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9430
이동국이 27일 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공항=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0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에 성공한 전북의 오늘을 만든 이로 꼽히는 3명이 있다.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 그리고 최고참 이동국이다. 사무국장을 거쳐 지난 2005년 단장에 취임한 이 단장은 그 해 여름 최강희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북의 전성기 밑그림을 그렸다. 최 감독은 2005년 FA컵 우승과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이후 K리그 클래식 4회 제패 등으로 전북을 K리그는 물론 아시아의 리딩 구단으로 만드는 것에 공헌했다. 이동국은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소속팀이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할 때마다 MVP로 선정됐다.

전북의 모든 구성원이 기쁠 수밖에 없지만 특히 이들 3명이 느끼는 우승의 감격은 남다르다. 이 단장은 “2006년 첫 우승과는 비교할 수 없다. 당시엔 시리아 알 카라마와 치른 결승 2차전 원정때 단 3명의 팬이 갔지만 이번 알 아인 원정에선 무려 200여명이 갔고 현지 팬까지 포함해 700여명이 전북을 위해 소리쳤다”며 “지난 10년간 전북의 발전상을 총집합해서 보여준 것이 바로 이번 ACL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그 만큼 값지고 오랜 기간 기다렸던 성과”라며 감회에 젖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극적이었는데 이렇게 정상에 오르고 나면 항상 허탈하다. 전북에 온 뒤 8차례 우승(ACL 2회, K리그 클래식 4회, FA컵 2회)이 모두 그랬다”는 그는 “2006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성적을 넘어 프런트 등 구단 전체적인 모습이 아시아 리딩 구단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아시아축구연맹 한국인 직원이 알 아인전을 치르면서 ‘전북 직원들이 너무나 국제적이고 우수해 데려가고 싶다’고 한 것 등이 그렇다. 물론 어려운 상황을 딛고 잘 해낸 전북 선수들도 많이 칭찬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도 2006년과 지금의 우승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2011년 준우승 아픔을 떠올리며 “모두가 울었고 나도 눈물이 났다. 한이 많았다. 목표를 달성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웃은 그는 “2006년엔 초보 감독이었기 때문에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렀다. 하지만 지금 우리 팀엔 강팀의 이미지가 있고 그래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즐기면서 대회를 소화했다”며 차이점을 전했다. 전북이 투자 축소 바람이 부는 K리그에서 좋은 롤모델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최 감독은 “당연히 투자가 있어야 우승도 가능하다. 앞으로 K리그 구단들의 ACL 우승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전북뿐 아니라 전통의 강팀들이 앞장서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현역 인생 마지막 목표로 ACL 우승을 꼽았던 이동국은 한국나이 38살에 이를 이뤄냈다. “알 아인 원정 막판에 계속 밀렸는데 예전에 안 좋았던 기억들이 떠올라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선수들이 잘 지켜내 너무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말한 이동국은 “그래서 우승을 확정한 순간 지나간 노력들이 스치면서 모든 게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표현 못할 정도로 울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09년 K리그에서 첫 우승할 때보다 더 희열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 목표인 ACL 우승컵을 들어 너무 좋다.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다”면서 “아시아를 대표해서 클럽 월드컵에 출전하게 됐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집중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클럽 월드컵은 즐기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