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성근 감독, 김경문 감독 만나 웃음꽃을 피우며...?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21일 마산 구장에서 진행된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을 만나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의 대립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선 1군 감독의 역할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박 단장은 “김 감독은 경기를 운용하는 것보다 선수를 만드는 게 더 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감독의 임무는 선수단과 경기운영에 관한 매니지먼트에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단 운영이나 인사권, 마케팅권한 등은 구단의 몫이다. 지난 2년간 감독님은 이 영역까지 침범해 팀을 운영했다. 지난해 2군 코칭스태프가 ‘훈련을 위해 선수들을 1군에 잔류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점을 바로잡자는 게 구단의 의지”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구단의 미래비전을 발표했을 때 감독님께서도 1군 감독 본연의 임무만 수행하는 데 동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동의한 일을 되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김원석과 신성현, 강경학 등이 성장해 개막 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퓨처스팀에서는 어떤 선수를 육성했는지 따져보라.두산은 신인 투수(김명신)가 씩씩하게 잘 던지더라. 우리는 그런 신인조차 뽑지 못하는 팀이다. 10년 동안 튀어나온 젊은 선수가 없다는 것은 1군 시스템이 아닌 스카우트 파트부터 쌓인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강변했다. 그는 “처음 한화에 부임할 때 구단을 관리하는 그룹 임원으로부터 ‘성적은 상관없으니 정체된 팀 체질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인사권을 포함한 구단운영 전반에 손을 대 달라는 부탁이었다. 끈끈한 팀으로 변화를 시켜갔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제왕적 권한을 휘두른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단장이 직접 손발을 잘랐다고 표현하더라. 야구인 출신 단장이 이런 표현을 스스럼없이 한다는 것 자체가 상호 예의를 모르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부임 직후 직접적인 충돌을 한 계기도 있다. 당시 김 감독은 그룹의 요청으로 단장 후보군을 추천했는데, 의외의 인물인 박 단장이 선임된 것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출발부터 갈등의 씨앗이 싹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박 단장은 취임직후 김 감독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상황이 변했으면 어떤 이유에서 변하게 됐다고 설명하는 것이 예의”라고 말했다. 추천한 인물이 거절당한 것은 인사권자의 몫이니 어쩔수 없더라도 먼저 제안을 해온 측에서 가부 여부를 알려주는 게 일의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다.

[SS포토]박종훈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다나베 노리오 코치, \'올해는 잘되겠죠~~\'
2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의 전지 훈련이 열렸다. 박종훈 단장이 다나베 노리오 타격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박 단장 입장에서도 김 감독의 냉대가 섭섭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 박 단장은 취임 초기 김 감독과 갈등이 형성되자 “한대화를 지키려고 했던 감독께서 조범현은 왜 버리셨느냐. 감독이 원하는 것은 개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구단이 생각하는 것은 이글스 전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2012년 한화를 이끌던 한대화 전감독의 경질과 2006년 SK 조범현 감독의 재계약 실패를 같은 프레임에 넣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2012시즌 후 한화에 부임하기로 잠정 합의했던 김 감독은 그 조건으로 ‘한대화의 임기보장’을 내걸었다. 후배를 내치고 그 자리를 빼앗은 모양새를 취하기 싫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구단은 한 전감독을 중도 경질했고 그날 김 감독은 당시 사장이었던 정승진 대표에게 ‘우리와 인연은 여기까지인 듯 하다. 다음에 편한자리에서 식사나 합시다’며 고사의 뜻을 밝혔다. 반면 조 전감독은 2006년이 계약 만료였다. 스포테인먼트를 내건 SK가 체질개선과 우승도전을 위해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에 몸담고 있던 김 감독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김 감독은 “이 문자를 보고 박 단장도 구단의 왜곡된 보고를 받았겠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며 대화단절을 선언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김신연 대표가 김 감독에게 식사자리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김 감독은 ‘1군 감독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한다’는 구단 쇄신안에 동의한 것을 김 대표가 외부에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그룹의 강력한 의지였다”고 강조했다.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 방문한 김 대표가 두산 사장, 단장과 식사를 한 뒤 김 감독에게 인사도 없이 귀국해버렸다. 양측 모두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대화와 소통은 먼 나라 남의 얘기가 돼버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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