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축구 스타 이승우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2.29.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아직은 80점이죠. 새해에 20점 채워 100점 만들고 싶어요.”

지난해 3월 바르셀로나에서의 단독 인터뷰 뒤 처음 만난 이승우(19)는 여러모로 달라져 있었다. 한국나이 20살이 됐음을 알리는 듯 꽤 성숙한 이미지가 풍겼고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이 ‘두꺼워’졌다. 키도 좀 큰 것 같아 물어보니 “2㎝ 정도 자란 것 같다. 아버지도 키가 늦게 컸다고 하셨는데 나도 그러는가 보다”며 수줍게 웃었다. 옆에 있던 가족들도 “이젠 170㎝를 넘은 것 같다”며 함께 웃었다. 많은 곳이 변하고 성장했으나 그대로인 것도 있었다. 세계 최고의 구단 FC바르셀로나 1군에서 뛰겠다는 도전 의지가 그렇다. 2017년은 이승우에게 의미 있는 해가 될 전망이다. 우선 이르면 1~2달 내 늦어도 2017~2018시즌엔 성인 2군팀인 바르셀로나B로 복귀해 1군 진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또 하나는 오는 5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내심 4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는데 이승우는 핵심 공격수로의 활약이 예상된다.

지난 달 21일 조용히 귀국한 뒤 ‘홍명보 자선축구’ 등 몇 차례 공식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냈던 그는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인 지난 연말 스포츠서울과 만나 국제축구연맹(FIFA) 출전 정지 징계 해제 뒤 1년간의 소회와 새해 각오를 밝혔다. 스포츠서울은 2013년 그와 바르셀로나의 5년 장기계약을 최초 보도했다. 이어 2015년과 2016년 신년인터뷰, 2015년 11월 FIFA 징계에 따른 수원FC 훈련캠프 합류 단독 보도, 지난 3월 바르셀로나 현지 인터뷰및 ‘라 마시아’ 탐방 등으로 많은 인연을 쌓았다. 최근 인터뷰와 담을 쌓고 지내던 이승우도 스포츠서울엔 마음을 열었다. 그는 “한국에 쉬러 왔는데 쉬는 것 같지 않다”며 각종 행사와 CF 촬영 등으로 바빴던 일정을 소개하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길게 풀어놓았다.

◇“FIFA 징계 해제 1년, 사람으로서 행복했다”

지난 2011년 가을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그는 ‘18세 이하 선수는 해외에서 뛸 수 없다’는 FIFA 규정에 따라 2013년 초부터 소속팀 공식 경기에 나서질 못했다. 18번째 생일인 지난 해 1월 6일 족쇄가 풀린 이승우는 후베닐A(19세 이하)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스리그를 분주하게 누볐다. 지난 해 3월엔 성인 2군팀인 바르셀로나B 데뷔전도 치렀다. “지난 1년을 잘 보낸 것 같다. 올시즌엔 성적이 너무 좋아서 뿌듯하다(팀은 정규리그 1위,이승우는 12경기 8골)”는 그는 “무엇보다 동료 선수들이랑 같이 즐기며 축구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선수 이전에 사람으로서 행복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매긴 2016년 점수는 80점. 그는 “매우 만족한다. 하지만 100점을 줄 순 없다. 나머지 20점은 새해에 채워가겠다”고 했다. 점점 늘어가는 자신의 ‘킬러 본능’이 새해 자신감의 원천이다. “1년 전 인터뷰한 것처럼 복귀 초반엔 공격포인트보다 팀에 적응하고 맞춰가는 플레이에 치중했다. 그래서 2015~2016시즌 후반기엔 골이 적었다(13경기 3골)”는 이승우는 “2016~2017시즌부턴 골을 더 많이 넣자고 다짐했는데 그게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시 어시스트로 골…바르셀로나에서 도전하는 이유”

