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림-임은수
피겨 여자 싱글 김예림(왼쪽)과 임은수가 지난 24일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스포츠서울과 설날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올림픽 금메달 만큼이나 팬들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두 요정의 웃음이 밝다. 한국 피겨의 미래도 밝다. 한국 피겨가 평창 올림픽을 1년 앞두고 기지개를 다시 펴고 있다. 중심에 선 선수는 내년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첫 한 자리 수 입상, 더 나아가 메달까지 기대받고 있는 차준환(16)이다. 하지만 시선을 좀 더 멀리 내다보면 유망주들이 쏟아지는 여자 싱글에서의 환호가 예상된다. 평창 이후에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김연아의 뒤를 이을 선수들이 한국 여자 피겨의 자존심을 걸고 맹활약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곧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동갑내기 임은수(한강중)와 김예림(도장중·이상 14)은 여자 피겨를 이끄는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둘은 지난 8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내셔널 챔피언십’ 성격의 종합선수권에서 피말리는 경쟁 끝에 우승(임은수)과 준우승(김예림)을 휩쓸었다. 쟁쟁한 선배들을 따돌렸고 재능이 번뜩이는 한 살 후배 유영도 눌렀다. 임은수는 김연아 이후 국내 여자 피겨 선수론 처음으로 공식대회 190점을 돌파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예림은 단점으로 지적됐던 예술적 면모를 확 끌어올려 존재감을 알렸다. 2003년생인 둘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시니어 국제대회 나이 제한 규정으로 인해 내년 평창 올림픽엔 아쉽게도 나설 수 없다. 평창 올림픽엔 2002년 6월 30일생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평창 이후에도 피겨는 계속되고 둘은 2018~2019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뛰어들어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다.

먼 길이지만 둘이 존경하는 대선배 김연아가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임은수와 김예림도 가고 싶어한다. 설날을 앞두고도 두 요정의 땀방울은 변함이 없다. 시크한 임은수와 발랄한 김예림, “평창은 아쉽지만 그 만큼 베이징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두 선수를 만났다.

김예림-임은수
피겨 여자 싱글 김예림(왼쪽)과 임은수가 지난 24일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스포츠서울과 설날 인터뷰 도중 서로 대화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화려함이 부러워”…“정신력 인상 깊다”

“둘은 언제 알게 됐죠?”란 질문에 누가 먼저할 것도 없이 서로를 보며 웃는다. 김예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초등학교)2학년 때요….” 지금은 엎치락 뒤치락하며 국내 1~2위를 다투는 ‘원투펀치’로 올라섰으나 어릴 때만 해도 피겨에 먼저 입문한 임은수가 두각을 확 나타냈다고 한다. 임은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피겨를 시작했다. 김예림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은반 위를 활주했다. 김예림은 “2학년 때 처음 봤는데 점수도 그렇고 은수랑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났다. 은수가 유난히 잘해서 나랑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임은수도 라이벌이자 친구인 김예림을 칭찬하고 나섰다. “처음 봤을 때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이 계속 나아지더라”는 임은수는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눈에 띌 정도였다”고 했다.

그래서 서로의 장점이 부럽다. 김예림은 임은수의 스타일을 닮고 싶단다. “은수는 연기할 때 관중 눈에 확 띈다. 스케이팅이나 안무도 굉장히 화려해 보이고 점프도 시원시원하다”는 그는 “모든 면에서 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연기 스타일이 장점 같다”고 했다. 임은수는 김예림의 정신력과 차분함을 배우기 위해 연구 중이다. “본 대회에선 스텝이나 점프할 때 긴장을 해서 급해지는 게 내 단점”이라고 소개한 그는 “반면 예림이는 차분하게 경기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김예림
김예림이 지난해 2월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9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초등부 프리스케이팅에 나와 연기하고 있다. 성남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주니어 세계선수권 출사표 “한국에 이런 선수 있다는 것 알리겠다”

둘은 종합선수권에서 1~2위에 올랐으나 역시 나이 제한으로 인해 오는 3월 29일~4월 2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다. 대신 같은 달 15~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먼저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처음 함께 나선다. 주니어 첫 시즌에 거머쥔 세계선수권 티켓이 소중하다. 그래서 임은수와 김예림 모두 후회 없는 연기를 다짐했다. 김연아 말고는 한국 선수를 모르는 세계 피겨계에 이름 석자를 알리고 오겠다는 게 그들의 각오다. 내년 가을부터 노크하게 될 시니어 무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심판들과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필요하다.

