵푸협회의 파행적인 운영에 최 전총장의 비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우수협회가 부당해고한 전임 사무국장의 추심금(밀린월급과 위로금) 지급을 위해 경기력향상지원 적립금을 담보로 수협에서 1억6500만원을 빌릴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사람이 바로 최 전총장이다. 최 전총장은 우수협회가 체육회에 요청한 적립금 담보대출 승인건을 2010년 7월 5일 전결 처리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대한체육회 경기력지원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기금은 용도외에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체육개혁의 일환으로 단행한 문체부 합동감사에서도 최 전총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또 다시 드러났다. 문제단체로 적발된 대한복싱연맹의 파벌싸움에도 최 전총장의 개입 정황이 감지됐다. 가맹단체의 파벌싸움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키며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할 체육회가 유독 복싱연맹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체육회가 특정파벌의 편을 들어 규정에서 벗어난 징계해제를 주도하는 등 부적절한 스탠스를 취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규정에서 벗어난 징계해제를 주도한 사람이 최 전총장이라는 사실은 체육회 직원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체육회가 정부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도 최 전총장의 특보 임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체육회 양재완 사무총장은 “본인 스스로가 명예회복을 바라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체육계에선 최 전총장의 체육회 재입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거론하고 있다. 문체부도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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