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90년 대 이후, 많은 한국 기업이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선택하고 해외 기업들을 모방하고 나섰다. 개척에 필요한 역량과 자본을 떠나 단 기간 내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기에, 많은 국내 기업들은 패스트팔로워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17년, 이제 대한민국의 여러 기업들은 더 이상 패스트팔로어가 아닌 선도자 위치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수 시장에서는 서로 유사한 전략을 선택해 작은 시장을 두고 다투는 꼴이다.

2013년에는 에어워셔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위닉스와 위니아만도가 특허권 침해 분쟁에 휘말렸다. 1년간 법정다툼은 서로를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으나, 시장 정체와 맞물리며 결국 양사 다 피해만 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공방을 벌이는 업체들의 규모가 비슷한 경우 그 피해가 비일비재하나,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 결과와 무관하게 시작부터 더 큰 피해를 입는 쪽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대기업과 중소기업 혹은 스타트업 간의 분쟁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거나 현상에 도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다. 문제는 이런 신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구사하는 대기업들이다.

같은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면 비교 불가한 유통망과 마케팅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시작부터 승패가 가려진 게임을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같은 이런 대립은 최근 불거진 벤처 공룡 옐로모바일과 스타트업 버즈빌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버즈빌은 잠금화면 광고모듈이라는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다수의 국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 영역을 늘려가던 과정에서 옐로모바일의 쿠차슬라이드라는 팔로어를 만난다. 버즈빌은 특허심판원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했으며, 특허심판원 측은 버즈빌 쪽의 손을 들었다. 즉 쿠차슬라이드가 버즈빌 특허의 모방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특허심판원의 심결만 두고 봤을 때는 버즈빌의 승리로 보이지만, 아직 웃을 수만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영업의 핵심이 되는 기술에 대한 특허침해로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 역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최근 중소기업 바디프렌드는 자사의 자가 필터 교체형 정수기를 교원그룹이 베껴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한 양사의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회사 규모로 볼 때 또 하나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수면 위로 드러난 특허 분쟁 외에도 사전에 상호 협의를 도출하는 경우가 많아 특허침해로 중소기업이 받는 피해는 현재 알려진 바 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그 기나긴 여정을 이겨낼 수 있는 확신이 잘 서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90년대 글로벌화를 외치면서 몸에 밴 패스트팔로어 전략이 이렇게 양날의 칼이 돼 내수시장을 위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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