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안투라지 포스터_최종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사전제작 드라마가 뭐길래~.”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첫 방송한 tvN 금토드라마 ‘안투라지’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미국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안투라지’는 너무 뜨거운 관심 속에 시작했던 나머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만큼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지난 1일 종영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역시 큰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었지만, 성적이 부진해 아쉬움이 컸다. 둘 모두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방송 전에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베일을 벗겨보니 반응이 신통치 않은 점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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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영했던 KBS2 ‘함부로 애틋하게’나 tvN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들’도 기대에 못미쳤던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사전제작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올해 가장 흥행한 드라마로 꼽히는 KBS2 ‘태양의 후예’뿐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전제작드라마가 쏟아지는 분위기다. 당장 다음달 KBS2 ‘화랑 더 비기닝’이 예정돼 있고, 내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하는 MBC ‘미씽9’, JTBC ‘맨투맨’ 등도 있다. 중국 광전총국이 올해부터 중국 방영을 위해서는 사전 심의를 받도록 규제하기 시작해 중국 시장을 노리는 드라마들에게 사전제작이 필수 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사전제작드라마 본격 1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사전제작드라마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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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함부로 애틋하게’. 제공|KBS

◇명=쪽대본 NO! 제작환경 개선

우리나라 드라마의 고질적인 단점이라고 꼽히던 열악한 제작환경이 개선됐다는 사실이 사전제작의 가장 좋은 면이다. 배우들이 쪽대본을 보고 연기하고, 생방송과 같은 촬영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것. 대본이 일찌감치 나와있는 만큼 연출자 등 제작진들 입장에서도 좀더 꼼꼼하게 준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 배우 관계자는 “그래도 중국 방영을 위해 심의 전에 촬영을 마무리해야하니까 시간이 쫓기는 건 마찬가지다. ‘달의 연인’만 해도 A팀, B팀, C팀까지 돌려가면서 쉴새없이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촬영회차가 늘거나 촬영기간이 늘어나면서 제작비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대본이 언제 나올지 몰라 발을 동동 거리고, 방송을 맞추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촬영해야하는 상황은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제작환경에 불만이 많던 배우와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더 고무적인 일임에는 틀림 없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들의 입장에서는 중국 동시 방영으로 불법 다운로드 등 비정상적인 유통과정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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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태양의 후예’. 사진|KBS 제공

◇암=리스크 부담 “도박 같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사전제작 드라마를 반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사전제작 드라마에 참여해 본 한 배우 관계자는 “회사의 입장에서 도박과 같다”면서 “리스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안좋았을 경우 시간대비 부담이 너무 크다. 예를 들어 ‘태양의 후예’의 경우 캐스팅부터 방송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배우가 1년 동안 그 작품에 올인해야 했고, 불확실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톱배우의 측근은 “아무리 사전제작이 좋아도 팬 반응에 따라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러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출연을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호응에 따라 드라마의 방향이나 캐릭터의 느낌을 조금은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사전제작? 절충안 나올까

이런 까닭에 반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한 니즈가 생기고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힘들고 불편한 제작환경은 개선하면 좋겠지만, 시청자들의 반응도 보면서 진행하고 싶은 마음들이다. 작가들도 은근 대중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싶어한다. 사전제작은 작가들에게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이 차가우면 그것도 자존심의 상처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배우 관계자는 “꼭 사전제작이 아니더라도 대본만 다 나온 상태에서 촬영이 된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김수현 작가나 노희경 작가 등처럼 방영 전 대본 전체가 완고된 뒤 드라마를 찍으면 연기자들도 대본을 완전히 숙지할 수 있고, 적어도 몇날며칠 날밤 촬영 하는 일은 없게 된다”고 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CJ E&M, SBS,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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