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화려한 선수 시절의 영광과 아쉬움이 함께 했던 감독 생활을 뒤로하고 김재박 전 감독은 KBO 경기운영위원으로 변신해 한 걸음 뒤에서 야구를 지켜봤다. 그는 7년 임기동안 1000경기 이상을 지켜보며 선수, 감독 시절과는 다른 관점에서 야구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김 전 감독은 LG 감독에서 물러난 후 감독이 아닌 경기운영위원으로 활동한 이유에 대해 "야구를 계속 볼 수 있는 위치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감독직을 맡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현장에 남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부도 됐고, 감독으로 벤치에만 있다가 한걸음 뒤에서 보니 감독들의 게임 운용방법이나 선수들의 특징들을 볼 수 있었다"며 "그래도 7년이나 할 줄은 몰랐다. 2~3년 하고 그만둘 줄 알았는데 세월이 빨리 지나가더라"고 웃어보였다.


지난해 김 전 감독은 우천취소 논란으로 많은 야구팬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2016년 4월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화와 LG의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하지만 경기를 취소한 김 전 감독은 여론과 야구팬의 질타를 받았고, 결국 KBO는 그에게 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우천에 따른 조기 방수 조치가 미흡했고 관객 입장 이후 그라운드 정리를 통해 경기를 할 수 있었지만 취소를 결정을 내려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에게 불편함과 혼선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징계 이유였다.


김 전 감독은 우천 취소 논란에 대한 질문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그때 불편을 겪은 야구팬들에게는 죄송하다"며 "경기 당일 비가 예보돼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비가 왔다. 날씨도 추웠다. 만약 경기 전 비가 그쳤으면 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비가 왔기 때문에 경기를 중단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경기 취소 사유와 함께 당시 피해를 본 야구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당시 일기예보도 시간대별로 체크를 했다. 한화팀이 버스타고 가면서 대전에 도착할 때까지도 비가 계속 왔다고 전해줬다. 게임 취소를 결정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우산을 쓰고 경기장을 나갔다. 경기 시작 시간 전까지는 경기를 취소시킬 수 있는 권한이 경기 감독관에게 있다. 경기 전에 비가 왔고 관중 수나 기온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득이하게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감독관은 웬만하면 경기를 속행하려고 한다. 사실 비가 오고 기온이 낮으면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부상당할 우려가 있어 경기진행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7년간 경기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김 전 감독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뭘까. 그는 "경기운영위원으로서 중립을 지키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경기는 사실 없다"며 웃었다. 이어 "그날마다 승리한 팀과 패배한 팀을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김 전 감독의 야구 공부는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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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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