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LG의 차세대 마무리 후보로 꼽혔던 이승현이 지난 22일 FA 차우찬의 보상선수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3월 넥센과의 시범경기에 등판한 이승현.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스토브리그의 꽃은 연봉협상이었다. 그러나 1999년 말 처음으로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실시된 이후부터는 스토브리그의 중심이 FA로 옮겨졌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FA선수에게 맞춰졌지만 실질적인 전력 이동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한 것은 보상선수였다. 자리를 옮긴 FA선수 못지 않게 팀 전력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다.

보상선수는 1999년 삼성의 품에 안긴 이강철의 보상선수로 해태 유니폼을 입은 박충식을 시작으로 지난 22일 LG로 이적한 차우찬의 보상선수로 삼성의 낙점을 받은 이승현까지 모두 40명이다. 그런데 그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보상선수를 바라보는 트렌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초창기에는 당장 빠져나간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즉시 전력감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그야말로 ‘보상’의 의미가 강했다. 영입 즉시 팀 전력에 녹아들 수 있는 선수로는 리그를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으면서 능력을 검증받은 베테랑들이 주목을 받았다. 어린 유망주들을 선택하는 것은 모험수라는 인식이 강했다. 잘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자칫 ‘쪽박’을 찰 수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면서 팀의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경쟁에서 조금씩 밀려나면서 팀내 입지가 좁아진 베테랑 선수들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 어김없이 보상선수로 지명됐다.

첫번째 보상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 박충식이나 같은 해 김동수의 보상선수로 LG로 이적한 김상엽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은 모두 삼성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다가 전성기를 넘기면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듬해 홍현우의 보상선수로 해태 유니폼을 입은 최익성, 2002년 겨울 박경완의 보상선수로 현대의 품에 안긴 조규제 등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그러나 자리를 옮긴 베테랑 선수들은 대부분 새로운 팀에서도 경쟁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2003년 롯데가 정수근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내줬던 문동환이 한화로 트레이드된 이후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며 재기한 것이 성공사례지만 수혜를 받은 팀은 두산이 아니라 한화였다.

2009년과 2010년은 외부 FA 이동이 사라진 FA 시장의 암흑기였다. 2010년 겨울에는 사상 처음으로 최영필과 이도형이 FA 미아로 남기도 했다. 그 뒤로는 전력 공백을 메우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의 팀 리빌딩을 위한 카드로 보상선수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2011년 겨울 LG는 이택근과 조인성, 송신영을 각각 넥센, SK, 한화에 내줬는데 보상선수로 윤지웅, 임정우, 나성용을 각각 선택했다. 왼손 불펜, 우완 선발, 우타 거포 요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였다. 당시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윤지웅은 병역을 마친 뒤 곧바로 LG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임정우는 롱릴리프와 선발로 입지를 굳힌 끝에 올시즌에는 팀의 마무리로 변신해 내줬던 FA선수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물론 정대현의 보상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자마자 다시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SK로 U턴했던 임훈의 사례처럼 적당한 경험을 쌓은 즉시전력감에 대한 선호도 이어졌다. 롯데는 2012년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데려온 김승회를 불펜에서 요긴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SK가 롯데로 떠난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김승회를 지명했고 LG에 내준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최승준을 선택했다. 그러나 대세는 젊은 유망주 쪽으로 확연하게 기울었다. SK는 정우람의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조영우, 롯데는 심수창의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박한길을 데려가 마운드의 미래를 밝혔다. 삼성 역시 박석민의 보상선수로 NC의 젊은 야수 최재원을 영입했다. 최재원은 올시즌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내년에는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다.

이번 겨울에는 최재원 외에 최형우와 차우찬의 보상선수로 삼성에서 뛰게 된 강한울과 이승현,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이흥련 등 네 명의 보상선수가 탄생했는데 모두 20대 중반의 나이다. 이흥련이 27살로 가장 나이가 많지만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즉시 전력으로 영입한 케이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써먹기 좋은 선수보다는 더 오래 활용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보상선수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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