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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터줏대감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위정현 교수.  김진욱기자 jwkim@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불리며 세계 시장을 주도했던 한국의 게임산업이 적신호가 켜졌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특히 한국 게임산업 성장기부터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위정현 교수(중앙대학교 경제학과)는 현 한국 게임산업의 현실을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위 교수는 “지난 10년간 한국 게임사업은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15년여 게임산업의 주무부처 역할을 해왔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성장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위 교수의 생각이다.

-현재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를 진단한다면?

외형적으로는 대형 게임사들이 높은 매출을 올리며 성장세를 보이지만, 사실 중견 기업들이 모두 망가진 상황이다. 향후 성장 동력이 없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게임산업에 대해 ‘마녀사냥’식 접근을 했다. 대표적으로 2011년 시행된 셧다운 제도를 비롯해 4대중독법(2015) 논란이 이어졌다. 성인 결제 한도 50만 원 등 정부는 규제 중심의 산업 정책으로 일관했다. 산업 경쟁력은 지속해 하락하고 급기야 중국에 역전된 상황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게임 산업에 대한 시각이다. 게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쪽이 많다 보니 진흥보다는 규제에 중심을 둔 정책이 많이 나왔다. 특히 주무부서인 문체부가 문화로서의 포지셔닝도 못했고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의 공격을 방어하지도 못했다. 결국 해외 사업도 괴멸되다시피 했다.

-문체부가 과거 게임산업 성장기 때 중요한 역할도 하지 않았나?

2004년 게임산업 주무 부서를 두고 정보통신부와 문체부가 쟁탈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두 부처에서 게임산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은근한 압박도 있었다. 하지만 지원도 많았다. 당시에는 양 부처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불만을 내놓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게임산업 협회를 이끈 김범수 회장이 일주일 단위로 정통부와 문화부 장관에 불려 나갈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김범수 회장이 NHN(현 네이버) 수장을 맡고 있어 정통부쪽으로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을 문화로 봐야 한다는 논리가 강했고, 게임의 부작용을 대중 문화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당시 문화부가 주무 부처가 돼야 한다고 제가 나서서 주장하기도 했다.

-문체부가 게임산업 정책 지원 노력에서 무엇이 문제였나?

게임산업계는 2000년 중반부터 산업적 측면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게임은 국내 콘텐츠 수출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중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은 게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보다는 규제쪽으로 틀이 잡히면서 지난 10년간 한국 게임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게임 산업에 대한 보호도 진흥도 하지 못한 것이다.

-게임산업을 담당할 부처는 어디로?

콘텐츠 미디어부가 신설됐으면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에서 방송을 제외한 부처 정도라고 하면 좋을 듯하다. 어찌 보면 과거 정보통신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처가 될 듯하다. 다른 점은 하드웨어 중심의 통신에 치중하기보다는 콘텐츠에 정책을 집중하는 부처가 돼야 한다. 방송과 통신, 콘텐츠는 함께 움직인다. 콘텐츠와 통신이 결합돼 모바일게임이 성장했고 방송 시장도 움직였다. 또한 애니메이션과 웹툰이 통신을 통해 유통된다. 이런 관점에서 콘텐츠 미디어부가 만들어진다면 ICT 산업의 핵심인 통신과 콘텐츠가 결합된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핵심 키워드로 잠재적인 대선 후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조만간 도래하기 때문에 게임산업이 더욱 중요하다. 게임은 서버, 프로그래밍, AI(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산업과 많이 연결돼 있다. 심지어 결제 시스템과 게임내 아이템 거래는 핀테크 분야와 연결된다. 미래 산업과의 연계면에서 게임산업은 꼭 성장시켜야 할 분야다.

- 게임업체에 하고 싶은 말은?

게임산업을 옥죄는 규제안이 나와도 핵심 게임사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과거 영화쪽에서는 스크린쿼터제를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고 절박하게 싸웠다. 하지만 게임산업을 이끄는 수장들은 움직임이 없다. 주요 게임사들이 너무 풍족해진 것이다. 여전히 배고픈 작은 개발사들을 위해 결집력을 가지고 절박하게 규제에 맞섰으면 한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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