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빙속 월드컵 은메달 이상화, 아쉽지만...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상화(왼쪽), 사진은 지난 2014년 11월21일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미터 경기에 출전해 2위로 경기를 마친 뒤 1위를 차지한 고다이라 나오와 함께 시상식에 참여한 모습.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빙속 여제’ 이상화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면서 1년 뒤 그가 한국 동계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단일종목 3연패를 세울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70%의 몸 상태로 달렸다”고 한 만큼 남은 기간 30%를 채우고 링크에 다시 올라선다면 3번째 금메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 스케이팅 했다” 금메달 못지 않은 은메달

이상화는 지난 1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48로 결승선을 끊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올시즌 이 종목 월드컵에서 6차례 출전해 모두 우승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7초13)에게 돌아갔다. 지난 2012·2013·2016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이상화는 올시즌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할 만큼 하락세가 뚜렷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종아리 미세근육까지 손상되는 부상으로 컨디션도 나빴다. 하지만 시선을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 고정하고 재활과 훈련을 병행한 끝에 시상대에 올랐다. 금메달 못지 않은 은메달이었다. 이상화는 대회 직후 “그 동안 내 스케이팅을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만족한다”며 스스로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

◇초반 100m 선전, ‘마의 10초4’ 깼다

이상화의 선전 이유론 초반 100m 기록 단축이 가장 먼저 꼽힌다. 스피드스케이팅 최단거리인 500m에서 선수들은 출발과 동시에 100m 직선주로를 질주하고 이후 곡선과 직선주로를 두 차례씩 달려 결승선을 통과한다. 전문가들은 이상화의 경우, 레이스 초반이 아주 강한 스타일이라서 초반 100m 랩타임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상화는 우승했던 지난 해 2월 2016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초반 100m를 10초29에 끊어 다른 선수들을 무려 0.15초 이상 제쳤다. 500m를 완주한 뒤 2위와 간격은 0.31초 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올해 월드컵 5차례 레이스에선 초반 100m 랩타임이 뚝 떨어졌다. 10초42부터 10초49 사이로 내려앉았고 1위를 기록한 적도 없었다. 그를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지도했던 김관규 용인대 교수는 “100m 랩타임을 0.1~0.2초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상화는 강릉 오벌에선 10초32를 기록하며 올시즌 처음으로 10초40 벽을 넘었다. 랩타임 순위는 3위였으나 1위인 마르샤 허디(캐나다·10초29)와 불과 0.03초 차이밖에 나질 않았다. 이상화도 “100m 기록이 굉장히 좋게 나왔다. 옆 선수에게 100m를 지면 굉장히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엔 신경쓰지 않고 쭉 달렸다”며 말했다.

이상화 위징 고다이라 프로필
그래픽 | 김정택기자

◇빙질 적응+고다이라-위징 기량 확인

강릉 오벌의 얼음, 강력한 경쟁자 고다이라와 위징의 기량을 확인했다는 것도 소득이다. 이상화는 대회 기간 중 “얼음 상태는 캐다나 캘거리와 비슷하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해발 1100m에 위치한 캘거리는 물이 깨끗하고 고도가 높아 ‘기록의 산실’로 불린다. 해안에 위치한 강릉 오벌의 고도는 낮지만 빙질 만큼은 캘거리와 비슷할 만큼 좋다는 점을 이상화는 알게 됐다. 그는 2015년부터 캘거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강릉 오벌의 얼음은 캐나다 출신 전문가들이 만들고 있다. 이상화는 “스케이팅을 잘 해야 속도가 나는 얼음인 것 같다”며 “코너도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론 그래서 고다이라, 위징과의 1년 뒤 맞대결이 흥미진진하게 됐다. 이상화는 “37초50 안팎이면 우승자가 나올 것 같았는데 내 앞 조에 있던 고다이라가 37초 초반을 타서 놀랐다”고 했다. 올림픽 2회 우승의 베테랑 이상화도 고다이라의 기록이 이렇게 좋을 것으론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선 37초00 안팎까지 기록이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게 0.09초 뒤져 3위에 오른 중국의 위징(37초57)도 경계 대상이다. 고다이라의 상승세와 위징의 현주소를 확인한 만큼 이상화도 맞춤형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골반 이탈 막아라…2018년 2월 13일 웃기 위한 과제는?

과제도 분명하다. 이상화는 11일 열린 1000m에 종아리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소치 올림픽 뒤 자신을 괴롭히는 무릎및 종아리 부상을 말끔하게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번 대회 중계방송 해설자로 나선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감독은 “골반이 코너 때 원심력을 이용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빠지면서 감속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무릎 통증 때문에 이상화의 엉덩이가 본능적으로 세워지는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이상화도 “500m 마지막 코너에서 밀려 바깥쪽으로 돌았다. 안 쪽에 붙어서 돌았다면 순위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또 하나는 정신력이다. 제갈 감독은 “이번엔 초반 100m를 잘 탔지만 역설적으로 100m를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다. 올림픽 때까지 간절함을 되살려 훈련한다면 3연패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마침 미국의 통계전문업체 ‘그레이스 노트’도 평창 올림픽을 1년 앞두고 내놓은 메달 예측에서 이상화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 고다이라를 은메달로 분석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이 종목은 2018년 2월 13일 벌어진다. 이상화는 정확히 1년 뒤 국민들 앞에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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