세계적 명문팀인 바르셀로나엔 그 유명한 M(메시)·S(수아레스)·N(네이마르) 트리오가 공격 삼각 편대를 이루고 있다. 한 시즌에 셋이 합쳐 쏟아내는 골이 100개를 넘을 때도 있을 만큼 그들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그늘도 짙다. 숱한 유망주들이 ‘M·S·N 트리오’를 뚫지 못해 스페인과 잉글랜드 독일 포르투갈에 있는 다른 구단으로 가는 것이다. 이승우와 함께 유스팀에서 자라던 동갑내기 중에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해 1군 데뷔전을 치른 선수가 있다. 당연히 이승우에 대한 유혹도 진하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시티 토트넘 첼시 등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그에게 손짓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우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바르셀로나 1군 진입은 14살 때 스페인으로 오면서 갖고 있던 꿈”이라며 “물론 다른 팀 친구들이 1군 뛰면 축하해주고 잘 되길 바라지만 초조하고 그러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꿈꾼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천천히 기다리면서 나의 때를 준비하겠다.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여서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준비하면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메시 같은 선수와 한 팀에서 뛰며 골을 넣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바로 이승우가 다른 리그 성인팀을 마다하면서까지 ‘바르셀로나’란 울타리에 계속 존재하는 이유다. 이승우는 “올시즌 후베닐A에선 15골 이상을 넣고 싶다. 그리고 정규리그와 UEFA 유스리그를 모두 우승하도록 달려가겠다. 그리고 B팀에 올라 1군 도전의 기반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올해 구상을 전했다. 그의 부친 이영재씨는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 않고 바르셀로나에서 버티는 선수가 결국 1군에 간다. 승우의 마음도 그렇다”고 거들었다.

이승우
축구 스타 이승우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2.29.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U-20 월드컵? 한국이라 신나고 흥분…갈 곳까지 가보자”

그리고 그는 올해 한국에서 벌어지는 U-20 월드컵을 겨냥한다. 신 감독이 새로 오면서 여러 변수가 나올 수 있으나 이승우는 재능과 경험 면에서 팀의 핵심 공격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설렌다. 빨리 뛰어보고 싶다. 한국에서 열리니까 더 신나고 흥분되고 그렇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은 그는 “또래들하고는 13세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편하고 좋다. 20세 형들은 우리들이 자유롭게 플레이하도록 많은 배려를 해준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1월 수원 컨티넨탈컵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에 2-1 역전승을 거둔 것은 큰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스페인이 잉글랜드에 져서 한국에 못 온다. 강력한 우승후보가 잉글랜드인 것 같다”는 이승우는 “그런데 그런 팀을, 그것도 최정예로 나왔는데 우리가 이겨봤다. 물론 그 경기 승리하기 전부터도 자신감은 있었다”며 ‘5월의 신화’를 노래했다. 그는 “신 감독님은 아직 겪어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월드컵에 맞춰 잘 준비하실 것으로 본다. 나도 열심히 하겠다”며 ‘신태용호’에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전한 뒤 “16강 혹은 8강에서 떨어진다는 목표는 없다. 우승을 보면서 올라갈 곳까지 가보겠다”며 ‘유쾌한 도전’을 선언했다.

◇“일본전 원더골, 한 번 더 보여드려야죠”

많은 팬들은 이승우가 지난 2014년 9월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 8강 일본전에서 넣은 60여m 드리블 뒤 골을 잊지 못한다. 연령별 대표팀 경기를 통틀어도 이만큼 극적이고 훌륭한 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일본전 환상골 재현을 약속했다. “내 축구가 예전하고 바뀌고 그런 것은 없는데 일본전 골 같은 장면이 다시 나오질 않으니까 내 플레이스타일이 변한 것 같다고 팬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다시 넣기 어려운 골이지만 언젠가는 그런 골을 한 번 더 넣고 싶다”고 다짐했다. 단단해지는 몸은 생존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다. 이승우는 “축구하면서 서로 부딪혀보면 알지 않나. 동료들도 올시즌엔 내 몸이 너무 좋다는 말을 하더라. 친한 트레이너 형이 스페인에서 같이 살며 단련해준 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극전사 선배들의 조언도 힘이 된다. 이승우는 이번에 독일을 경유해 한국에 왔는데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는 구자철과 함께 탔다. 그와는 용품사까지 같아 한국에 온 뒤에도 자주 만났다. “구자철 선배가 ‘빨리 데뷔해서 빨리 지는 선수도 많았다. 조바심 갖지 말고 생각한대로 가라’는 말을 해서 힘이 났다”는 그는 “형들이 다들 착해서 장난도 많이 치고 편하게 대해 주신다”고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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