임은수는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대회인 만큼 각오도 더 많이 해야할 것 같다”며 “(타이베이에)가서 우리나라 선수 중에도 잘 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와야할 것 같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친구의 당찬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예림도 “같은 생각이다. 덧붙여 다른 나라 선수들도 잘 하기 때문에 나와 은수 모두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경기를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도 저런 선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여자 싱글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연기를 펼치려는 국내 선수들의 움직임도 다부지다. 후배 유영은 부담이 덜한 대회에서 남자 선수들도 부담스러워하는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곧잘 시도하며 국내 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임은수와 김예림 역시 점프 기술 향상은 피할 수 없는 숙제라는 것에 동의했다. 다만 방법론에 약간의 견해차가 있는 것 같았다.

김예림은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했으니까 이젠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쿼드러플 점프로 넘어가야 한다. 시기는 모르지만 그런 점프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아사다 마오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유명해진 트리플 악셀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임은수는 “이젠 트리플-트리플을 뛰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졌다”면서도 “일단 트리플-트리플부터 안정권에 들 수 있도록 타는 게 중요하다. 안전한 점프, 내 점프로 만들면 그 때 가서 난이도 있는 점프를 시도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프리키스케이팅 연기펼치는 임은수, 멋지게 회전[SS포토]
임은수가 지난해 10월1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6 전국남녀 회장배 피겨스케이팅 랭킹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평창 못 가는 아쉬움, 5년 뒤 베이징에서 풀겠다

둘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그래서 평창 올림픽 출전 자격이 안 된다는 게 더 아쉽다. 1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둘 모두 한국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둘은 그 아쉬움을 고스란히 가슴 속에 간직해 5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 풀겠다고 밝혔다. “이젠 아쉽다기보다 차라리 준비를 더 꼼꼼하게 해서 베이징 올림픽 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임은수는 “평창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선배들이 좋은 연기 펼치도록 더 많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김예림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 시도조차 못하는 게 가슴 아프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다”며 “베이징을 향해 달려가겠다. 더 많이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비록 평창 올림픽엔 나설 수 없으나 종합선수권 때 올림픽 피겨 종목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연기한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웅장한 경기장에서 수천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연기한 것은 피겨에 대한 동기부여를 살리는 계기가 됐다. “아이스 아레나를 처음 갔을 땐 적응을 못해서 연습을 잘하지 못했다”는 김예림은 “2~3일 지나니까 적응이 됐다. 대회 땐 긴장도 됐으나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웃었다. 임은수는 얼음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와 규모에 당황스럽긴 했는데 빙질은 해외 대회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점프가 더 잘 됐던 것 같다”며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첫 피겨 대회 여자 싱글 챔피언의 좋은 기억을 노래했다.

김예림-임은수
피겨 여자 싱글 김예림(왼쪽)과 임은수가 지난 24일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스포츠서울과 설날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언젠간 연아 언니처럼…“사랑받고 감동주는 피겨 선수 되겠다”

둘은 올 초 더 가까워졌다. 임은수가 지난해 계약한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에 김예림도 최근 합류했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몸 담고 있는 소속사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잘 하셨던 선수”라며 웃은 임은수는 “그런 분이 가까이서 날 지켜봐주시고 조언하실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현실이 됐다. 엄청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김연아 효과’를 설명했다. 임은수는 종합선수권 우승 뒤 “국제대회 연기 중 펜스에 부딪힌 뒤 김연아 언니 조언을 듣고 고칠 수 있게 됐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기도 했다. 김예림은 “연아 언니를 만났을 때 설렜다.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하기 때문에 배울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 뭐 하나 꼽을 수 없을 만큼 다 닮고 싶다”고 했다.

모든 종목이 그렇지만 피겨 선수의 삶도 고단하다. 매일 태릉실내빙상장의 링크와 부대끼며 살아야 하고 지상 훈련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먹는 것도 참아야 한다. 그 속에서 둘은 ‘베이킹(빵 만들기)’을 같은 취미 삼아 우정을 나누고 여유를 찾는다. 김예림은 “옛날에 하다가 요즘은 안하고 있는데 베이킹을 좋아한다”며 “빵을 좋아하는데 내가 만든 것은 잘 안 먹게 된다. 가족들 나눠준다. 사실 은수가 먼저 베이킹을 시작해서 더 잘한다”며 웃었다. 임은수는 “대표팀에 베이킹 하는 선수들이 많다. 같이 나눠 먹고 그런다”며 피겨 대표팀 전체의 베이킹 열풍을 살짝 소개했다.

피겨 선수로서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서는 꿈은 당연히 갖는다. 그런 성적 외에도 둘은 공통의 꿈을 또 하나 품고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피겨 선수가 되는 것이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획득은 내 목표이기도 하다”는 임은수는 “그러나 그보다도 뭔가 특별하고 사람들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예림도 “피겨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감동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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