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1814
제공 | 대한축구협회

[파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축구는 신태용 감독에게 왜 다시 ‘소방수’ 역할을 맡겼을까.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과 어린 선수 눈높이에 맞는 리더십, 도전을 충분히 감수하는 기백 등에서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에서 단독 개최되는 월드컵인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켜 보겠다”며 당찬 각오를 펼쳐보였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22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슈틸리케호’에서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신 감독을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사령탑에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새로 출범하는 ‘신태용호’는 내달 11일 제주에서 열리는 2주간 전지훈련을 통해 처음으로 손발을 맞춘다.

이 위원장은 “총 14명의 지도자를 후보로 올려놓았고 이 가운데 신 감독과 정정용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등 두 명을 최종 후보로 낙점한 뒤 21일 열린 기술위 회의를 통해 신 감독으로 낙점했다”며 안익수 전 감독의 지난달 사임 뒤 진행된 경과를 설명하고는 “국가대표팀 코치로 계속 있으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텐데 신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지난해 1월 이광종 감독이 병상에 올라 중도에 내려놓은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지난 8월 본선 8강까지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 이어 원래 소속됐던 국가대표팀 코치로 돌아왔으나 3개월 만에 다시 U-20 대표팀 감독으로 가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신 감독 이탈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수석코치를 데려오기로 했기 때문에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에서 아예 빠진다. 그는 6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자신의 지도자 인생을 걸고 또 한 번 도전하게 됐다.

그의 이름 앞에 ‘소방수’란 닉네임을 붙여도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은 내년 U-20 월드컵을 야심차게 유치했으나 최근 U-19 아시아선수권에서 대표팀이 조별리그 탈락이란 수모를 당하면서 안익수 전 감독 사임이란 파국으로 치달았다. 축구계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대회란 점에서 어느 때보다 성적의 중요성이 크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기술위는 U-20 월드컵이란 중요성, 거기에 국내 개최란 특수성을 조합할 때 신 감독을 투입하는 게 최적이라고 봤다. 신 감독은 리우 올림픽에서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던 올림픽대표팀을 본선 8강까지 이끌었고 그 전엔 성남을 데리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대표팀 코치로서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을 한 경력도 갖고 있다. 이 위원장도 “신 감독의 경험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정용 위원이 한국 대회 다음에 열리는 2019 U-20 월드컵을 위한 대표팀 감독으로 미리 낙점됐다는 것도 신 감독 쪽으로 기우는 이유가 됐다. 정 위원에겐 긴 준비를 통해 차근차근 대표팀을 꾸리는 게 낫다는 뜻이다.

23세 이하로 구성된 올림픽대표팀을 무난하게 이끌었던 것도 신 감독이 점수를 받은 이유가 됐다. 신 감독은 10여년 전부터 호주에 축구교실을 여는 등 어린 선수들을 코칭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자신의 아들도 2년 전까지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뛰는 등 감독이면서 한편으론 축구선수 학부모로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다. 신 감독은 “가끔 쉴 때 중·고교 선수들도 가르친다. 애들 심리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을 프로 선수와 똑같이 대하기 보단 어린 선수들로 보고 심리를 잘 다독일 것”이라고 했다. 위기를 적극 돌파하는 기백도 빠질 수 없다. 국가대표팀에 잔류했다면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코치직을 유지하며 향후 국가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뛰어드는 게 가능했다. U-20 대표팀 감독으로 오면서 그의 ‘태극마크’ 수명은 6개월로 줄어들었다. 신 감독은 “집에서 ‘남들은 밑에서 위로 가는데 왜 당신은 위에서 밑으로 가느냐’는 얘기를 한다”며 자신의 운명을 전하면서도 “올림픽대표팀 감독 때도 예선 통과가 의문이었으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했다. 성적을 두려워하면 감독으로 더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며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였다.

내달 제주 전지훈련을 마친 신태용호는 1월 스페인 혹은 포르투갈에서 치러질 유럽 전지훈련에 이어 3월 수원JS컵을 치른다. 이어 4월 최종훈련을 하고 5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통해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4강 신화’를 꿈꾼다. 이번 대회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5개국,유럽 5개국,북중미와 남미 아프리카 각각 4개국, 오세아니아 2개국이 나서며 조추첨은 내년 3월15일 거행된다. 리우 올림픽에서 남긴 깊은 인상과 국가대표팀에서의 밝은 앞날을 마다하고 U-20 대표팀으로 내려간 신 감독이 소방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훨훨 날 수 있을 지 축구계 관심이 쏠리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