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지난해 에뛰드 ‘애니 쿠션 크림 필터’ 홍보 모델로 발탁된 배우 마동석(왼쪽)  제공 | 아모레퍼시픽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일명 ‘공주님 콘셉트’로 이름을 알렸던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에뛰드가 과감한 분위기 변신으로 부활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김숙, 마동석 등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모델을 내세워 관심을 끌었고 기존의 분홍빛 화려한 제품 디자인을 간결하게 리뉴얼했다. 변화와 함께 2014년부터 급격히 곤두박질치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각각 23%, 1153% 증가하며 회복세에 들어섰다.

◇공주풍 콘셉트 벗어던지고 제품력 강화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에뛰드의 화장품 브랜드다. 지난 2005년 ‘달콤상상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오픈, 고객에게 자신이 공주가 되었다고 느끼게 하는 일명 ‘프린세스 마케팅’을 전개해 큰 인기를 얻었다. 2007년에는 에뛰드하우스 100호점을, 2년 후인 2009년에는 200호점을 오픈하며 주요 원브랜드숍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자연친화적인 콘셉트와 성분을 내세운 원브랜드숍이 늘어나며 공주풍 화장품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급기야 2013년 기준 3372억원이던 매출이 이듬해부터 2810억원, 2578억원 등으로 추락을 거듭했고 영업이익 역시 261억원에서 109억원, 24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에뛰드 직원들은 이니스프리 등 다른 계열사가 아이패드, 성과급 500%를 받으며 환호할 때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했다.

2015년 1월 서경배 회장은 이니스프리, 마몽드, 라네즈 등에서 마케팅 부문장으로 일해온 권금주 대표를 영입하며 에뛰드 심폐소생에 나섰다. 권 대표는 먼저 에뛰드의 공주풍 콘셉트를 과감히 뒤집었다. 최근 출시된 에뛰드의 제품은 전부 간결하고 세련된 패키지를 입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델 선정이다. 산다라박, 크리스탈 등 여성미를 자랑하던 모델을 줄곧 써오던 에뛰드는 지난해 초 일명 ‘걸크러쉬(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 또는 그런 현상)’의 대명사 김숙을 모델로 채용하며 파격적인 변신을 택했다. ‘마블리’ 마동석의 모델 발탁은 더욱 큰 화제를 낳았다. 우람한 근육질의 남성 연예인이 공주님 콘셉트를 표방해왔던 화장품을 홍보하게 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이들 개성파 모델 선정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권 대표는 제품력에도 힘을 가했다. 눈썹 틴트인 ‘청순거짓 브라우 젤틴트’, 음영 메이크업용 제품인 ‘플레이 101 스틱’ 등 유행을 따른 제품들을 줄줄이 출시,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최근에는 ‘색조 전용’ 브랜드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저자극 솔루션 스킨케어 제품 ‘순정 라인’을 출시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 선 출시, 반응이 좋자 오프라인 출시를 결정하는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또 수익이 나지 않는 매장 130여곳을 정리하고 ‘프린세스 데이’ 등 할인행사를 축소하는 한편 자사 홈페이지에 ‘에뛰드 아울렛 샵’ 코너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한정판이나 단종 예정 상품을 정상가의 30~50% 할인가에 판매한다. 2012년부터 운영해 온 ‘굿바이 바스켓(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한정판 및 단종제품들을 할인 판매해온 이벤트)’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

대대적인 개편에 지난해 에뛰드의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 성장한 3166억원을, 영업이익은 1153% 증가한 295억원을 달성한 것. 지난해 말 에뛰드는 성과급 700%를 전 직원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체성 구축 등 남겨진 과제도
resource
 출처 | 에뛰드 SNS

하지만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있다. 기존 콘셉트를 대체할 뚜렷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것. 한 업계 관계자는 “‘LIfe is sweet(라이프 이즈 스위트)’라는 에뛰드의 새 브랜드 슬로건은 다소 추상적”이라고 평했다. 에뛰드는 또 개성파 모델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달 말 무리한 모델 발탁을 감행,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청소기는 청소기가 하는데 아내가 무슨 힘이 드나, 살을 빼기 위해 아이를 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 살이 빠지지 않겠느냐” 등 ‘여혐(여성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 전현무를 광고영상에 등장시켜 여성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것이다. 당시 에뛰드는 3시간 만에 해당 영상을 내리고 해명글을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돌아선 상황이다.

한편 에뛰드는 올해 국내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시장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뛰드 관계자는 “현재 230개인 해외 매장 수를 2020년까지 50% 이상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ssi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