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태균 \'마음고생 한방에 꽝\'
한국 야구대표팀이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3차전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 김태균이 10회초 2사 1루 좌중월 홈런을 날린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고척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그나마 최악은 면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에 출전한 김인식호가 9일 고척돔에서 벌어진 1라운드 A조 마지막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기어코 1승을 거두며 2021년 대회 본선 자동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만약 대만에 패해 조 최하위가 확정됐다면 다음 대회 때는 험난한 예선을 거쳐야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WBC는 2회 대회까지 16개국을 초청해 대회를 치렀지만 2013년 3회 대회 때부터 참가국을 28개국으로 확대하면서 직전 대회 12위까지 본선 직행티켓을 주고 나머지 16개국을 4개조로 편성해 예선을 치른 뒤 각 조 1위 팀을 본선에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체면치레는 한 셈이지만 한국 야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졸전이었다. 모처럼 폭발한 타선의 지원으로 6-0의 넉넉한 리드를 안고 출발했지만 대만의 끈질진 투혼에 마운드가 무너져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연장 10회초 양의지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고 김태균의 대타 홈런으로 2점을 보태 11-8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SS포토] \'믿고 보는\' 오승환, 9회 위기 완벽하게 처리
한국 야구대표팀이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3차전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 오승환이 9회 투구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답답할 정도로 꽉 틀어막혔던 타선이 마지막 경기에서 뒤늦게 폭발했다. 1회초부터 민병헌의 우익선상 2루타와 박석민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2회에는 타자 일순하며 5점을 쓸어담았다. 부상으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도 출장을 강행한 양의지와 최형우가 연속 안타로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김하성이 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뒤 서건창이 또다시 2타점짜리 2루타를 날렸다. 한국은 민병헌의 희생플라이와 이용규의 적시타로 대만 마운드를 맹폭했고 계속된 만루찬스에서 손아섭의 3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6-0까지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야수조의 맏형인 이대호도 후배들의 투지에 기름을 끼얹었다. 2회 대만 세 번째 투수 판웨이룬의 투구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졌지만 잠시후 교체 없이 계속 플레이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벌떡 일어나 1루로 향했다. 이후 손아섭의 내야안타가 이어졌다. 이대호는 4회초 1사 1, 2루에서는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로 4번타자의 소임까지 소화했다. 이대호의 안타로 한국은 선발타자 전원안타 기록을 세웠고 계속된 1사 2, 3루 찬스에서 손아섭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이스라엘전에서 7개, 네덜란드전에서 6개의 안타를 생산하는데 그쳤던 타선이 이날은 6회까지만 12개의 안타를 뿜어내며 한풀이하듯 8점을 뽑아낸 것이다.

[SS포토] 선동렬 코치 \'현종아, 만루 위기야\'
한국 야구대표팀이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3차전 대만과 경기를 가졌다. 양현종이 2회말 2사 만루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 선동렬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러나 기대했던 통쾌한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6-0의 리드를 안고도 마운드가 야금야금 점수를 내주며 추격의 빌미를 내주며 진땀승부를 이어갔다. 선발 양현종은 4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기세좋게 스타트를 끊었지만 곧바로 연속안타와 사구 등으로 3점을 내줬고 마운드를 넘겨받은 심창민은 대만의 9번타자 린저슈엔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세 번째 투수 차우찬 마저도 6회 2사 1, 2루서 연속안타를 허용해 한 점 차까지 쫓기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했다. 7회 등판한 장시환도 2사후 가오궈후이와 천용지에게 연속안타로 8-8 동점을 허용하는 등 등판한 투수들이 모두 실점하며 타선과 엇박자를 냈다. 포기를 모르는 대만 타자들의 집념은 지난 두 경기에서 우리 타자들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었다. 마운드가 무너지자 기세 좋게 불을 뿜던 타선도 싸늘하게 식었고 5회부터는 더이상 달아나지 못했다. 그나마 오승환이 9회말 무사 2루 위기를 깔끔하게 틀어막지 못했다면 안방에서 치욕스런 3연패를 당할 뻔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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