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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취재를 하며 참 많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지만 그래도 임원과의 만남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기사화하기 좋은 고급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만큼 기자의 숙련도에 따라 그 정보들을 얻을 수도,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꽤 솔직하고 진솔하게 기자들에게 얘기를 해주는 임원이다. 게다가 조 부회장은 상당히 격의 없이 기자들을 대한다. 나쁘게 말하면 임원으로서의 아우라나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고, 좋게 말하면 인상이 좋고 친밀감이 느껴지는 CEO다. 기자들과 만나면 먼저 반가워하고 악수를 청한다. 기자간담회장에서 난감한 질문을 연거푸 던져도 최대한 말 해 줄 수 있는 한에서 답변을 해주고, 때때로 얘기해주지 못함을 이해해달라고 부탁도 한다.
이렇게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의 조 부회장이지만 조 부회장의 이력은 강한 승부사의 면모가 엿보이는 반전매력이 있다. 또 외국계 대학이나 박사 출신이 즐비한 가전기업 CEO 중 첫 고졸 CEO가 되는 신화를 썼다.
◇ 고교 졸업 후 금성사 입사... 세탁기 명인의 길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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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부회장은 도자기 장인이던 부친이 가업인 요업(窯業)을 잇기 원했기에 중학교만 졸업할 뻔했다. 하지만 기기에 관심이 많았던 꿈 많은 10대 조 부회장은 요업과 공업계 고등학교과 관련이 있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용산공고에 진학했다.
어렵게 진학한 학교이니만큼 조 부회장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심이었다. 용산공고를 졸업할 때는 LG전자에서 견습과정을 거치게 됐고, 우수장학생 자격으로 1976년 9월 26일 금성사에 입사했다.
당시에는 선풍기가 인기가 많아 입사 동료들은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했지만, 조 부회장은 같은 모터를 사용하지만 훨씬 복잡한 매커니즘의 세탁기에 관심이 가 세탁기 설계실을 택했다. 당시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 될 정도로 낮았지만 조 부회장은 세탁기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세탁기가 사람을 대신해 빨래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만큼 다른 일을 더 하거나 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세탁기와의 인연이 2012년까지 계속됐다. 장장 36년동안 세탁기 관련 부서에서 연구를 해 온 셈이다. 1995년에는 LG전자 세탁기설계실 부장이 됐고 2001년에는 세탁기연구실장(상무)이 돼 고졸 출신 임원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 방영된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금성사의 이조세탁기 역시 그의 손길이 닿은 제품이다.
당시만 해도 일본 기술 의존도가 무척 높았지만 조 부회장은 일본 제품을 능가하는 세탁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거의 공장에서 먹고 자다시피 하며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또 일본 신제품을 공부하기 위해 150여 차례나 일본을 방문했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우기까지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조 부회장은 90년대 들어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되는 보편적인 구조에서 탈피해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DD(Direct Drive) 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만들 수 있었다. LG전자가 1998년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한 DD 모터는 LG 세탁기 세계 1등 신화의 원동력이 됐을 뿐만 아니라 “모터 달린 것은 LG 것을 사라”는 말이 탄생하도록 했다.
◇ 이조세탁기에서 트윈워시까지 혁신 제품 잇달아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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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부회장의 기술개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2009년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세상을 놀라게 한 혁신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세탁기 세계 1등의 신화를 이어왔다. ‘응답하라 1988’ 속 금성사의 이조세탁기가 오늘날 LG전자의 2구세탁기(트윈워시)로 발전한 것이다.
LG전자는 조 부회장의 성과를 높게 평가해 2013년 LG전자 HA(Home Appliance)사업본부장(사장)으로 승진시켰고 이듬해에는 에어 솔루션 사업까지 더해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를 총괄하도록 했다. 또 올해 각자대표 체계로 재편되면서 LG전자 대표이사 H&A 사업본부장이 됐고 급기야는 2016년 12월 1일부터 LG전자 전체를 대표하는 CEO이자 부회장의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조 부회장을 두고 ‘세탁기만 아는’ 이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조 부회장은 지금도 여전히 호기심이 많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신중해지고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데 조 부회장은 오히려 사업본부장이 된 뒤 더 폭넓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선, 세계 1등 업적을 세운 세탁기 부문의 핵심기술인 모터와 컴프레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했고 모터와 컴프레서가 사용되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 솔루션, 키친 패키지의 품질 고도화, 제품 고성능화로 큰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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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개발 뿐만 아니라 전에 없던 신상품의 개발도 활발해졌다. 조 부회장은 2013년 얼음정수기냉장고, 2015년 휘센 듀얼 에어컨·디오스 오케스트라·트윈워시, 2016년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물걸레·듀얼 스타일러·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등 융복합 가전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또 LG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초 프리미엄 가전 ‘LG시그니처(LG SIGNATURE)’와 한국과 미국의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신제품의 증가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해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LG전자 가전사업의 미래를 밝게 만들었고 비전을 제시했다는 내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조 부회장은 내년에 출시하는 LG전자 모든 가전제품에 무선랜(Wi-Fi)을 탑재해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들과의 연동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 갈수록 중요시 되는 인공지능과 스마트 가전, 생활로봇 등의 개발 로드맵을 세우고 스마트홈 관련 조직을 키우고 있다.
12월 1일부터 LG전자의 CEO가 된 조 부회장은 이제 이런 성공의 경험을 LG전자 전 영역으로 확산시킬 전망이다. 현재 고전하고 있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부문에는 IoT(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보다 빨리 접목시키고 세탁기 품질 자신감을 스마트폰에도 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에너지와 자동차 부품 등에서도 생활가전에서의 성공신화를 재현해낼 계획이다.
◇ 조성진 부회장 “회사와 제품 모두에 애정 간직한 LG맨”“제 개인적인 얘기를 먼저 할까 합니다. 올해로 제가 LG전자에 몸 담은지 만 40년이 됐습니다. 이달 말에 40년, 40살이 됩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불혹이지요. 참 오래 일했습니다. LG전자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글로벌 가전 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LG전자의 가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기대하고 부탁드립니다.”
조 부회장이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조 부회장은 올해로 환갑이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서울과 창원, 해외사업장을 바쁘게 오가며 대표이사로서의 업무, 사업본부장으로서의 업무, 그리고 개발자로서의 업무도 하고 있다. 자택과 집무실에서 신제품을 꼼꼼히 테스트하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업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CEO이기 전에 개발자로서의 습성이 몸에 밴 탓이다. 평생의 2/3를 LG전자와 함께 해왔으니 그 애정이 오죽할까.
조 부회장은 소통의 달인이기도 하다. 종종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사내 방송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바이어들과의 미팅도 최대한 참석해 바이어들의 목소리도 경청한다. 그런 조 부회장이 변화시킬 LG전자의 미래에 우려보다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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