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한국대표는 롤의 최종목표는 가족 3대가 함께 즐기고 응원하는 게임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라이엇게임즈 한국법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강헌주기자] “롤의 최종 목표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등 가족 3대가 함께 즐기고 응원하는 게임이 되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 이승현(45) 한국대표는 롤(Legend of Leagues, LoL)의 미래는 축구, 야구, 농구 등 전통 스포츠종목 처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잠시 사랑받다 사라지는 게임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영속성을 가진 게임이자 스포츠 종목으로 남길 희망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지난 2011년 롤 출시 이후 게임의 원형을 바꾸지 않은 채 업데이트만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롤은 현재 전 세계 145개국에서 25개의 언어로 서비스 되고 있다. 7000만명 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치는 최대 75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또 전 세계 월 이용자 수가 1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용자 규모만 따지면 롤은 라이엇게임즈의 꿈이 실현될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신체적 경쟁이 핵심요소인 스포츠 종목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롤 e스포츠는 한계가 따른다. 또 과몰입과 중독에 따른 폐해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어 롤이 세대를 뛰어 넘어 사랑을 받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할 벽이 높은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게임 특히 e스포츠는 머리만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능력도 중요하다. 큰 범주에서 스포츠라고 불러야 한다”며 “설사 롤이 정식 스포츠에 편입되지 않더라도 팬들이 지속적으로 사랑한다면 롤은 인류의 전통문화로 남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그는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에 대한 폐해에 대해서는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막을 게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저도 자녀가 좀 더 자라면 롤을 같이 즐길 것이다”고 말했다.

롤이 게임 분야를 벗어나 문화의 한 영역에서 영속성을 가진 클래식으로 남길 희망하는 이 대표를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 위치한 라이엇게임즈 한국법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한국대표가 롤의 챔피언 피규어들을 배경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로 취임했을때 의외의 인물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사실 사업적 측면에서 게임과의 인연은 라이엇게임즈가 처음이었다. 벌써 한국법인 대표가 된지 3년 정도 되었다. 이렇게 코어게이머를 대상으로 서비스 할 기회를 가지게 된 걸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똑똑하고 열정적인 팬들에게 서비스하면서 늘 많이 배우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오락실을 부지런히 들락거린 게임 마니아였다. 페르시아 왕자, 삼국지 등 컴퓨터게임이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로 나올 때부터 즐겼다.

-롤이 국내 PC방 점유율 40%대를 넘어서는 등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다시 재현되기 힘드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롤의 성공요인은.

롤에는 여러 가지 재미요소가 있다. 내가 게임을 승리로 이끌 때, 게임용어로 일명 ‘캐리’할 때의 즐거움, 팀워크를 발휘하여 역전에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 반대로 치열한 접전 끝에 안타깝게 졌을 때의 진한 아쉬움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보통의 일상을 사는 우리가 약 40분 정도가 소요되는 게임 한 판을 통해 일면 영웅적이고 극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40대 중반인 나 조차 게임을 하고 난후 감정의 잔상이 남고 더 나아지기 위한 연습을 다짐하곤 한다. 나는 이런 것들이 인생에서 의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게 즐겼다면, 그 시간은 낭비된 것이 아니다(Time you enjoy wasting, was not wasted)” 라는 말이 있다. 롤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즐기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기꺼이 내주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게이머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해외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한국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대해 이해도가 높고, 실력이 뛰어나며 게임에 대해 정말 진지하다. 공정한 경쟁환경 속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목표했던 바를 성취하고자 하는 열정이 그 어느나라 보다 강하다. 또한 온라인 게임이 이 정도의 주류문화로 자리잡은 나라는 많지 않다. 그래서 한국 시장을 “미래를 보는 수정구”라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롤 e스포츠를 기존 스포츠 종목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갈등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원만하게 잘 풀어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저희는 e스포츠를 롤 마케팅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e스포츠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프로팀, 선수, 팬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즐길 수 있는 산업구조와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일종의 열망 또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 물론 이해관계자가 많아 하루 이틀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이런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의 상황을 보고 의사결정을 하려고 한다.

