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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선수들이 27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알 아인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1-1로 비겨 1~2차전 1승1무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잘 준비했고 열심히 싸웠다. 전북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 등극은 프로 축구단의 기본을 철저히 잘 지켜 얻은 모범 답안이었다. 치밀한 계획과 모기업·구단·선수·팬이 똘똘 뭉치니 10년간 이루지 못한 염원이 현실이 됐다. 전북은 2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 2차전에서 전반 30분 한교원이 이재성의 코너킥을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트리며 1-1로 비겼다. 지난 19일 1차전 2-1 승리를 묶어 1승1무를 기록한 전북은 2006년 이후 ‘7전8기’ 만에 정상 탈환을 일궈냈다.

전북은 2007년 우라와(일본)와 8강전에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해까지 총 7차례 ACL에 참가했으나 번번히 넘어져 눈물을 흘렸다. 지난 2011년엔 홈에서 알 사드(카타르)와 단판 승부 결승을 치렀음에도 승부차기에서 져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우승으로 그 동안 전북 구단이 쏟은 투자와 선수들이 흘린 땀을 보상받았다.

◇‘오사카의 충격’ 더 완벽하게 준비했다

10년 전 첫 우승이 예상도 못한 상태에서 우연히 다가온 것이었다면 이번 우승은 철저한 계획 아래서 얻은 성과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지난해 9월 감바 오사카와의 8강 2차전에서 종료 직전 결승포를 내줘 무릎을 꿇은 뒤 더 완벽한 준비를 해야 ACL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지난 겨울 엄청난 전력 보강에 착수했다. 최 감독의 구상은 포지션마다 확실한 선수 두 명씩을 데려와 ‘더블 스쿼드’를 넘는 ‘더블 팀’을 만드는 것이었다. 제주에서 뛰던 로페즈를 시작으로 이종호 임종은 김창수 김보경 최재수가 줄줄이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었고 국가대표 장신 공격수 김신욱까지 손에 넣으면서 전력 보강의 마지막 점을 찍었다.

전북은 사실 초반에 부진했다. 장쑤(중국) 빈 즈엉(베트남)과 치른 조별리그 원정 경기에서 연달아 2-3으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름부터 조직력이 잘 맞아돌아가면서 최 감독이 원하는 ‘닥공 부활’이 이뤄졌고 이는 16강 토너먼트부터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됐다. 8강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홈 경기 5-0 대승, 준결승 FC서울과의 홈 경기 4-1 완승 등이 대표적이다. 전북은 결승을 앞두고 열린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서울에 0-1로 무릎을 꿇어 우승컵을 놓쳤으나 2주간 팀을 재정비해 끝내 웃었다. 특히 초여름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레오나르도와 김신욱이 토너먼트에서 펄펄 날며 정상까지 내달렸다.

◇스타 군단은 모래알?…아니다, 투지를 더 불태웠다

스타가 많은 팀은 모래알 조직력을 드러내기 일쑤다. 하지만 올해 전북은 그렇지 않았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고 전주월드컵경기장엔 구름 관중이 몰려들어 그들을 응원했다. 전북은 지난 2013년 구단 스카우트의 심판 로비 사건이 지난 5월 커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지난 9월 30일엔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올해 K리그 클래식 감점 9점 징계까지 받아야 했다. 선수들은 이런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결속력을 강하게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로비 사건이 공개된 다음 날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16강 홈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둔 전북은 구단 스카우트의 1심 유죄 판결이 난 당일 서울과 준결승 홈 경기를 벌여 3골 차 대승을 거뒀다.

주장인 골키퍼 권순태는 전북이 K리그 클래식과 ACL에서 승승장구하던 지난 8월 “매 경기 이기기 위해 준비했고 노력했는데 그런(로비) 얘기가 나오니까 허탈했다”며 “‘여기서 흔들리고 연패를 하면 우리 스스로 그런 것들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됐지만 우리가 더 단단해진 계기도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최 감독도 ACL 정상에 오른 뒤 “누구보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광저우 탈락과 알 아인의 자멸…전북의 우승은 운명이었다

천운도 전북을 따랐다. 이번 대회에선 ‘머니 파워’를 앞세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받았던 광저우 헝다(중국)가 지난해 ACL 우승및 클럽 월드컵 출전 후유증 등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J리그 강호 감바 오사카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자연스럽게 전북과 서울 등 K리그 구단들이 우승할 좋은 찬스를 맞았고 전북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결승 2차전은 전북이 올해 웃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운명처럼 보여준 경기였다. 전북은 전반 2분 오른쪽 날개 로페즈가 들 것에 실려나가는 악재를 맞았다. 그러나 로페즈 대신 허겁지겁 투입된 한교원은 전반 30분 선제골을 넣어 최 감독을 웃게 했다. 전북은 전반 34분 알 아인의 한국인 미드필더 이명주에 동점포를 내주고는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이 때부터 승운이 다시 전북을 찾아들었다. 전반 41분 상대팀 공격수 더글라스의 페널티킥이 허공을 가르며 크로스바 위로 날아간 것은 알 아인 선수들의 맥을 빠지게 하는 순간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엔 흥분한 홈팀의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이 전북의 박충균 코치를 가격하다 퇴장당해 벤치로 쫓겨난 것도 전북에 큰 이득이 됐다. 결국 후반 45분을 잘 지켜 1-1 무승부를 마무리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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