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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중국 원정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자 고민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곽태휘는 훌륭한 수비수다. 리더십도 갖추고 있어 후배들의 존경도 적지 않게 받는다. 허용준은 연·고전이란 큰 무대에서 곧잘 활약했던 미드필더다. 차세대 한국 축구를 짊어질 재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둘에 대한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활용법은 정말 아니었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3일 대표팀 발표 기자회견 때 곽태휘를 명단에 넣어 논란을 일으켰다. 곽태휘의 클래스 자체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8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라와전에서 왼쪽 종아리를 다쳐 재활 중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은 간단했다. 곽태휘의 부상을 알고 있으나 그의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4명이면 충분한 수비수들을 곽태휘까지 넣어 5명으로 늘렸고 “곽태휘의 복귀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정 안되면 숙소나 벤치에서 리더로 쓰기 위해 발탁한다는 뜻인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태극마크를 한 번이라도 달고 간절하게 뛰고 싶어하는 다른 수비수들을 생각하면 납득이 되질 않았다. 선수는 뛰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당시 곽태휘는 소속팀 서울의 팀 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황선홍 서울 감독이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통해 곽태휘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히자 나흘 만에 명단에서 빼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곽태휘의 발탁 및 철회는 신뢰의 문제다. 곽태휘 해프닝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인들과 팬들의 불신만 키웠다. 감독이 선수의 부상 정도를 파악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아는 선수, 좋아하는 선수라면 다쳐도 데려간다는 기억을 남겼다.

허용준의 깜짝 발탁 및 중국전 교체 투입은 혀를 끌끌 찰 정도였다. 이번 A매치 2연전은 모두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으로 한국 축구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전들이었다. 평가전은 없다. 다소 부담 없는 상대와 겨루는 2차예선도 아니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허용준을 전격 발탁하더니 0-1로 끌려가던 중국전 후반 39분에 마지막 조커로 투입했다. 한 마디로 도박이었다.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도 심리적 압박이 극심한 이런 경기에서 조커로 들어가 뭔가를 하기는 쉽지 않다. 슈틸리케 감독의 작품 이정협도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적응한 뒤 아시안컵 조별리그부터 차츰차츰 출전시간을 늘려나갔다.

허용준 교체 투입과 같은 돌출 행동을 위급한 순간에 단행하는 슈틸리케 감독을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한국 축구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예선에서 중국에 패했다. ‘공한증’은 와르르 무너졌다. 곽태휘 해프닝과 허용준 깜짝 투입은 한국 축구를 이끄는 선장, 슈틸리케가 숨길 수 없는 ‘민낯’이다. 그를 점점 믿을 수 없는 이유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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