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2000년대 초반 박한별과 구혜선 등 '얼짱' 스타들의 등장은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들은 우월한 미모와 개성 넘치는 패션 등으로 수많은 네티즌의 마음을 흔들었죠. 1세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유보화와 홍영기 등은 쇼핑몰 CEO, 모델, 방송인으로 분야를 바꿨지만, 강혁민은 여전히 '얼짱'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강혁민은 자전적 에세이 '괜찮아, 손잡아줄게'를 출간했는데요.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탄치 않은 인생 곡선을 통해 느낀 수많은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습니다. 지난달 30일 수원역 인근 한 카페에서 강혁민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얼짱'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가 궁금해요.


강혁민 : 부모님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아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출해 친구와 단둘이 고시텔에서 살았어요. 용돈이 끊겨 생활하기 힘들었기에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습니다. 피팅 모델과 함께 남자로서 국내 최초로 렌즈 모델도 했고요. 촬영 때 찍은 사진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미니홈피를 통해 퍼졌는데 남자가 무슨 화장을 하고 렌즈를 끼느냐며 욕을 엄청 먹었죠(웃음).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후 '얼짱'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Q : 평소 패션과 뷰티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요?


강혁민 : 화장품과 렌즈 모델로 활동하면서 제품에 자부심을 품어야겠다는 생각에 실생활에 사용했어요.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거죠. 제품 정보를 묻는 네티즌이 많은데 직접 써봐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잖아요.


Q : 코미디 TV '얼짱 시대'와 '얼짱 TV'에 출연했습니다.


강혁민 : 처음엔 사진과 다른 실물에 자신이 없어 고사했어요. 피팅 모델 일이 끊길 수도 있고. 당시 마음이 여려 욕을 먹거나 관심받는 게 두려웠죠. 그러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방송에 출연했는데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제겐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기에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꾸밈없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게 봐준 덕분에 칭찬과 응원 댓글이 넘쳤죠.


Q : 당시 성형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어요.


강혁민 :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성형 괴물'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도 있는데, 쌍꺼풀과 옆 턱만 조금 손 봤어요. 중독 수준도 아니고. 성형외과 홍보 모델을 오래 했을 뿐 아는 것도 많지 않죠. 그래도 저로 인해 병원에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하니 뿌듯하더라고요. 인센티브요? 당연히 받았죠(웃음).


Q : 방송 출연과 쇼핑몰 운영을 병행했습니다.


강혁민 : 제가 입은 제품은 항상 완판되는 등 방송 효과 덕분에 매출이 괜찮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돈 버는 기계가 된 것 같았고 점점 불행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인데 막상 해보니 신경 쓸 게 너무 많은 거죠. 시간에 쫓기는 것도 싫었고. 일을 즐기면서 오래 할 자신이 없어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Q : 대인 관계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고요.


강혁민 : 방송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지자 나쁜 목적으로 접근한 사람이 많았어요. 힘들 때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모든 게 부질없다고 느끼자마자 약 50명의 연락처만 남긴 채 휴대전화와 번호를 바꿨죠. 내가 어떻게 되든 항상 옆에 있는 사람만 가까이 지내야 상처를 안 받겠다 싶더라고요. 친구를 가려 사귀니 소중한 사람에게 더 많은 정성을 쏟을 수 있어 좋아요. 이용당하고 사기를 당한 적도 많아 일할 때 믿음을 가장 중요시하게 됐고요.


Q : 돌연 배우의 꿈을 포기한 이유가 있나요?


강혁민 : 연기를 해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당시 여러 연예 기획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 그중 한 곳과 계약을 맺고 배우 지망생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돌 데뷔조로 바뀐 거예요. 노래와 춤에 소질이 없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연습하기 싫어하는 내 모습을 보는 순간 데뷔를 하더라도 행복하지 않겠구나 싶었죠.


Q : '얼짱' 타이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혁민 : 다양한 매력이 있는데 얼굴만 보고 평가하는 게 정말 싫었어요.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니 '얼짱'으로 인정받는 게 감사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일을 할 때 가장 빛나고 행복하다는 것도요. 주변에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며 걱정하는데 저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습니다(웃음). 제게 맞는 옷을 찾았으니 갈 데까지 가봐야죠.


Q : 다른 얼짱 출신들과 비교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요.


강혁민 : 다양한 방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지 않아요? 각자 꿈이 다른 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에 그들이 잘 됐다고 해서 배가 아픈 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축하할 일이죠.


Q :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 '혁민 TV'를 개설했습니다.


강혁민 :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아 걱정이 많았죠. 당시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를 패러디하는 게 유행했는데, 남자친구 버전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당 영상은 47만뷰 이상을 기록했고, 그 후 구독자 수도 상당히 많이 늘었습니다. 물론 욕도 많이먹었지만요(웃음).


Q :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게 많을 듯한데.


강혁민 : 유튜브 시장의 상당 부분을 아프리카 TV에서 활동 중인 BJ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그들은 영상을 편집하는 사람을 두고 방송 중 재미있는 부분을 편집해서 올리면 되지만, 아이디어를 내서 콘텐츠 제작부터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업로드 주기가 상대적으로 느리기도 하고요.


Q :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할 계획은 없는 건가요?