-롤이 기존 스포츠종목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가능성이 있다. 스포츠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 특히 그 정의 중 일부일 ‘신체 운동’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사실 게임은 머리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반응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쟁, 승리와 패배, 그 뒤에 숨은 많은 땀, 눈물, 환희 그리고 팀 플레이 같은 것들이다. 2016 프리미어 리그 축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 2016 롤 e스포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서 느끼는 감동의 본질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스포츠 종목으로의 편입 가능시기는 우리의 결정 영역이 아니다. 다만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정식 종목으로 편입되지 않는다고 e스포츠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가 무엇으로 e스포츠를 분류하건 e스포츠는 지금 젊은 층들이 즐기는 중요한 문화의 일부이다. 누가 무엇이라 부르든 정말 그것을 즐기는 팬들에게는 큰 상관이 없을 것이다. 롤은 처음부터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개발한 게임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등 가족 3대가 함께 응원을 하며 즐기는 게임으로 남길 바란다.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한국대표는 올해 한국의 롤 e스포츠는 그 어느해보다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이 대표가 라이엇게임즈 한국법인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11년 12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해 롤 e스포츠도 국내에 론칭한 지 6년째를 맞는다. 그리고 17일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가 개막했다. 올해 한국의 롤 e스포츠만의 특별함을 든다면.

팬들 입장에서는 어느해보다 흥미진진할 것 같고, 팀과 선수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해외리그로 스카우트 됐던 스타 선수들이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로 돌아왔다. 게다가 작년 롤드컵 4강의 주역 세 팀 멤버들이 기존 팀이 되었건 새로운 팀이 되었건 대부분 LCK에 건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선수들 간의 박빙승부를 보게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밴카드가 10장으로 늘어나면서 팀들의 전략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다양한 챔피언을 LCK에서 만날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으로 보인다.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한국 팀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선수들이 워낙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팀은 체계적인 훈련·합숙을 통해 잠재력을 더 키워내고 있으며, 코칭 스태프의 전략 및 리더십 역량이 뛰어난 것이 한국팀 선전의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라이엇게임즈의 사회공헌 활동인 ‘문화재 지킴이’ 활동이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벌써 올해로 5년째 문화재청과 한국의 해외 유출 문화재를 찾는 일을 미국이 본거지인 외국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독특하다.

라이엇은 미국에서 시작한 회사이지만 많은 국가에 현지 법인과 현지 직원들이 있는 글로벌 회사이다. 라이엇이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한국에 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화재 관련 사회공헌활동을 생각하게 됐다. 이런 생각을 해내고 주도한 사람들은 한국법인의 한국직원들이다. 우리는 게임도 문화의 일부이며, 그런 맥락에서 과거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활동이 의미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청소년 등 젊은 층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다른 게임 개발은 전혀 생각하지 않나.

회사 내부적으로 새 게임 개발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우리도 다른 게임회사와 마찬가지로 복수의 게임을 준비한다. 하지만 다른 게임이 출시되더라도 롤의 영역과 지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갖는 위기감은 없나.

게임의 장르와 특성에 따라 모바일에서 즐기기 좋은 게임도 있고 온라인으로 즐기기 좋은 게임도 있다. 우리는 특정 플랫폼에 주안점을 두는 회사라기보다는 코어 게이머를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롤의 경우, 모바일보다는 온라인에서 더 나은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일 뿐이다.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공존하는 시장이라 생각한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은 전체 게임 산업에도 긍정적인 일이다.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대표는 조만간 롤 이외에 다른 게임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롤의 위상이나 영역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게임에 대한 폐해 주장도 만만찮다. 특히 청소년들의 과몰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게 현실이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은 우리도 경계하는 부분이다. 과몰입 자체가 건강하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는 상당한 시간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해야하는 한국 교육의 틀과 룰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과몰입에 따른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그래서 자사는 단순히 게임만 많이 하게 하는 마케팅, 프로모션은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그래도 청소년기에 내가 잘 하고 싶은 무엇, 친구와 함께 즐기고 싶은 무엇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롤이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놀이이자 문화로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과몰입에 대해 우리가 유도하는 부분이 없는 지는 항상 신경 쓰고있다. 라이엇게임즈는 학부모 전용 사이트가 있다. 학부모 본인 인증만 하면 자녀들의 게임 기록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 과몰입을 경계하기 위해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대표 자녀들은 롤을 즐기는가.

아직 자녀들이 어려서 아직 롤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현재는 닌텐도나 위 같은 비디오 게임을 함께 즐기고 있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당연히 함께 롤을 즐길 것이다.

-개인적으로 롤 외에 즐기는 게임이 있다면.

주로 롤을 많이 하지만, 최근엔 FPS(First Person Shooting, 1인칭 슈팅) 게임도 자주 즐겼다.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 3권을 소개해달라.

우선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은 행복에 대해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로 접근한 책이다.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는 깊이 있고 정치한 문장이 인상에 남는다. 어른의 글이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끝을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lemo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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