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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응원함성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만큼 쩌렁쩌렁했다. 공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선수들의 열기가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경기 도중 전광판이 정신을 잃고 꺼지기도 했다. 치열했던 경기가 끝나자 현대캐피탈 주장 문성민은 최태웅 감독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마지막 5차전까지 이어진 2016~201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트로피의 주인은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5차전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3-1(24-26 27-25 25-22 25-20)로 승리했다. 1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문성민의 공격범실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끝내 흐름을 뒤바꿔놓으며 3전2선승제 챔프전 전적도 3승2패로 뒤집었다. 지난 2006~2007시즌 마지막으로 우승한지 10년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문성민은 총 29표의 기자단 투표에서 26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챔프전 MVP로 뽑혔다.
◇힘겨웠던 승부,끈질기게 뒤집은 현대캐피탈현대캐피탈은 불리한 상황에서 끈질기게 추격을 이어나간 끝에 결국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역대 12번의 챔프전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10번으로 83.3%의 높은 확률을 기록했다. 1차전에서 진 팀이 심리적으로 조급해지면서 2차전까지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한 번도 지지 않고 연승으로 챔피언에 오른 경우가 5번(41.7%)있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대한항공을 추격했다. 1차전을 완패하고 2차전 첫 두 세트를 내준 불안함 속에서도 전세를 뒤집어 2차전을 따냈다. 3차전을 쉽게 패했지만 4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해 완승하면서 승부를 5차전까지 이끌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에이스 문성민이 중심을 잡고 경험많은 여오현 플레잉 코치가 뒤를 떠받치며 위기를 넘어섰다. 지난 2005~2006시즌 당시 챔프전 사상 첫 역전우승 사례를 만든 것도 현대캐피탈이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문성민(23점)의 활약에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대니(17점)와 신영석(13점)이 힘을 보태며 승리했다.
◇최태웅 감독의 두 번째 도전, 스피드 배구 꽃피웠다현대캐피탈 선수로 오랜 시간 활약했던 최태웅 감독은 사령탑을 처음 맡은 지난 시즌 단일 시즌 최다인 18연승을 질주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OK저축은행에 막혀 통합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최 감독은 지난 시즌 구사했던 ‘스피드 배구’를 더 가다듬었다. 선수들의 다재다능함을 끌어내는 것으로 플레이의 속도를 더 높였다. 어느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공격에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선수를 활용했다. 본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위치에서든 공격할 수 있도록 훈련해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플레이를 펼쳤다. 모든 선수들이 토스를 구사할 수 있고 누구든 중앙 속공이나 측면 오픈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다. 단지 속도에 집착한 것이 아니라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의 토털 배구 개념이 더해지면서 플레이가 다채롭고 빨라졌다. 그 덕분에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다소 부족하고 시즌 도중 교체하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혼란을 줄이면서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10년만에 챔피언 복귀, ‘2인자’에서 새 시대 선구자로현대캐피탈은 지난 1983년 현대자동차서비스 배구단을 전신으로 삼고 있다. 구단의 역사가 34년이나 쌓여오는 동안 여러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한 이래 챔피언에 오른 것은 이전까지 두 번 뿐이었다. 배구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천안시를 연고로 하는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3년 다른 프로 구단들이 부러워할 복합 훈련시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까지 갖추며 정상탈환을 위해 애썼다.
여러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현대캐피탈은 라이벌 삼성화재에 막혀 챔피언 문턱에서 좌절했다. V리그 7시즌 연속 챔피언을 달성하는 등 남자배구를 지배해왔던 삼성화재가 올 시즌 구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챔피언에 올랐다. 다양한 공격수들을 두루 활용하는 빠른 배구를 구사하는 현대캐피탈의 성공은 압도적인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에 의존해왔던 지금까지의 V리그 우승공식을 뒤바꿔놨다. 트라이아웃이 도입된 첫 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바탕으로 챔피언에 오르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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