강혁민 : 상당히 수위가 높은 주제로 방송했는데 7000~8000명이 시청할 만큼 반응이 좋고 BJ 순위도 높았어요. 다른 방과 달리 어떤 얘기를 해도 강퇴하지 않았기에 채팅창에 욕밖에 없었죠. 그러다 방송 중 실수로 속옷을 노출했는데 영구정지를 당했어요. 평소 자극적인 방송을 하다 보니 운영진에서 예의주시한 것 같아요. 1년 후 징계는 풀렸지만, 다시 방송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Q : 그렇군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강혁민 : 페이스북 계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최근 유튜브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영상을 보다가 사진을 보고 싶으면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사진을 보다가 영상을 보고 싶을 땐 유튜브 계정으로 갈 수 있도록 말이죠. 콘텐츠를 재탕하는 것과 유저가 분산되는 걸 피하려고 페이스북 계정은 독자적인 채널로 운영 중입니다.


Q : 콘텐츠 소재를 찾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강혁민 : 주변 친구들은 아이디어가 넘치는데, 뇌가 굳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아이템이 없어요. 어쩌다 의견을 제시하면 재미없다고 하거나 구세대라고 구박받고. 철이 들어서인지 주변 시선도 신경 쓰여서 분장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가끔 (이)승재가 자신의 영상에 출연하면 생각하는 게 조금 바뀔 거라고 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듯해요.


Q : (김)가람 씨와 낚시하러 가서 소리 지르며 돌아다니는 건 어때요.


강혁민 :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웃음)? 네티즌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죠. 어느 정도의 관심만 받고 끝날 수 있지만, 정말 가루가 되도록 매장당할 수도 있거든요. 웃음과 논란의 경계선이 한 끗 차이라 판단하는 게 어려워요.


Q : 악플에 시달릴 때도 많을 텐데.


강혁민 : 물론 당시엔 속상하지만, 욕을 먹는 만큼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는 듯해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처럼 관심이 없는 것보단 좋은 것 같고요. 크리에이터로서 수명도 연장되는 것 같고. 피할 수 없기에 오히려 즐기는 편이예요.


Q :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강혁민 : 4년간 휴학해서 개강일이 언제인지도 잊고 있었어요. 졸업한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답답해하더라고요. 이번 학기까지 휴학하면 제적이라 어쩔 수 없이 다니는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학점이요?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다니는 거라 F 학점을 받지 않을 정도로 출석하는 게 목표입니다(웃음).


Q : 소속사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당당하게 오타쿠라고 밝혔는데요.


강혁민 : 12년 넘게 일본에서 살았는데 '애니메이션의 나라'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이 만화를 즐겨 봐요. 방송 시청률도 20%가 넘고. 평범한 일본 사람만큼 보는데 우리나라에선 오타쿠 수준인 거죠. 굿즈도 마찬가지고요. 애니메이션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위로받은 게 많아요. 배우 심형탁 씨가 도라에몽 캐릭터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거죠. 또한,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고 자기관리도 철저하게 함으로써 오타쿠에 관한 편견을 깰 수 있어 자랑스러워요.


Q : 취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여성은 싫다는 말도 했는데요. SNS 계정 등을 보면 연애를 안 한 지 오래된 것 같아요.


강혁민 : 어릴 때부터 편견과 싸워서인지 예민한 게 있어요.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이상하게 보면 안 되죠. 연애요? 공개를 안 할 뿐 늘 누군가를 만나고 있어요(웃음). 크리에이터 커플이 유행이지만, 비즈니스 관계로 헤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공개할 계획이에요. 그래야 진실성도 있고. 드러난 게 없어서인지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도 돌더라고요.


Q : 최근 자전적 에세이 '괜찮아, 손잡아줄게'를 출간했습니다.


강혁민 : 지난 2015년 3월부터 8월까지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했습니다. 나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들과 소통한다면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노트를 꺼냈죠. 아무 걱정 없이 항상 밝은 것처럼 보이지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어요. 내가 힘들어하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깨달음과 함께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넘으면 상상도 못 한 멋진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었습니다.


Q : 암을 극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강혁민 : 커피를 마시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등 평소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살아 숨 쉬는 것도 그렇고요. 이제 내 삶이 끝났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많이 우울했는데, 옆에서 응원해준 친구들 덕분에 힘을 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초기인 데다 나이가 어려 수술이 잘 됐고 회복 속도도 빨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Q : 네티즌의 반응은 어떤가요?


강혁민 : 책을 읽은 분들로부터 감사 인사가 담긴 페이스북 메시지와 인스타그램 DM을 많이 받아요. 자신의 고민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대단하지도 않은 데 관심을 두고 응원해주시니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Q : 인터넷 서점이나 개인 블로그 등에 후기를 남겨서 널리 알리면 더 좋을 텐데요.


강혁민 : 그건 생각 안 해 봤는데(웃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니기에, 책을 읽은 분들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Q : 질문을 한 저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지네요.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강혁민 : 오는 29일 서울 종각의 한 서점에서 강연과 사인회를 진행하면서 독자들과 호흡할 예정이에요. 다음 달엔 강남에서도 진행하고요. 약 3년 뒤엔 '괜찮아, 손잡아줄게' 두 번째 이야기를 출간할 계획입니다. 26세 이후의 삶을 담아내는 거죠. '얼짱'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지 벌써 9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빠르게 변하는 SNS 트렌드 속에서 몇 년 후 제 모습이 너무 궁금해요.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점점 발전하는 강혁민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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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정기호기자 jkh11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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