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현대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소통과 공감이다. 업계를 막론하고 그 가치와 의미가 나날이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는 콘텐츠, 이른바 실시간 쌍방 소통 콘텐츠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프로야구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홍보, 공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 등은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제작해 팬들과 소통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두산은 한 발 더 나아가 방송사와 손을 잡고 영상물을 제작, 공유하면서 신선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더욱이 두산은 지난해 전문 아나운서를 선발해 방송 전면에 내세우며 그 어느 구단보다 이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다양한 구장 소식과 쌍방 소통, 선수들과 인터뷰 등으로 큰 재미를 선사했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최시은 아나운서가 있다. 그의 투입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그는 두산의 미디어 콘텐츠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에 그는 팬들 사이에서 '승리요정'이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됐다.


Q. 정확히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프로필 사진 촬영 때 "최선을 다해 두산의 V5에 일조하겠다"고 했는데, 원한 만큼 성과는 얻었는가.


최시은 : 구단 아나운서 활동을 시작할 때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조금 더 재밌게, 편안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방송에 임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싶다. 기본적인 인터뷰를 비롯해 구장 프리뷰, 올스타전 투표 독려 영상 촬영 등 많은 시도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만족한다.


Q.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최시은 : 앞서 말했듯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인터뷰를 담당했다. 경기 전 구장 날씨를 전하고 선수들의 컨디션 등도 전달했다. 특별히 인터뷰 영역에서는 기존의 인터뷰처럼 딱딱하고 형식적인 인터뷰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조수행, 류지혁과 함께한 절친 인터뷰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면.


최시은 : 김재환 선수와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팬들이 생각하기에 체격이 좋고 거포인 만큼 상남자 스타일로 생각하는데, 의외로 수줍음이 많다. 나 또한 오해가 있었는데, 만나서 몇 마디를 나눠보니 다 기우였다. 한국시리즈 때 얼굴을 마주하면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오해가 다 풀렸다. 김재환 선수는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Q. 김재환 선수 말고 다른 선수들과도 인터뷰를 많이 했다. 또 누가 떠오르는지.


최시은 : 닉 에반스 선수와 영어 인터뷰도 기억에 남고, 유희관 선수와 인터뷰도 떠오른다. 내가 또 K대 출신인데, 포수 박세혁 선수와 동문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는데, 내가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그렇게 학교 구호를 외쳐 웃음이 터지곤 했다. 오현택 선수도 기억에 남는다. 아나운서 초반 어려움이 많던 시절에 정말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줬다. 하나를 물어보면 열을 답해줬다. 그때 '이렇게 인터뷰가 되는구나', '지금이 제대로 하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Q. 지난해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했는데, 인상 깊었던 콘텐츠가 있다면.


최시은 : '2016시즌 올스타전'을 앞두고 했던 '선택 2016' 콘텐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산 선수들의 올스타전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방송사 선거 개표 방송 콘텐츠를 착안해 방송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많은 팬들이 이 영상을 보고 투표에 참여해줬다. 반응이 좋아 다음 날 홈경기에 전광판을 통해 영상이 나가기도 했다. 뿌듯했다.


Q. 방송을 하면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최시은 : 콘티를 만들어 정해진 루틴에 따라 촬영이 진행되는 줄 아는 팬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날 방송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큰 틀만 정해져 있고 방송 시작 30분 전에 즉흥적으로 모든 게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대본을 외우는 게 정말 힘들었다. 한 줄 외우고 촬영하고, 다시 한 줄 외우고 촬영하고를 반복했다. 힘들면서도 기억에 남는 부분인 것 같다.


Q. 어려움도 있지만, 그만큼 노력한 덕분에 팬들 사이에서 '승리 요정'이란 수식어까지 얻었다.


최시은 : 그렇지 않다. 시즌 초반 팬들이 나의 존재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가졌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선수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름의 발전이 있었고, 또 팬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줘서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 같다. 과분한 수식어임에는 분명하다.


Q. 팬페스트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최시은 : 당시 1부 진행을 맡았다. 사실 생각도 못했던 제안이었다. 구단에서 하는 마지막 공식 행사였고, 또 그렇게 큰 무대에 나를 세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행사를 앞두고 마케팅 팀에서 '팬페스트 때 할 일이 있을 거다'라는 귀띔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큰 무대를 맡길지는 몰랐다. 행사 진행이 확정되고 부담감에 쩔쩔매고 있을 때 구단 관계자분들이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독려해 준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Q. 팬페스트 때 선수들의 태도와 관련해 논란도 있었다.


최시은 : 구단과 선수단에서도 공식 사과를 한 부분이다. 선착순 입장,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행사를 진행한 것 등 문제점들이 다수 발생했다. 상황 자체가 힘들다 보니 마찰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콘텐츠 측면에서 만족시켜드리지 못한 점도 있다. 이에 팬페스트 직후 두산 관계자분들이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의견을 모두 취합해 회의를 한 것으로 안다. 내년엔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나갈 거라 기대한다.


Q. 아쉽게도 올해를 끝으로 아나운서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최시은 : 예전부터 계획해둔 스케줄이 있었다. 아쉽게 됐다. 두산은 나를 키워준 곳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아나운서를 꿈꾸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성장시켜준 참으로 고마운 곳이다. 실제로 나의 꿈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했다. 평생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Q. 끝으로 한마디.


최시은 : 선수단을 보면 남자 고등학교 학생 같은 분위기가 있다. 꾸러기 같은 면모도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참 재밌다고 느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 동안 선수들과 함께 했는데,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1년 동안 함께 고생한 방송사 PD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팬들께도 감사드린다.


"특별히 선수들을 계속 지켜봐 주시면서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보여지는 모습 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좋은 사람들이다".


뉴미디어국 wayne@sportsseoul.com


사진ㅣ최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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